“연출 아닌 진짜”… 동물의 소소하지만 절묘한 순간 포착하는 핀란드 사진작가

  • 윤다함 기자

입력 : 2020.03.03 17:46

[펜티 사말라티]
‘핀란드 대표 사진작가’ ‘흑백 인화의 장인’ 등
명성과는 대조되는 비교적 저렴한 작품가 눈길…
개인전 ‘Beyond the Wind’, 22일까지 공근혜갤러리

South Africa(Dog and Bird) 2002 ©Pentti Sammallahti /공근혜갤러리
“새와 동물을 관찰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 동물은 제 풍경 사진의 일부를 차지할 뿐이지만, 실은 제 작품에서 절대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이기도 하죠.”
펜티 사말라티(Pentti Sammallahti·70)의 피사체는 동물이다. 사말라티의 렌즈 안에서 동물은 동화 속 주인공이다. 동물을 통해 세상의 아름다움과 훈훈하고 정겨운 감수성을 포착해 드러내고 초자연적인 느낌을 선사한다. 그의 사진에서 동물들은 서로 얘기라도 나누는 듯 소통하는 것처럼 보인다. 연출된 장면이 아닌, 그 찰나를 포착하기 위한 수 없는 기다림의 결과다. 이를테면 배 위에 걸린 생선을 바라보고 있는 고양이의 모습은 그렇게 간절할 수가 없다. 그토록 하염없이 쳐다보면 생선 비늘이라도 떨어질 것이라 믿기라도 하는 듯 말이다. 고양이의 바람이 느껴져 웃기기도 안쓰럽기도 한 이른바 ‘웃픈’ 감정이 스친다. 그의 사진에 시선이 머물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따뜻해지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된다.
Iceland(Cats Looking Up at Hanging Fish) 1980 ©Pentti Sammallahti /공근혜갤러리
핀란드 출신 사진작가 사말라티는 전통 흑백사진과 은염 인화 ‘장인’으로 잘 알려졌다. 이 별칭에 걸맞게 헬싱키에 위치한 암실에서 정교한 과정을 거쳐 오늘날에도 직접 인화에 몰두하고 있다. “암실에서의 인화 작업은 사진 촬영만큼이나 중요하죠. 화학 약품 냄새로 가득한 작고 어두운 암실에 있을 때가 지금도 가장 행복한 순간이에요.” 20cm 안팎의 작은 인화지 위에서 흑과 백 사이 존재하는 수많은 회색 계조들 하나하나가 풍부하고 섬세하게 살아난다.
1971년 첫 개인전 이후 점차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1975년, 1979년, 1992년, 2009년 등 네 차례에 걸쳐 핀란드 국립사진상을 수상하며 핀란드 현대사진예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 잡았다. 프랑스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가장 좋아하는 사진가 중 한 명으로 사말라티를 꼽기도 했다. 세계적인 사진작가이면서 작은 사이즈의 수작업만 고집하는 사말라티의 흑백사진 작품가는 그의 명성과는 대조적으로 100만~300만원 정도다. 그는 자신의 작품가가 오르는 것을 원치 않으며 에디션을 제한하지 않는다. 작가는 스스로 “내게 사진은 직업이 아니라 취미”라고 말하며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임을 강조한다. 
Korea(Three Birds) 2016 ©Pentti Sammallahti /공근혜갤러리
사말라티가 한국에서의 두 번째 개인전 ‘Beyond the wind’를 가진다. 대표작 20여 점과 한국에서 처음으로 소개되는 30여 점의 근작을 함께 전시한다. 이번 전시 출품작 <서울>은 2016년 작가가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던 당시 촬영한 것으로 뉴욕, 파리, 핀란드에서 먼저 소개됐다. 청와대 담장을 따라 자란 소나무와 석양을 배경으로 날아가는 까치를 촬영했다. 필름 카메라의 감도, 셔터, 조리개의 조절로 까치의 날개깃까지 보이는 게 놀랍다. 전시는 22일까지 서울 삼청동 공근혜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