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울수록 허망하다… 박효진 ‘밤의 정원’展

  • 윤다함 기자

입력 : 2020.02.11 18:54

한국서 13년 만에 개인전… 3월 7일까지 아뜰리에 아키
고유의 기법으로 작업한 ‘흘림의 조각’ 신작 선봬

Venus-Floridity, 95x110cm, Pigment Print, 2020 /아뜰리에아키
 
인간의 욕망은 현실에 살고 있으면서도 그 질서를 넘어서고, 저 너머 세계를 갈망한다. 채워지지 않은 자기 만족감을 채우기 위해 필사적이다. 조각가 박효진(46)은 작품 속에 이러한 인간의 욕망을 투영하고 예술에서 아름다움을 갈망하는 욕망에 대해 논한다. 그의 조각은 니케, 다비드, 포세이돈 등 가장 이상적인 인간의 모습이거나 혹은 인간이 원하는 이상향을 대변하는 신의 형상을 한 조각상 혹은 청화백자와 같이 가장 고도의 문화의 완성품으로 대변되는 도자기 위에 갖가지 화려한 꽃다발들이 장식돼 있다. 바닥을 딛고 있는 조각상과 도자는 현실에서의 이상적인 모습을 유지하는 동시에 위의 화려한 꽃으로 더 높은 욕망이자 다가가지 못하는 이상향을 모습을 표현한다.
 
시들지 않은 꽃은 꺼지지 않은 강렬한 욕망의 분출이다. 박효진은 이러한 욕망이 구현되는 공간의 ‘밤’으로 설정한다.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어두운 밤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든 감각들은 꽃처럼 피어나며 솔직하게 스스로에게 집중되는 시간이다. 인간의 본 모습이 드러나며 비밀스러운 욕망이 극대화된다. 욕망은 밤의 정원에서 끊임없이 화려한 꽃을 피운다.
 
Paradise Lost-Ashy, 50x40x92cm, Mixed Resin, 2020 /아뜰리에아키
 
완벽한 오브제는 우리가 꿈꾸는 현실의 이상적인 낙원을 상징하는 듯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쓸쓸하다. 꽃다발 위로 떨어지는 물감은 마치 흘러내리는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아래로 향하며 실제로 허상에 화려하게 꾸며진 모습으로 다가가지 못한 이상적인 현실을 마주하는 슬픔을 내재한다. 이들 꽃은 아름답지만 생명이 없는 조화로 향기가 없다. 꽃에 뿌려진 물감은 흘러내리며 정착하지 못한다. 존재하지만 실재가 아닌 이상의 허상인 셈이다.
 
작가는 전통적인 조각에 대한 본질에 대해 고찰하며 기존 조각의 단편적인 개념을 벗어나고자 했다. 용접이나 깎기 등 전통 제작 방식을 넘어 오브제의 조합을 통해 이들의 자유로운 차용의 가능성에 대해 고민해왔다. 그리고 그 위에 다양한 안료의 혼합과 흘리기, 붓기를 반복하며 나타나는 우연적인 현상들을 집중하며 액체 상태의 안료가 보여주는 움직임이 하나의 조각 형태로 형성되는 순간에 주목, 조각 기법을 확장하고자 한다. 그는 자신의 작업을 두고 ‘흘림의 조각’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Venus-Sunset, 88x110cm, Pigment Print, 2020 /아뜰리에아키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해온 박효진이 13년 만에 한국에서 개인전을 개최한다. 작가만의 독특한 조각 기법으로 연출된 다양한 형태의 조각과 사진 등 신작을 다수 선보인다. 지난해 그는 런던 사치갤러리에서 신미경 작가와 함께 2인전을 가졌으며, 유명 패션디자이너 롤랑 뮤레(Roland Mouret)와 함께 협업 전시를 하는 등 국제 아트씬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개인전 ‘밤의 정원’은 3월 7일까지 서울 성수동 아뜰리에 아키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