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미술의 명품’… 가나문화재단 소장품 공개

  • 윤다함 기자

입력 : 2020.02.06 11:29

한국 근대미술사 한눈에 ‘가나아트 컬렉션’展
‘한국 근현대 미술’ ‘한국의 수묵채색화’ 두 테마로 열려

‘한국 근현대 미술’ 전시 전경 /가나문화재단
 
가나문화재단이 재단 소장품을 공개하는 ‘가나아트 컬렉션 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1900년대 초반, 앞 시대의 전통 위에 피어난 한국 미술을 표현 매체를 기준으로 서양화와 동양화 두 가지 갈래로 구분해 꾸려진다. 한국 근현대 서양화는 ‘Gana Art Collection Ⅰ- 한국 근현대 미술’이란 제목으로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3월 1일까지, ‘Gana Art Collection Ⅱ – 한국의 수묵채색화’란 타이틀로 동양화 전시는 인사아트센터에서 2월 23일까지 진행된다. 그간 근현대 미술 소장품이 서양화 중심의 컬렉션 전시에서 동시대의 한국 미술을 소개하는 의미로 찬조 출품되는 정도에 그쳤다면,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화의 필요성과 잊고 있던 근현대 작가군을 재인식하고 한국 미술계의 장르 간 균형적 발전에 일조하고자 한다. 
 
나혜석作 <별장풍경> 34x24.5cm 합판에 유채 1929~30 /가나문화재단
박고석作 <여인> 33.5x24.5cm 캔버스에 유채 연도미상 /가나문화재단
 
‘한국 근현대 미술’ 전시는 김환기, 박수근, 권진규를 포함한 작고작가 23인의 작품 50여 점을 선보인다. 이들을 ‘시작과 절정’과 ‘재발견’이라는 소주제로 작가와 작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각각 1전시장과 2전시장에 나눠 전시된다. 전시 도입부인 ‘시작과 절정’을 여는 작가는 나혜석과 구본웅이다. 전통을 딛고 일어선 선각자 나혜석의 1920년대 유화를 시작으로, 절정의 동력을 제공한 천재 구본웅의 인물화, 풍경화를 공개한다. 이후 한국 근현대 미술의 절정기를 연 김환기, 도상봉, 박수근, 장욱진, 권진규, 문신의 대표작을 배치해 한국 근대 미술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권진규의 유화 작품과 다양한 형상의 조각상을 동시에 전시한다. 가나문화재단의 권진규 컬렉션은 특별전이 가능할 정도의 다양한 구성으로 이뤄져 있다. 지금까지 권진규의 명성은 주로 조각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에, 이번에 선보이는 두 점의 유화는 작가의 작품 세계를 새롭게 다각도로 조명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2전시장은 총 15인의 작고작가의 작품 30여 점으로 구성해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한국 미술사의 중요한 순간을 짚었다. 권옥연, 김경, 남관, 문학진, 박고석, 박상옥, 박영선, 손응성, 이달주, 이봉상, 이수억, 정규, 최영림, 한묵, 함대정의 작품이 내걸린다. 연도가 명기된 작품 중 시기가 가장 앞선 작품은 이수억의 <6∙25 동란>(1954)이며, 유존작이 적은 김경과 한묵의 1950년대 유화와 정규의 인물화 등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작업들이 전시된다. 또한 산의 화가 박고석의 보기 드문 인물화 <여인>, 얼굴 표현과 옷의 검은 색채가 인상적인 최영림의 <자화상> 그리고 2019년 작고한 문학진의 1970년대 작품도 공개한다.
 
월전 장우성作 <춤추는 유인원> 176x140cm 종이에 수묵채색 1988 /가나문화재단
권영우作 <무제> 223x170.5cm 한지에 과슈, 먹 1983 /가나문화재단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수묵채색화로 꾸려진 ‘한국의 수묵채색화’ 전은 청전 이상범, 운보 김기창, 우향 박래현, 월전 장우성, 남정 박노수, 내고 박생광, 고암 이응노, 권영우 총 여덟 작가의 주요 작품 50여 점으로 꾸며진다. 이른바 ‘전지 사이즈’라고 일컫는 큰 작품이 다수 공개되며 작가의 화풍과 특징이 뚜렷한 작품들로 선정해 관람객에게 각 작가별로 확실한 인상을 줄 수 있도록 의도했다. 아울러 청전 이상범의 화업을 한 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도록 했다. 잘 알려진 ‘청전 양식’의 태동기인 1950년 제작된 <추경>부터 대한민국 문화훈장(대통령상)을 수상한 1962년 '제11회 대한민국 미술전람회'에 청전이 초대작가이자 고문으로 출품한 작품 <산음촌가(山陰村家)>, <사계산수도>(1970) 병풍 등을 감상할 수 있다. 
 
2전시장은 ‘한국화의 전성기’라는 주제로 운보 김기창, 우향 박래현, 월전 장우성, 남정 박노수 네 작가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1960년대 말부터 1980년대까지 한국의 미술계는 육대가(六大家) 스승들이 닦아놓은 초석 위에 운보 김기창이라는 대형 작가를 위시로 한 ‘한국화 전성시대’를 누린다. 전통을 기반으로 하나 훨씬 과감해진 수묵의 운용과 서양화법의 수용 그리고 변화된 시대미를 녹여낸 채색기법이 돋보이는 세련된 한국 수묵채색화의 정수를 느낄 수 있다.
 
3전시장에서는 ‘한국화의 새로운 모색’이라는 제목으로 내고 박생광, 고암 이응노, 권영우 세 작가를 소개한다. 이들은 자신만의 독자적인 미학을 창조하며 새로운 한국화의 방향을 모색한 작가들이다. 내고 박생광의 작품으로는 1970년대 후반부터 시작되는 민속과 무속을 주제로 한 강렬한 채색화 중에서 유명한 ‘무속 시리즈’ 두 점과 <힌두사 Ⅱ>를 선보인다. 고암 이응노는 전통적 필묵에서 발견한 현대성을 승화시킨 ‘문자 추상’과 ‘인간 군상’ 위주의 작업들로 구성했다. 특히 최근 단색화 열풍으로 회자된 권영우의 작품들이 다수 전시된다. 그는 한지와 먹이라는 전통적 재료로 전에 없던 새로운 한국화의 세계를 창조해 한국 현대 미술에서 중요하게 평가되는 작가 중 하나다. 이번 공개되는 권영우의 작품은 대부분 1980년대 파리에서 작업하던 시절 완성한 것으로, 일반에 처음 공개하는 작품들도 있다. 
 
‘한국 근현대 미술’ 전시 전경 /가나문화재단
 
가나문화재단 관계자는 “가나아트 컬렉션의 강점은 한국 근현대 미술사를 폭넓게 아우르는 소장품의 체계적인 구성과 다양성에 있다”며, “재단은 앞으로의 도약을 위해 소장품의 특성을 다시 인식하고 집중하는 기회를 갖고자 본 전시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한편, 가나문화재단은 2014년 설립 후, 2018년 제주도립미술관 전시를 시작으로, 2019년 정읍시립미술관과 여수 GS 예울마루에서 가나아트 컬렉션을 소개해왔다. 이는 재단의 설립 목적과 운영 방향인 문화자산 공익화를 위한 것으로, 소장품의 구성과 소장 철학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로 이어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