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그리는 청주의 문화 지형, ‘미완의 플레이’

  • 아트조선 송지운 기자

입력 : 2019.12.19 16:53

미술로 요리하고, 작업실에서 전시하고… 독특한 문화 공간 한자리에
2019 대청호미술관 하반기 기획전, 내년 2월 2일까지

설치 전경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
 
청주의 젊은 문화 공간을 조명하는 ‘청주의 문화 공간들 : 미완의 플레이’가 내년 2월 2일까지 청주시립 대청호미술관에서 열린다. 2년 전 청주의 청년 디자이너들이 운영하는 스튜디오를 소개한 ‘크로스-오버 : 청주의 젊은 디자인’ 이후, 청년의 문화 공간을 중심으로 한 활동을 살펴보고 새로운 움직임과 문화 지형을 그려 보고자 기획된 전시다.
 
이번 전시에는 ‘파란가게’ ‘빈공간’ 등 개성 강한 공간을 운영하는 청년들이 참여하는데, 이들은 모두 학문적 미술에서 벗어나 대중의 취향에 즉각 반응하고 소통하며 다양한 문화 기획 사업을 진행한다. 또한 작은 규모에도 갤러리와 작업실 혹은 식당을 겸하거나, 문화 공간과 독립 서점, 디자인 스튜디오와 상품 매장 등 여러 성격이 혼재된 곳에서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문화 콘텐츠를 생산하며 독보적인 행보를 보인다.
 
설치 전경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
 
디자인 콘텐츠 그룹 ‘V.A.T’는 청주의 청년 디자이너가 의기투합해 지역 문화 콘텐츠를 실생활에 접목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연합 단체다. 이번 전시에서는 ‘문화뻐정’과 ‘문화버스노선도’를 연출해 청주 시내버스 정류장을 일시적으로 점거하고 청주의 문화 콘텐츠를 버스 노선도로 소개해 팀의 정체성과 활동 방향을 보여준다. 소속 단체 중 하나인 디자인 스튜디오 ‘위아낫컴퍼니’는 작업실로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디자인 소품 매장 ‘아임낫문방구’를 재현해 직접 개발한 상품을 선보인다.
 
‘파란 가게’는 건축을 전공한 김은영 대표가 건축과 인문, 예술 중심의 도서를 소개하기 위해 작년에 문을 연 독립 책방으로, 그는 이 문화 공간에서 책방이 도시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고민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파란 가게를 재현해 수집해 온 서적을 진열하고, 쇼윈도에 책의 구절을 적어 공유하는 ‘펼쳐진 책’ 프로젝트를 비롯해 자체적으로 독서 모임이나 낭독을 진행한다.
 
설치 전경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
 
창문을 갤러리로 꾸민 ‘빈공간’은 회화 작업은 물론 최근 전시 기획까지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는 박해빈의 공간 프로젝트다. 그는 작업실을 개인적 공간으로만 사용하지 않고, 유리창에 부스를 제작해 다른 작가의 전시를 기획하고 지원하는 ‘빈공간 윈도우 프로젝트’를 통해 외부인과 소통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빈공간의 부스를 설치해 작가 12명의 작품을 전시하는 ‘열두 개의 풍경’과 그의 작업실을 함께 보여준다.
 
미술 전시를 재해석한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식당 ‘키오키오’를 비롯해 ‘키핀’ ‘아틀리에무심’을 운영한 김민재는 요리와 미술을 접목해 다양한 기획을 실험한다. 현재는 한정된 공간에서 벗어나 농부시장 달장 등 동료 디자이너, 예술가와의 협업을 통해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은 갤러리 식당 키오키오를 재현해 청주 지역 작가 6명의 작품과 요리법을 선보이고, 빈공간의 박해빈과 함께 새로 개발한 요리 ‘스페이스 레시피’를 설치 작품으로 구성한다.
 
설치 전경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
 
개인 작업 공간을 운영하던 청년들이 서로의 작업을 공유하기 위해 만든 커뮤니티 공간 ‘아트랩 463’의 활동도 확인할 수 있다. 작년 봄부터 사진, 가드닝, 공예 등 각자의 콘텐츠를 나누며 진행해 온 다양한 실험과 프로그램의 결과물을 소개한다. 이 전시를 통해 아트랩 463은 공유 공간으로서 향후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 밖에도 각 문화 공간의 연혁을 정리한 아카이브와 영상 기록을 설치해 이들의 행적을 다층적으로 살펴본다.
 
대청호미술관 관계자는 “새로운 미술 단체 혹은 문화 공간이 생길 때 이 지역 미술계에 끼치는 영향과 파급 효과가 크다. 반대로 연명하고 있던 공간이 문을 닫거나 떠나면 그 빈자리가 공허하게 느껴진다. 이번 전시가 청주의 작은 문화 공간이 가진 문맥과 흐름이 단절되지 않도록 기록하고 앞으로 등장할 새로운 공간과 그 지속 가능성을 논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