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12.19 11:14
리안갤러리 대구 (11. 11 - 12. 30)
■전시정보
전시제목 : fantasMIma
전시일정 : 2019. 11. 11 - 12. 30
전시장소 : 리안갤러리 대구
주소 : 대구광역시 중구 이천로 1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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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소개
이탈리아 모노크롬 회화의 거장 투리 시메티가 개인전 ‘fantasMIma’를 오는 30일까지 리안갤러리 대구에서 가진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상징적인 조형 요소인 타원형을 이용한 모노크롬 회화 중에서도 2017년부터 2019년까지의 최근작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 제목은 환각, 환영, 유령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fantasma’와 손짓으로 표현하는 것을 뜻하는 ‘mima’를 합성해 만든 신조어다. 작가는 화폭 위에 대상을 직접 표현하는 대신 타원형의 나무 모형을 캔버스 뒷면에 부착해 팽팽하게 당겨진 표면 위로 그 형상이 굴곡을 이루며 간접적으로 드러나게 한다. 이를 통해 2차원의 빈 평면은 3차원 공간이 되고 빛과 그림자와의 상호작용이 나타나며, 마치 무언극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손짓으로 생생하게 표현해 환영을 일으키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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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내용
작가가 사용하는 타원형은 부재의 흔적 또는 가시적 영역 밖의 존재를 의미한다. 일종의 조각 오브제인 타원형은 캔버스 뒷면에 은폐돼 존재의 가시성은 사라지고 화폭에는 부재를 물리적으로 암시하는 환영만이 남는다. 강렬한 원색 화면 위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타원형은 비가시적 대상에 대한 우리의 감각을 일깨운다. 빛을 받은 타원형은 캔버스를 유영하듯 밝게 빛나고 그 주위는 미묘하게 변화하는 그림자가 그러데이션을 형성하면서 회화의 단색 표면을 풍부한 색면 공간으로 변모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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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서 그림자는 부재의 지표로서 가장 밝게 빛을 받는 타원형 주위에서 나타나 이를 더욱 극명하게 부각한다. 강렬하게 대비되는 음영 효과는 캔버스 그 자체로는 여전히 비어 있는 회화 공간에 울림을 만들어낸다. 시각적으로 여백은 침묵처럼 여겨지는데, 작가의 작품은 이 고요함을 깨는 타원형만으로 하나의 곡조를 그려낸다. 다시 말해 부재의 지표로서의 타원형 오브제의 반복 배열은 캔버스를 고요한 에너지가 유동하는 역동적인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며, 무언극과 같은 침묵의 울림은 시각적 운율과 리듬을 창조한다. 타원형은 음표를 연상하고 각각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형식의 배열은 음조의 변주와도 같다. 침묵을 의미하는 빈 공간은 음을 구별하기 위한 구두점이 되고, 요철은 일정한 박자의 선형적 리듬감을 형성한다.
이처럼 작가의 화폭은 빛과 그림자를 끌어들여 관객으로 하여금 시각적 요소에 담긴 청각적 효과를 통해 공감각적 경험을 유발하는데, 여기에는 촉각적 자극도 포함된다. 일정하고 매끈한 표면 위로 마치 몸짓과도 같이 흔적을 남기는 타원형은 그 굴곡을 어루만지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 관객은 정신적 접촉으로 부재하는 존재의 환영과 교감하며 평온한 관조와 침묵의 대화를 통해 그 내재적 실체를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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