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12.13 18:30
[뮤지컬 보디가드]
뮤지컬로 재탄생한 영화 ‘보디가드’
‘I Will Always…’ 등 휘트니 휴스턴 대표곡 더해져
로맨스·스릴러 뮤지컬을 순식간에 콘서트로 뒤바꾸는 화려한 군무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 폭발적인 성량에 지붕이 날아가 버릴 것만 같다. 스토커의 위협으로 경호원을 고용했다는 톱스타는 여장부의 호령 소리처럼 울려 퍼지는 노래만으로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의 기세를 꺾어 버린다. 온몸으로 전율하던 관객은 이어지는 간드러진 목소리에 바로 긴장이 풀리면서 귀가 녹는 기분을 느낀다. 뮤지컬 ‘보디가드’의 막이 오른 극장은 주인공의 노랫소리에 경탄과 눈물짓기를 롤러코스터처럼 오가는 관객으로 가득하다.
휘트니 휴스턴의 대표곡을 즐길 수 있는 ‘보디가드’는 1992년 개봉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특히 “웬 다이아”로 유명한 ‘I Will Always Love You’를 필두로 그녀가 직접 부른 삽입곡들은 1990년대 큰 반향을 일으키며 빌보드 차트 상위권을 휩쓸었고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다. 극중에서 유명 가수 레이첼 마론은 의문의 남성으로부터 자꾸만 협박 편지를 받는다. 위험을 감지한 그녀의 매니저는 전직 대통령 경호원이었던 프랭크 파머를 찾아가 개인 경호를 부탁한다. 자유분방한 레이첼과 원칙주의자 프랭크는 성향 차이로 갈등을 겪지만 점차 서로에게 빠져들고, 둘의 사랑에 분노한 스토커는 더욱 공격적으로 접근해 온다.

불기둥이 솟아오르고 폭죽이 터지는 무대 위로 쏟아지는 조명과 휘황찬란한 의상이 눈을 사로잡지만, 스포트라이트는 언제나 세기의 명창처럼 노래 솜씨를 뽐내는 마론 자매의 몫이다. 술집에서 음치인 척하는 앙상블 배우와 실제로 노래 실력이 출중하지는 못한 프랭크에 웃음이 터져 나오던 객석에서도 마론 자매가 마이크만 잡으면 박수갈채와 함성은 기본이다. 영화에 삽입된 6곡의 주제가 외에 더해진 ‘Greatest Love of All’ ‘One Moment in Time’ 등은 휘트니 휴스턴의 대표곡을 듣기 위해 극장을 찾은 관객을 만족시킨다. 익히 들어왔다 해도 한국어로 즐기는 그녀의 음악은 새롭게 다가온다. 기존 대중음악을 활용하는 주크박스 뮤지컬이 보통 팝의 느낌을 지우는 방향으로 편곡하는 반면, 이 작품은 원곡의 느낌을 최대한 살린다. 레이첼의 콘서트와 연습 장면에서는 앙상블이 백댄서로 등장해 화려한 군무를 선보이기도 한다. 덕분에 뮤지컬 관람을 위해 극장을 찾은 관객은 마법을 부리듯 콘서트 공연장으로 순간 이동한다.

데이트 한 번에 서로가 운명의 상대임을 직감하며 사랑에 빠지는 급작스러운 전개에 헛웃음을 치다가도, 레이첼을 질투하는 언니 니키까지 합세해 펼쳐지는 삼각 구도에는 심장까지 쫄깃해진다. 사건의 발단인 스토커는 공포 영화처럼 예상치 못한 순간에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 관객이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선배 노릇이 마음처럼 쉽지 않은 경호원 토니, 레이첼의 오스카상 수상을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는 홍보 담당 스펙터, 레이첼의 끼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아들 플레처 등 개성 넘치는 주변 인물들이 만들어 내는 익살스러운 장면은 양념처럼 극을 더욱 맛깔스럽게 만든다. 로맨스와 코미디, 스릴러를 정신없이 오가는 서사는 가창력과 화려한 무대만을 기대하고 온 관객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휘트니 휴스턴이 세상을 떠난 2012년은 런던에서 그녀의 음악이 뮤지컬로 새롭게 태어난 해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소프라노 가수를 칭하는 디바를 대중가수로서는 최초로 부여받은 그녀는 작품을 통해 독일, 미국, 중국 등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2016년 국내 초연 이후 3년 만에 돌아온 ‘보디가드’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은 관객은 그녀의 전성기를 직접 보고 느꼈을 사람부터 그 시절에는 태어나지도 않은 어린이까지 여러 세대를 아우른다. 가슴 뛰게 하는 이야기와 심장을 울리는 영원한 디바의 음악을 즐기는 데에는 역시 국적도 나이도 성별도 중요치 않다. 내년 2월 23일까지 엘지아트센터.
Copyrights ⓒ 조선일보 & 조선교육문화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