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12.11 13:30
서울시립미술관 비서구권 전시 프로젝트 ‘고향’, 내년 3월 8일까지

복잡한 사회적 맥락과 역사적 배경을 가진 중동 지역의 현대미술을 선보이는 ‘고향’전(展)이 내년 3월 8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지역 미술의 정체성을 다루는 비서구권 전시 시리즈의 2019년 세 번째 프로젝트다. 사람들이 고향을 잃거나 뺏기고, 고향이 없거나 고향을 모르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역사적 흐름 속에서 동시대 시각 이미지를 통해 민족의 개념을 살펴본다.
서구 사회에서 민족주의는 조상이 같고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는 종족을 기반으로 하지만, 비서구권 역사에서는 반식민주의가 그 출발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민족이 주는 유대감은 중동 혹은 아랍이라는 지역 미술의 정체성을 환기하는 상상력이다. 이번 전시에서 미술은 기나긴 시간 속 다양한 사건을 의미 있게 엮을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찾아 나서는 의식적 활동이다. 이에 중동 지역에서 발생한 여러 예술 활동을 살펴보고 한국에서의 교감과 공감의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한다.

전시는 4개 부문으로 구성된다. ‘기억의 구조’에서는 중동 지역에서 실질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고향을 뺏고 뺏기는 영토 분쟁을 담은 사진과 이러한 충돌, 폭력, 상실, 억압의 사건 주변에서 발생하는 개인적 경험을 기록한 이미지, 사운드 설치, 소묘 작업을 소개한다. ‘감각으로서의 우리’는 단순한 교환 행위의 범위를 넘어 상호성을 통해 구성되는 유대감이 어디서부터 출발하는지 묻는다. 인간의 근원적인 감각인 동시에 평범한 욕망인 유대감을 바탕으로 중동 지역을 비롯한 아랍권과 우리 사이의 관계를 엮어 생각해보게 만든다.
낯선 듯 친숙한 데자뷔나 친숙함 이면의 불안한 환상처럼 고향은 실질적인 영토에 얽힌 기억이나 축적된 문화적 감각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상실된 것을 되찾기 위한 소망이기도 하다. ‘고향 (Un)Home’에서 소개하는 일련의 영상 작품은 고향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마지막으로 ‘침묵의 서사’에서는 숱한 역사적 사건 속 탈락하거나 망각한 시간을 기입해 새로운 기원을 부여하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 기간 동안 할리드 쇼만 컬렉션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ACC 시네마테크 컬렉션의 영상 작업으로 구성된 스크리닝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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