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붓질하고 물감으로 지층 만들고… ‘그린 피스’展

  • 아트조선 송지운 기자

입력 : 2019.11.14 19:23

앤드류 다드슨, 아시아 첫 개인전 가져

< Blue Sea Islands > 205x152x9cm Oil and Acrylic on Linen 2019 /313 아트프로젝트
 
현대 회화 작가 앤드류 다드슨이 신작을 모아 아시아에서의 개인전을 처음으로 가진다. 작가는 회화 작품과 사진, 색상을 입힌 나무 등 여러 매체를 활용해 도시와 교외 지역의 자연환경을 탐구하고 인간이 자연에 남기는 흔적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그의 회화 작업은 자연의 진화를 재창조한다. 주로 소묘로 시작해 겹겹이 물감이나 흙, 모래를 덮어 지형과 같은 모습을 구현하고자 한다. 반복된 붓질은 섬이 되고 원형으로 도드라진 부분은 달을 연상하며 물결치는 선은 굽이치는 파도를 닮았다. 여러 색의 조합으로 형성된 이 유화 층은 단색의 표면으로 마무리되는데, 어떤 색은 그 표면에 비쳐 보이고 다른 색은 아래에서 모습을 감춘다. 층이 형성되며 가려지는 영역은 우리가 보이는 자연에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되돌아보게 한다.
 
< Pink Yellow Flowers > 150x190cm Inkjet Print 2019 /313 아트프로젝트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지난여름 캐나다 밴쿠버에 위치한 빈 주차장에서 촬영한 사진 작품을 선보인다. 자갈과 부서진 돌무더기로 덮인 메마른 평지는 여러 종류의 잡초가 자리를 되찾아가는 자생지가 돼 새로운 생태계를 형성한다. 그는 각기 다른 식물이 모여 있는 작은 영역에 집중해 흙에서 추출한 색소로 식물을 칠한다. 실제 크기보다 더 크게 인쇄한 이 작업을 통해 잡초의 줄기와 잎, 꽃봉오리, 수염뿌리가 서로 뒤엉킨 밀림 지대를 관찰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자연의 보전에 대한 상징적인 작업이며 우리에게 인간의 개입 없이 왕성하게 자라나는 야생 식물의 생명력을 상기시킨다.
 
색상이 입혀진 식물도 전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작가는 흙에서 추출한 색소로 초록 줄기와 잎을 채색하는데, 식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물감을 뚫고 자라난다. 작가는 붓을 사용해 색을 칠하지만 얇고 가벼운 붓질은 식물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다. 전시 제목 ‘그린 피스(Green Peace)’는 환경 운동의 기본 이념을 되짚어보게 만든다. 작가는 식물의 성장, 파도의 물결, 달의 주기 등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자연의 변화에 인간의 흔적을 덧붙여 이 이념을 흡수하고 확장한다. 자연에 생채기를 내기도, 때로는 변화시키기도 하는 이 흔적은 자연 친화적인 미래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하게 하고, 예측할 수 없는 자연이 우리에게 무엇을 드러낼 수 있는지 고민하게 한다. 내달 20일까지 313 아트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