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징후, 증세… 서용선의 역사 그리기

  • 윤다함 기자

입력 : 2019.11.13 17:20

신작부터 입체, 영상 등 100점 넘는 대규모 개인전
12월 8일까지 경기 파주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포로 5> 306x636cm 면에 아크릴 2018, 2019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제3의 선택, 김명복> 116.5x90.5cm 캔버스에 아크릴 2015, 2019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한국전쟁은 서용선(68)의 주요 화두 중 하나로, 그의 예술세계 전반에 걸쳐 있으면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작가는 전쟁 직후 서울에서 태어나 미아리 공동묘지가 있던 곳에 세워진 초등학교에 다니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전쟁 사상자가 너무 많아 포화상태가 된 미아리 공동묘지가 철거되고, 망우리 공동묘지로 이전이 진행되던 때였다. 학교 운동장에는 뼈가 쌓여있었고 포클레인으로 묘지를 파내 뼈에 붙은 살을 긁어내는 모습을 목격할 때도 더러 있었다. 지금은 쉬 상상도 가지 않는 장면을 직접 보고 자란 작가는 전쟁 후 한국 사회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급변의 과정을 몸소 경험했다. 그리고 이를 특정 사건과 함께 장소와 관련된 인물 초상으로 그려내는 작업을 이어왔다.
 
‘제3의 선택, 김명복’(2015, 2019)은 한국전쟁 당시 의용군으로 끌려갔다가 포로로 잡혀 북한 송환도 남한으로의 귀환도 아닌 제3국인 브라질을 선택해 극소에서 60년을 넘게 산 전쟁포로 김명복 할아버지를 그린 것이다. 전쟁과 분단 외에도 단종의 죽음, 임진왜란, 동학농민전쟁부터 세월호 참사와 촛불집회까지 역사적인 사건과 비극적인 상황에서 갈등하고 고통을 견뎌내고 저항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고유의 조형 언어로 형상화하는 데 몰두했다.
 
<사가모어 힐> 190.3x136.7cm 캔버스에 아크릴 2019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서용선의 개인전이 경기 파주 탄현면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에서 열리고 있다. 휴전 상태인 한반도의 현실을 다루는 동시에 세월호, 촛불집회, 대통령 탄핵 등의 사건을 다룬 신작 회화와 드로잉, 입체 등 100여 점을 선보이는 대규모 전시다. 단순히 역사를 그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개인사, 인물, 사건, 풍경이 겹치고 얽히며 다층적으로 역사를 읽어내고자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직접 그림의 모델이 된 인물을 인터뷰한 영상물도 공개됐다. 역사화를 그리게 된 계기를 두고 작가는 “단지 내가 태어나고 자란 현재의 환경이나 이와 연결된 좀 더 확장된 것으로 생각했을 뿐”이라고 했다. 자신의 경험과 인지에 기초한 대중과 사회, 정치적인 내용에 관심을 둬 온 서용선은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2009), 조선일보 제26회 이중섭미술상(2014)을 수상한 바 있다. 12월 8일까지.
 
<남과 북> 73x60cm 캔버스에 아크릴 2017, 2019 /아트센터 화이트블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