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11.11 17:23
페로탕 서울 (10. 31 - 12. 28)
■전시정보
전시제목 : We Used to Be Fish
전시일정 : 2019. 10. 31 - 12. 28
전시장소 : 페로탕 서울
주소 : 서울 종로구 팔판길 5

■전시소개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가희가 페로탕과의 첫 개인전 ‘We Used to Be Fish’를 가진다. 현대 기술이 가능하게 한 방대한 네트워크 시대 속에서 일련의 소통은 반드시 물리적인 접근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러한 방식에서 현대인의 시간은 연결과 분리 사이의 역설을 도모하는 것처럼 묘사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업은 더디지만 깊이 있는 개인적 유대감에 주목한다. 작가의 회화와 소묘에 등장하는 사적인 장면 속 감정은 그의 관능적인 시선을 통해 지극히 개인적으로 묘사된다.

■전시내용
한국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낸 작가는 종교적이고 엄격한 가정교육을 받으며 순응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자랐다. 이러한 경험은 종교가 강제하는 죄책감과 수치심을 넘어 지극히 사적인 영역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진다. 그의 작업에서는 일상의 소박한 즐거움을 엿볼 수 있는데, 나체의 연인이 사적인 공간에서 자유롭고 느긋하게 누워있거나 서로를 껴안고 있는 모습으로 등장해 여러 가지 욕망이 동시다발적으로 출현하는 장면을 포착한다. 저녁 식사를 하는 모습, 딴짓하는 고양이, 그리고 캔버스에 묘사된 정돈되지 않은 장면을 통해 드러나는 일상 속 은밀한 감정은 작가만의 이상적인 에로티시즘을 보여준다.
작품 속 파스텔 색조를 띠며 둥그스름한 형태로 과장되게 표현된 피사체는 각자 열망의 대상을 향해 손을 뻗는 형태로 묘사된다. 특히 인물의 손은 있는 힘껏 뻗은 모습으로 유전적으로 변형된 듯 과장된 모습이다. 피사체의 살갗의 묘사에서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선정성이 결여된 반면, 서로를 안고 있는 모습, 음식을 먹는 모습, 바깥의 풍경이 보이는 방에서 칵테일을 즐기는 모습 등 일상 속 간접적인 자극에 중점을 둔다. 한 작품에서는 껴안고 있는 커플이 등장해 스테이크를 먹으며 서로를 애무하고 개에게 먹이를 주는 장면이 동시에 포착된다. 절제되고 문명화된 쾌락의 의미 있는 해방을 위해 사회적 규범과 금기의 고의적인 전복이 필요하다고 설명하는 작가의 태도는 어느 정도 완고한 반항심을 내포한다. 이러한 과정은 부자연스러운 원시적 행동과 신체적 왜곡으로 발현된다.

연인의 은밀하고 이상적인 사생활을 담은 작업은 기술이 범하는 사생활 침해에 대한 반박을 넘어 사상적 틀 안에서 개인을 구속하는 엄격한 가정교육에 반하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로 여겨진다. 작가는 캔버스의 평면 속 수치심과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에서 안전함을 느낀다. 그곳에서 감각적, 육체적 만족을 동시에 느끼면서 진정한 관능으로 나아간다. 작품에 등장하는 피사체가 대상을 만지고 맛보고 응시하고 냄새를 맡는 모습은 우리에게 일련의 기쁨을 전달하며 이는 지극히 개인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