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11.05 22:50
파리 루이비통재단 미술관 축소해놓은 듯한 ‘미니미’
프랭크 게리의 트레이드마크인 곡선형 유리 패널 건축물 눈길
세계 다섯 번째로 전시장 ‘에스파스 루이비통’ 문 열고
건물 전 층 곳곳엔 커미션 작품으로 채워
‘알베르토 자코메티’展, 2020년 1월 19일까지


서울 청담동에 루이비통 메종 서울(Louis Vuitton Maison Seoul)이 문을 열었다. 유리 패널로 과감한 듯 세심하게 이뤄진 유연한 외관은 흡사 프랑스 파리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Fondation Louis Vuitton)을 축소해놓은 것 같은 미니미(Mini-me)를 연상한다. 두 건축물 모두 프랭크 게리(Frank Gehry)의 작품이다. 루이비통 메종 서울은 지그재그 형태의 입구와 쇼윈도, 테라스까지 건물 전체를 덮고 있는 유리와 상부의 일렁이는 루버 형식(Louvered)의 유리 패널이 어우러져 마치 건물이 구름 한가운데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여기에 하얀 석조 외벽은 무중력에 있는 것 같은 감상을 한층 더 강조한다. 게리는 수원화성과 흰 도포 자락을 너울거려 학의 모습을 형상화한 전통 동래학춤의 움직임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25년 전 서울을 처음 방문했을 때, 가장 감명받았던 점은 건축물과 자연경관의 조화로운 풍경이었다. 종묘에 들어섰을 때 받았던 강렬한 인상을 지금도 또렷이 기억한다. 한국 문화의 전통적 가치에서 영감을 받아 루이비통 메종 서울을 디자인하게 돼 매우 기쁘다.” 루이비통 메종 서울은 국내에 세워진 게리의 첫 작품이다.
내부 인테리어는 피터 마리노(Peter Marino)가 맡았다. 마리노는 12미터 높이의 층고가 돋보이는 입구부터 아늑한 라운지에 이르기까지 각 층마다 다양한 소재를 사용해 대조적인 볼륨감을 입혔다. “게리의 건물 외관에서 느낄 수 있는 넘실대는 에너지가 살아 숨 쉬는 건축적 특징을 살리는 데 주력했다. 인테리어에 사용된 스톤 소재는 외부에서부터 흐르듯이 이어지고 거대한 사각형의 역동성은 건축물의 바로크 양식 유리 창문과 뚜렷하게 대비를 이룬다.”


지하 1층부터 4층까지 총 5층짜리 건물이며, 실내 곳곳에는 작품과 아트퍼니처가 설치됐다. ‘예술은 어디에나 있다(Art is Everywhere)’라는 마리노의 메시지가 반영된 것으로, 마크 하겐(Mark Hagen), 브랜든 스미스(Brendan Smith), 루이지 매놀피(Luigi Mainolfi), 마틴 클라인(Martin Kline), 하모니 해몬드(Harmony Hammond), 베르나르 오베르탱(Bernard Aubertin), 안젤름 라일(Anselm Reyle) 등 현대미술 작가들의 커미션 작품을 볼 수 있다. 4층은 아예 통째로 전시장으로 운영된다. 도쿄, 뮌헨, 베네치아, 베이징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마련된 전시장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Espace Louis Vuitton Seoul)’이 개관, 재단 미술관 소장품인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의 조각 8점이 전시됐다. <장대 위의 두상(Tête sur tige)>(1947) <쓰러지는 남자(Homme qui chavire)>(1950) 등 자코메티의 대표작으로 채워졌다. 이처럼 재단 컬렉션을 선보이는 프로젝트 ‘미술관 벽 너머(Hors-les-murs)’는 소장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더 많은 대중에게 작품 관람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재단의 목표를 반영한다. 에스파스 루이비통의 관람료가 무료인 이유다. 이번에 개관한 서울 공간은 재단 미술관에 비해 공간 크기는 협소하지만 미술관의 외관을 꼭 닮은 만큼 재단 소장품 등 수준 높은 기획전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Copyrights ⓒ 조선일보 & 조선교육문화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