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너머 엿보는 현대인의 민낯

  • 아트조선 송지운 기자

입력 : 2019.11.04 16:03

국립극단 해외 초청 공연 ‘인테리어즈’, 15~17일 명동예술극장

해외 공연 모습 /국립극단 ©Tim Morozzo
 
실험적이고 새로운 시도로 기존 연극의 틀을 탈피하는 영국 스코틀랜드 극단 배니싱 포인트의 ‘인테리어즈(Interiors)’가 초청돼 국내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은 ‘리차드 3세’ ‘밖으로 나왓!’ 등 전 세계적으로 우수한 연극을 국내 관객에게 선보여온 국립극단의 해외 교류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인테리어즈’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벨기에의 상징주의 작가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희곡 ‘인테리어(Intérieur)’를 각색한 극이다. 작가의 작품 중에서도 독특한 시도로 높은 평가를 받는 이 희곡은 창문을 통해 집 내부를 들여다보는 관찰자의 시점에서 겉으로는 화목해 보이는 인물의 내적 갈등을 감각적으로 담아냈다. 이번 공연을 연출한 매튜 렌튼(Matthew Lenton) 예술 감독은 블랙 코미디 요소를 부각해 원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더불어 등장인물을 최소화하고 액자식 구성으로 무대 안에 또 하나의 세계를 구축해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작품은 2009년 에든버러 초연 후 약 10년 동안 프랑스, 이탈리아, 러시아 등 세계 각지에서 공연되며 실험 연극의 지평을 넓혔다.
 
해외 공연 모습 /국립극단 ©Tim Morozzo
 
무대 위 집안을 창문 너머로 들여다보는 독특한 형식으로 이뤄진 극은 집 내부의 소리를 직접 들려주지 않고 관찰자의 시점과 목소리를 빌어 관객에게 전달한다. 행복하게만 보이는 표면적인 모습 이면에 겉모습과 대조되는 등장인물의 생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사랑과 아픔, 삶과 죽음 등 다양한 요소를 대하는 인물의 모습을 바라보며 관객 또한 자신의 민낯과 마주하게 된다. 아늑한 집과 감각적인 조명 그리고 몽환적인 영상이 어우러진 무대를 통해 관객은 최면에 걸린 듯한 강렬한 경험을 한다. 공간 활용, 표현 방식 등 기존 연극의 관습을 타파하는 작품을 선보여온 극단 배니싱 포인트가 한국 관객에게도 새로운 영감과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11월 15일부터 17일 명동예술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