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11.04 14:05
내년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맞아 “인간의 참혹함에서 존엄으로 나아가길 바라”

남산예술센터와 ‘공연창작집단 뛰다’가 공동 제작한 ‘휴먼 푸가’가 오는 6일 개막한다.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을 받은 한강의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가 원작이며 국내 무대화는 처음이다. 원작은 1980년 5월, 계엄군에 맞서 싸운 사람과 남겨진 사람의 고통을 그린다. 하나의 사건이 낳은 고통이 여러 사람의 삶을 통해 변주되고 반복되는 소설의 구조는 독립된 멜로디가 되풀이되고 교차하고 증폭하는 푸가 형식과 맞닿아 있다.
남산예술센터 공동제작 공모를 통해 선정된 이번 작품은 연극과 문학의 만남이다. 극은 소설 속 언어를 무대로 옮기지만, 국가가 휘두른 폭력으로 인해 죽은 자와 살아남은 자의 증언을 단순 재현하지 않는다. 배우는 연기하지 않고 춤추거나 노래하지 않는다. 보편적인 연극이 가진 서사의 맥락은 끊어지고 관객은 인물의 기억과 증언을 단편적으로 따라간다. 슬픔, 분노, 연민의 감정을 말로 뱉지 않고, 고통의 본질에 다가가 인간의 참혹함에서 존엄으로 나아가기를 시도한다.

‘고통에 대한 명상’ ‘바후차라마타’ ‘이 슬픈 시대의 무게’ 등 공연창작집단 뛰다가 오랫동안 작업해온 고통의 사유와 방법론이 집약될 이번 공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대 위의 배우다. 배우는 몸짓과 오브제의 변주, 교차, 증폭을 통해 감각의 확장을 꾀한다. 8명의 배우와 제작진은 지난 1월 한강 작가와의 만남 이후, 역사 속에서 반복되는 폭력의 모습을 제대로 마주하기 위해 몇 차례 광주를 방문했다. 배우 각자의 움직임을 발견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이야기하는 방식을 찾는 과정이었다.
원작은 지난 6월 ‘The Boy is Coming’이라는 제목으로 폴란드 스타리 국립극장에서 공연된 바 있다. 5·18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공연이 유럽에서 현지 연극인에 의해 무대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한국과 폴란드는 대학살을 경험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맥락을 공유한다. 남산예술센터는 내년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이해 그 정신과 가치를 확산할 수 있도록 양국에서 제작한 공연의 교류를 추진하고 있다. 11월 6일부터 17일까지 남산예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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