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10.22 11:17
차규선 개인전 ‘風·景’, 신작 26점과 대표 시리즈 선봬

차규선이 개인전 ‘풍·경(風·景)’에서 심상 풍경 신작 26점을 비롯해 ‘풍경’ ‘꽃’ ‘너바나’ 등 대표적인 시리즈 전체를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작가의 회화는 분청사기를 평면화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분청사기는 청자나 백자와 달리 자유분방하고 실용적인 형태에 다양한 분장 기법으로 장식한 도자기다. 창작의 고통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던 와중에 캔버스에 흙을 바르고 분청사기의 표면처럼 흰색 안료를 칠하거나 흩뿌리며 상처를 내던 것이 지금의 그림으로 이어졌다. 작가는 어린 시절 짓무른 땅에 나뭇가지로 목적 없이 낙서하던 행위가 예술이 됐다고 회고한다. 이후 2001년 호암미술관에서 개최된 ‘분청사기 명품전’에서 만난 ‘분청사기조화수조문편병(粉淸沙器彫花樹鳥文扁甁)’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을 발전시켜 ‘분청회화’라 이름 붙였다.

작가는 도자 흙과 수성 안료를 섞어 이룬 바탕 위에 아크릴이나 흰색 안료를 덧칠한 후 나뭇가지, 나무 주걱, 부러진 붓 등으로 풍경이나 사물의 형상을 그린다. 그 위로 아크릴을 흩뿌리거나 오일 물감이나 먹으로 작업하기도 하고, 물을 뿌려 번짐이나 빈티지한 효과를 주기도 한다. ‘풍경’ 시리즈는 바탕의 흙이 마르기 전에 순간적인 직관에 따라 작품을 완성한다. 사계, 계곡, 산, 꽃, 눈, 폭포, 소나무 등 전국을 돌아다니며 담아낸 자연 풍경을 형상화한 이유는 고향 경주의 영향이기도 하고,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영원성의 표상이며 정서적 산물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예술가에게 무궁한 영감의 원천이 되는 자연 앞에서 겸허하게 스스로를 자각하며 시대에 맞는 방법과 미적 감각으로 작업하고자 한다.
오랜 시간 재료를 다루며 체득한 능숙함과 강한 필치로 시를 읽듯 간결하게 표현된 작가의 회화는 시대의 조류나 전통에 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해석과 과감한 화면을 보여준다. 작가만의 감성과 작업 방식에 기인한 동양적 정취와 분청사기의 단아한 역동성을 담고 있는 분청회화를 통해 한국 미술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새로이 발견하고자 한다. 내달 10일까지 소울아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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