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만에 백남준 ‘시스티나 성당’ 재현되다

  • 윤다함 기자

입력 : 2019.10.17 20:46

1993년 베네치아비엔날레 이후 최초
런던 테이트모던서 역대 최대 규모 회고전 개막
‘Nam June Paik’展, 내년 2월 9일까지

 
26년 만이다. 1993년 백남준이 베네치아 비엔날레 독일관 작가로 참여해 선보였던 <Sistine Chapel>(1993)이 오늘날 런던에서 최초 재현됐다. 그해 백남준이 비엔날레 국가전시관 부문 황금사자상을 받는 데 일조한 작품 중 하나다. 17일 런던 테이트모던에서 백남준 회고전이 개막했다. 200점 넘는 작품과 아카이브로 꾸려지는 역대 최대 규모로, 그간 공개되지 않은 실험적인 초기작을 포함해 대작 설치 등이 내걸렸다.
 
Sistine Chapel 1993. Install view, Tate Modern 2019. Medium Video projectors, metal, wood, custom video switchers and four video channels, colour, sound. Courtesy of the Estate of Nam June Paik © Tate (Andrew Dunkley)
Sistine Chapel 1993. Install view, Tate Modern 2019. Medium Video projectors, metal, wood, custom video switchers and four video channels, colour, sound. Courtesy of the Estate of Nam June Paik © Tate (Andrew Dunkley)
 
무성한 수풀 사이에서 여러 대의 TV가 마치 식물처럼 자라나는 형상으로 점차 사라지는 자연과 기술 사이의 경계를 고민하는 대작 <TV Garden>(1974, 2002)을 비롯해 백남준의 첫 로봇 작품 <Robot K-456>(1964)이 전시됐다. 1980년대 방송된 위성 영상 세 점도 다시 볼 수 있다. 피터 가브리엘(Peter Gabriel), 로리 앤더슨(Laurie Anderson),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루 리드(Lou Reed) 등 대중문화 아이콘을 담아 당대의 ‘MTV 미학(MTV Aesthetic)’을 규정하고자 한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
 
첼리스트 샬롯 무어맨(Charlotte Moorman)과 함께한 도발적인 퍼포먼스가 담긴 <TV Cello>(1971) <TV Bra for Living Sculpture>(1969)의 기록 영상과 사진도 눈길을 끈다. 아울러 백남준의 작업에서 중요한 첫 개인전이었던 <Exposition of Music – Electronic Television>을 재현한 공간도 마련됐다. ‘장치된’ 피아노,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된 악기들, 조작된 텔레비전 초기작 등 당시 전시에 걸렸던 작품들 중 상당수가 다시 전시됐다.
 
TV Garden 1974-1977 (2002). Install view, Tate Modern 2019. Live plants, cathode-ray tube televisions and video, colour, sound. installation dimensions variable. Kunstsammlung Nordrhein-Westfalen, Dusseldorf © Tate (Andrew Dunkley)
 
전시와 연계해 부대 행사가 운영된다. 28일부터 11월 18일까지 매주 월요일 예술가가 미래를 표현하기 위해 어떤 미디어를 사용하는지 알아보는 4주 코스 강연 ‘미래는 지금이다(The Future is Now)’를 시작으로, 29일 현대미술에서 백남준의 영향에 대해 논하는 학술 토론회 ‘백남준의 네트워크(The Networks of Nam June Paik)’가 열린다. 11월 29일에는 백남준의 영향을 주제로 음악, 영화 등이 이뤄지는 ‘유니클로 테이트 레이트: 백남준(Uniqlo Tate Lates: Nam June Paik)’, 12월 3일은 자크 블라스가 백남준이 자신의 작품세계에 미친 영향에 대해 말하는 ‘작가 토크: 자크 블라스 (Artist’s Talk: Zach Blas)‘가 예정돼 있다. 전시는 내년 2월 9일까지 이어진다.
 
Nam June Paik at Tate Modern, 2019, install view © Tate (Andrew Dunkl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