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10.17 15:23
기매리, 다이애나밴드 등 5명의 사운드 아티스트 참가
남원의 소리를 주제로 하는 전시 ‘남원사운드페스티벌 2019 : 행동하는 소리!’가 27일까지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에서 열린다. 지리산, 섬진강 등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가진 남원은 농악과 동편제의 발상지로 알려져 있으며, 국악 연주 분야에서도 훌륭한 전통이 이어져 오고 있다. 소리꾼은 남원에 사는 사람을 두고 잘 듣는 자, 일명 ‘귀명창’이라 부르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배민경, 다이애나밴드, 권병준, 기매리, 강영민이 음향과 영상을 비롯해 관객 참여형 예술 작업을 선보인다.

강영민은 지리산에 숨어든 빨치산의 코 고는 소리를 재현해 10초간 숨을 멈추고 촬영한 지리산의 소리와 풍경을 병행시켰다. 숨을 멈추는 행위는 죽음을 상징함과 동시에 지리산이라는 거대한 자연 속 개인이 느끼는 무한한 숭고함을 드러낸다. 권병준은 5개의 헤드폰에 사물놀이를 이루는 개별 악기 소리를 담아 관객이 서로에게 다가가면 소리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작가는 농업 공동체 사회에서 생겨난 사물놀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소통이 결여된 현대인의 재화합을 유도한다.

기매리는 섬진강, 천왕봉 등 남원을 바라보는 넓거나 높은 시선을 아래로 끌어내려 남원의 소외된 곳이나 산길을 탭 댄스를 추며 거닐었다. 전시장에는 여행하는 댄서의 발을 촬영한 영상이 상영되며, 우리가 모르던 남원의 소리가 크게 울려 퍼진다. 다이애나밴드는 남원에서 수집한 폐기물과 낡은 전자제품을 사운드 오브제로 활용해 와이파이를 통해 서로의 소리에 반응하는 작품을 만들어, 의미 없는 추임새를 주고받던 농민의 노동요를 재해석했다. 배민경은 옛 소리꾼이 득음을 위해 찾던 지리산의 구룡 폭포를 작품에 담아, 삶의 일부이자 경외의 원천이었던 자연이 소비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린 현재에 대해 자조하는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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