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10.01 17:56
‘하드 믹스 매스터 시리즈 2 : 노블레스 하이브리디제’展
서로 다른 양극 문화의 혼종 짚어내
대리석 위에 그린 최신작 공개
문화적 혼종과 충돌은 코디최(Cody Choi·58)의 평생 화두였다. 1980년대 도미 후 이민 1.5세 이방인으로서 맞닥뜨려야 했던 문화적 소화 불량의 시기를 분홍빛 조각으로 나타낸 <The Thinker>로 국제 미술계에 각인된 그는 동서양 문화적 충돌과 소외감에서 비롯된 새로운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지금껏 이어오고 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미술사학자 존 C. 웰치맨의 기획으로 쿤스트할레 뒤셀도르프, 마르세유 현대미술관, 독일 켐니츠 미술관 등에서 순회 회고전을 가지고, 2017년 베네치아 비엔날레 한국관 대표 작가로 선정되는 등 특유의 위트와 유머, 진정성으로 세계 아트씬의 러브콜을 받아온 작가가 그간 공개하지 않은 최신작을 펼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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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전 <하드 믹스 매스터 시리즈 2 : 노블레스 하이브리디제>에서는 이종(異種)의 문화가 충돌해 탄생되는 제3의 문화현상에 집요하게 주목해온 작가의 실험적 시도를 확인할 수 있다. ‘노블레스 하이브리디제(Noblesse Hybridige)’는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패러디한 합성어로, 당대에 만연한 문화 혼종과 이와 대면하는 현대인의 심리 상태를 사유한다. 특히 로코코와 사군자라는 판이한 두 성질의 미술양식을 혼합해 이들 두 귀족적 취향의 혼종을 은유하고자 한다.
코디최는 동서양의 두 매스터 문화를 한 화폭에 충돌시키는데, 즉 로코코와 사군자는 각각 17~18세기 프랑스와 고려·조선시대 귀족이 즐겨 향유한 미술 양식이란 공통점을 지니지만 실로 그 정신과 기법은 서로 판이하다. 로코코는 사랑의 신화를 화려하고 섬세하게 그려냈다면, 사군자는 군자의 삶을 검소한 일필휘지로 그어낸다. 작가는 이 둘의 상반된 이미지를 서양의 전통 안료인 유화와 동양 옻칠의 대체재인 캐슈, 현대식 기법인 UV 프린트로 여러 겹 겹쳐 인조대리석에 투사한다. 두 매스터 사이의 거대한 간극, 그러나 전통과 현대, 혹은 진짜와 가짜를 서로 오가며 하이브리드 가운데 지어진 화면은 혼종적이며 묘한 아름다움을 뿜어낸다. 아울러 작업 초창기 겪었던 문화적 소외감을 분홍빛 액상 소화제를 소재 삼아 해학적으로 풀어낸 대표작 <The Thinker>의 브론즈 버전도 함께 전시된다. 26일까지 서울 삼청로 PKM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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