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다다익선’ 원형 유지해 복원된다

  • 윤다함 기자

입력 : 2019.09.11 15:17

국립현대미술관 “현재 브라운관 모니터 최대한 수리해 원형 살릴 계획”
2022년 전시 재개 목표, 3개년 복원 프로젝트 가동

 
백남준의 <다다익선>이 원형을 최대한 유지하는 방향으로 복원된다. 11일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현재의 브라운관(Cathode-Ray Tube) 모니터가 탑재된 원형을 유지, 보존해 2022년 전시 재개를 목표로 3개년 복원 프로젝트를 가동에 나선다고 밝혔다.
 
<다다익선>은 비디오아트의 창시자인 백남준의 유작 중에서도 최대 규모(모니터 1003대)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그러나 지난해 2월 브라운관 모니터의 노후화에 따른 화재발생 위험 등 안전성을 문제로 가동이 중단됐다. 이후 미술관은 독일 ZKM, 미국 MoMA, 휘트니미술관 등 국내외 전문가 40여 명의 의견을 조사하고, CRT 모니터를 대체 가능한 신기술 적용 여부를 검토하는 등 작품의 보존·복원과 관련해 최선의 결론을 도출하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것은 백남준의 작품세계에 대한 이해도와 실제 작품의 보존처리 경험 여부였다. 아울러 <다다익선> 개별 작품에 대한 연구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의견에 중점을 뒀다.
 
그 결과, 미술관은 작고한 작가의 작품을 복원하는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자세는 ‘원형 유지’라고 결론지었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시대성을 반영하며 <다다익선>의 CRT 모니터는 20세기를 대표하는 미디어 매체로 미래에 20세기를 기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생전 백남준은 작품에 새로운 기술을 수용하는 데 적극적이었으며, 작품에 활용된 기존 제품이 단종 될 경우 신기술을 적용해도 좋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백남준 <다다익선> ⓒ남궁선
 
백남준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세계 유수의 미술관들은 국립현대미술관과 같은 고민을 안고 있기 때문에 이를 위한 범 미술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따라서 <다다익선>의 보존·복원에 대한 세계 미술계의 이목이 쏠린 현 시점에서 향후 백남준 미디어아트 복원의 대표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미술관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방향으로 <다다익선>의 보존과 복원을 추진한다.
 
첫째, <다다익선>을 위해 CRT 모니터를 최대한 복원하여 작품이 갖는 시대적 의미와 원본성을 유지하는데 노력할 것이다. 세계적으로 CRT 모니터의 생산은 중단됐으나 미술관은 미디어 작품을 위한 재생산의 가능성을 다각도로 타진하고 있으며, 동일 기종의 중고품을 구하거나 수리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최근 대두되고 있는 CRT 재생기술 연구를 위한 국제적 협업을 도모할 것이다.
 
둘째, CRT 모니터를 최대한 활용하되 부품 확보 어려움 등 한계로 인한 다른 모니터로의 전환이 불가피한 경우, LCD(LED), OLED, Micro LED 등 대체 가능한 최신기술을 부분적으로 도입해 CRT 모니터와 혼용한다. 
 
셋째, 이러한 방향 아래 2019년 연말까지 사례 및 기술 연구를 지속하고 2022년 전시 재개를 목표로 2020년부터 3개년 중장기 복원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넷째, CRT 모니터 재생 및 적용, 복원, 전시 재개에 앞서 가동시간 단축 등 작품 보존 강화를 위한 관리방안을 수립하고 복원 프로젝트의 전 과정은 연구백서로 발간하여 백남준 비디오 작품의 보존에 관한 국제적 모범을 제시한다. 또한 작가와 관련된 아카이브 자료를 정리하여 관련 전시도 추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