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8.27 13:13 | 수정 : 2019.08.27 13:18
마이클 베빌악쿠아 등 美미술시장 동향 보여주는 작가 7인
조선일보미술관 ‘Art Chosun On Stage Ⅲ’ 기획전, 9월 8일까지


조선일보미술관 기획 ‘아트조선 온 스테이지(Art Chosun On Stage)’ 시리즈 전시 ‘회화의 사계절(The Four Seasons of Painting Show)’이 29일 개막했다. <아트조선>과 강희경 패러다임아트컴퍼니 대표가 지난 1년간 함께 기획해 마련된 자리로, 한 단어로는 담아낼 수 없는 사계절의 요소처럼 폭넓은 관점의 실험적인 작품이 내걸렸다. 관객은 각자의 경험과 취향에 따라 매우 개인화된 시각으로 작품을 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으며, 사계절의 다양한 풍경을 마주하며 바쁜 도시 생활 속의 망중한과 같은 경험을 선사한다.

패러다임아트컴퍼니는 1999년 미국 뉴욕에 설립돼 20년간 미술전시 기획과 아트 컨설팅 사업을 운영해왔다. 베테랑 전시 기획자이자 미술품 컬렉터인 강 대표와의 협업으로 성사된 이번 전시에는 그렉 보긴(Greg Bogin), 조쉬 림즈(Josh Reames), 로렌 실바(Lauren Silva), 매튜 헨젤(Matthew Hansel), 마이클 베빌악쿠아(Michael Bevilacqua), 웬디 화이트(Wendy White), 포즈(POSE(Jordan Nickel)) 등 오늘날 미국 미술시장의 동향을 보여주는 작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고유의 기법과 표현 방식을 통해 독창적인 작품 활동을 펼치는 이들 모두 회화라는 매체를 사용하지만, 주제와 표현방식은 서로 접점 없이 상이하며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작가 7인은 환경 변화를 예리하게 포착하고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각자의 해석을 더해 개성 넘치는 에너지와 신선한 영감의 작품을 선보였다. 오직 회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날로그적 감성에 미래적 관점을 더한 흥미로운 작품들이다.

그렉 보긴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거리의 간판 등에 영감을 받아 다채로운 형태의 캔버스로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탐구한다. 미니멀리즘과 팝아트, 기하학적 추상화와 비슷해 보이지만, 밝은색의 아크릴 물감을 캔버스에 분사해 매끄러운 표면을 다진 뒤, 캔버스 내부에 공백을 만들어 그림이 걸린 벽 자체를 구성요소로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주목받는 조쉬 림즈의 작품은 붓질의 질감이나 인물의 표현 방식에서 전통적 회화 방식을 지켜가는 동시에 사회적 이슈를 로맨틱하고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결합해 자신만의 정체성이 담긴 독창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인터넷에서 얻은 이미지를 스크롤하듯 캔버스에 나열하고, 구부러진 네온사인과 컴퓨터 그래픽, 드로잉 등이 사실적 묘사와 함께 화면에 둥둥 떠다니는 듯하다.
뉴욕 브루클린에서 작업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로렌 실바는 실크에 직접 과감한 붓질과 콜라주를 접목해 강렬하고 따뜻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표현한다. 광택 있는 실크에 디지털 방식으로 조작된 이미지를 인쇄하고 아크릴, 잉크 등을 더해 추상화를 제작한다. 매끈한 실크 위에 펼쳐지는 회화는 포토샵에서부터 붓질까지 진짜와 가짜 사이의 상호작용에 의해 복잡한 공간을 구축하며 보는 이에게 궁금증을 일으켜 오래 머무르며 보게 되는 봄, 가을의 기운을 주는 작품이다. 반면, 매튜 헨젤은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의 고전 회화를 분해하고 팝아트적 이미지와 병치시켜 가상의 역사화를 제작하는데, 가상의 역사적 순간을 만들고 이러한 행위가 어떻게 역사와 현재로부터 재정의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작가는 2011년 뉴욕 예술 재단의 Fiscal Sponsorship에 선정돼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음악과 패션, 영화, 애니메이션, 각종 SNS 등의 다양한 이미지를 활용하는 마이클 베빌악쿠아는 자신의 취향과 경험을 바탕으로 '우연한 연관성'에 초점을 맞춰 작업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봄이나 여름을 표현하는 듯한 색감과 그림의 표면에 나타난 그리드를 아날로그와 디지털 방식으로 표현함으로써 회화의 또 다른 면을 강조한다. 샴페인을 마시고 캐비아를 먹으며 불평만 늘어놓는 상류층의 아이러니함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회화를 만나볼 수 있다. Palais de Tokyo(파리), Chelsea Art Museum(뉴욕), Deste Foundation(아테네) 등에서 작품을 선보였으며, The Mitsuni Collection(도쿄), The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뉴욕), San Francisco Museum of Modern Art(샌프란시스코), Astrup Fearnley Museum(오슬로) 등의 주요 기관에 작품이 소장됐다.
웬디 화이트는 친숙한 소재도 예술로 재탄생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주변의 도시와 거리 구조물, 수백만 명의 행인들이 가한 물리적 흔적은 그의 작업 원천이다. 밝고 빛나는 색조는 남부 캘리포니아의 서핑보드를 연상하는 동시에 그의 뉴욕 스튜디오에 인접한 골목길을 재현하고 데님의 콜라주와 함께 거리의 문화를 기록한다. 흔적 위에 덧쓰기와 같은 그녀의 드로잉 방식은 다층적인 의미를 지닌 흔적들의 혼합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2017년에 완공된 메르세데스벤츠 스타디움과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Takashi Murakami(도쿄), UBS Art Collection(취리히), ARCO Foundation(마드리드) 등에 작품이 들어가있다.

시카고에 기반을 둔 스트리트 아티스트 포즈의 작품은 많은 시간을 쏟아서 완성되는 만큼 시각적으로나 개념적으로 견고하다. 색감을 통해 팝적 이미지를 전달하기도 하고 초현실적인 회화를 통해 사회적 이슈와 정치적 이슈에 대한 개인적인 영감과 해석을 쏟아낸다. 활기찬 색채는 열정적인 여름을 떠올리게 한다.
지친 일상에 따뜻한 감성과 위로를 선물 받고 싶다면 이번 전시와 함께 기분 좋은 휴식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9월 8일까지. 월~일 오전10시~오후5시. (02)724-7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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