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8.21 22:36
[최웅철 한국화랑협회장]
협회, 문체부에 근대미술관 설립 건의
근대미술관, 근대미술품의 가치 근거 뒷받침할 것
국내 화랑계 매출 양극화 심화… “돌파구는 근대미술”
바야흐로 한국 근대미술 전성시대다. 국공립미술관부터 상업갤러리에 이르기까지 한국 근대미술을 주제로 한 전시를 앞다퉈 내보이고 있고, 한국화랑협회는 지난 5월 문체부에 ‘한국근대미술관’ 설립을 건의하고 나선 상황이다. 지난달 한 미술품 옥션사에서는 미술 시장에서 저평가된 근대 작가들만을 아예 따로 모아 경매를 열어 전(全) 작품이 낙찰되는 성공적인 결과를 내기도 했다. 이에 <아트조선>은 최근 국내 미술계에 불고 있는 근대미술 재조명 붐을 점검해보고 그 의의를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지난해 발표된 미술시장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49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24.7% 성장한 값으로, 조사가 시작된 2008년 이래 최고치였다. 수치상으로는 국내 미술시장의 판이 커진 것 같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조금 다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냥 고무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4900억원 중 미술관, 경매사, 미술은행, 아트페어 등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국내 화랑에서 발생한 매출액은 2500억원이다. 그중 한 화랑에서만 홀로 1200억원을 팔아치웠고, 여기에 손가락으로 헤아릴 정도의 주요 화랑 몇 군데의 매출을 제하면, 전체 거래액의 80%에 해당하는 2000억원이 빠져나간다. 그 말인즉슨 메이저 화랑을 제외한 나머지 400여 화랑이 나누기도 민망한 20%를 쪼개 먹고 있는 실정이다.
소수의 대형 화랑이 시장거래를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그들의 매출액 2000억원 중 80%가 해외 작품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렇듯 수요는 해외 작품에 쏠리는데, 이른바 잘 나간다는 해외작가들에 중소화랑은 사실상 접근조차 불가능하다. 잘 팔리는 해외 작가들은 이미 대형 화랑의 전속이기 때문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국내 작품은 시장에서 점차 도태되고 화랑계의 빈부 격차만 심화되는 꼴이다. 국내 미술시장이 커지고 있다한들 결국 남 좋은 일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하는 이유다.
이에 (사)한국화랑협회는 중소화랑의 생존과 국내 미술시장의 건강한 자생력을 기르기 위해 ‘근대미술관 설립’ 카드를 꺼내 들었다. 최웅철 화랑협회장은 메이저갤러리와 중소화랑 간의 빈부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실마리로 근대미술관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소수의 화랑이 총매출액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정상적인 양극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근대미술관 건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근대미술로 국내 미술시장 판을 키울 방안은 무엇인지 최 회장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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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문화체육관광부에 근대미술관 건립을 건의했다. 이후 진척 현황은.
지난 5월 10일 박양우 문체부 장관 주재하에 열린 예술분야 협회·단체장 간담회 자리에서 한국의 근대미술을 재조명하고 국내외적으로 알릴 수 있는 플랫폼, 즉 근대미술관의 건립 필요성을 설명하고,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과 석조전을 독립법인화해 근대미술관으로 만들자고 건의한 상태다. 다만 현재로선 책정된 예산도 없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근대미술품을 케어하고 보증할 수 있는 큰 기관이 뒷받침돼야 한다. 해외의 경우, 대형 화랑들이 이런 역할을 하고 있지만, 현재 한국 미술시장의 여건에서는 정부가 나서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메이저 화랑에서든 어디에서든 나서서 집중적으로 관리해줘야 가격도 물고 가는 건데, 그럴 수 없으니 정부 차원에서 근대미술관 설립을 통해 근대미술품의 가치 근거를 마련해달라 촉구하고 있다.
근대미술품을 케어하고 보증할 수 있는 큰 기관이 뒷받침돼야 한다. 해외의 경우, 대형 화랑들이 이런 역할을 하고 있지만, 현재 한국 미술시장의 여건에서는 정부가 나서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메이저 화랑에서든 어디에서든 나서서 집중적으로 관리해줘야 가격도 물고 가는 건데, 그럴 수 없으니 정부 차원에서 근대미술관 설립을 통해 근대미술품의 가치 근거를 마련해달라 촉구하고 있다.
─국내 미술계에서 한마음 한뜻으로 근대미술 재조명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현재 상황을 점검해본다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 여기저기서 근대미술을 발굴하는 데 관심을 가져주고 있다. 현재의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진정한 열풍이 되길 바란다. 근대미술의 현황을 이야기하기 전, 국내 미술시장의 과거 흐름과 컬렉터층을 먼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샐러리맨도 그림을 사던 시대가 있었다. 1980~1990년대 초반에는 특수경기를 누리며 중산층이라면 그림 한 점 쉽게 사던 때였다. 거기에 개인주택에서 아파트로 주거환경이 변화하며 그림을 걸 수 있는 여건 조성도 한몫했다. 남관, 최영림, 박항섭, 황유엽, 홍종명 등 없어서 못 팔았다. 1990년 초반까지 한국 미술시장에서 근대미술은 자긍심이었다. 그러나 걸프전이 발발하며 작품가는 폭락했고, 그때 그림을 샀던 사람들은 다시는 작품을 구입 안 하게 됐다. 큰맘 먹고 산 그림이 그렇게 폭락하는 걸 겪었으니 말이다. 2000년대 들어서 양상은 살짝 변했는데, 해외 유학파들이 컬렉터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옥션이 생기면서 가격변동이 눈에 뻔히 보이니 지속적으로 작품 구입이 이뤄지지 못했다. 이렇게 한국 컬렉터층이 무너졌다.
오늘날 작품 사는 사람들은 두 부류인 것 같다. 주변인이나 지인 때문에 사거나, 철저하게 투자로 접근하거나. 그중 투자로 사는 컬렉터들 대다수는 해외 유학파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해외에서 구매하기를 선호하고, 우리나라에서 구입하더라도 작가를 관리할 수 있는 메이저 화랑에서만 사더라. 이런 상태가 거듭돼왔고 소수의 대형 화랑을 제외한 나머지 중소화랑은 낄 자리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 여기저기서 근대미술을 발굴하는 데 관심을 가져주고 있다. 현재의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진정한 열풍이 되길 바란다. 근대미술의 현황을 이야기하기 전, 국내 미술시장의 과거 흐름과 컬렉터층을 먼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샐러리맨도 그림을 사던 시대가 있었다. 1980~1990년대 초반에는 특수경기를 누리며 중산층이라면 그림 한 점 쉽게 사던 때였다. 거기에 개인주택에서 아파트로 주거환경이 변화하며 그림을 걸 수 있는 여건 조성도 한몫했다. 남관, 최영림, 박항섭, 황유엽, 홍종명 등 없어서 못 팔았다. 1990년 초반까지 한국 미술시장에서 근대미술은 자긍심이었다. 그러나 걸프전이 발발하며 작품가는 폭락했고, 그때 그림을 샀던 사람들은 다시는 작품을 구입 안 하게 됐다. 큰맘 먹고 산 그림이 그렇게 폭락하는 걸 겪었으니 말이다. 2000년대 들어서 양상은 살짝 변했는데, 해외 유학파들이 컬렉터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옥션이 생기면서 가격변동이 눈에 뻔히 보이니 지속적으로 작품 구입이 이뤄지지 못했다. 이렇게 한국 컬렉터층이 무너졌다.
오늘날 작품 사는 사람들은 두 부류인 것 같다. 주변인이나 지인 때문에 사거나, 철저하게 투자로 접근하거나. 그중 투자로 사는 컬렉터들 대다수는 해외 유학파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해외에서 구매하기를 선호하고, 우리나라에서 구입하더라도 작가를 관리할 수 있는 메이저 화랑에서만 사더라. 이런 상태가 거듭돼왔고 소수의 대형 화랑을 제외한 나머지 중소화랑은 낄 자리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근대미술관 건립은 국내 미술시장의 자생을 위해서 필연적이라고 했는데.
화랑협회원들 대부분 업력이 30년 이상인데, 그들 대부분은 근대미술품을 상당수 갖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작품가가 30년 전보다도 더 싼 지경이니, 수요도 없고 당연히 거래도 안 된다. 근대미술 작가에 대한 재조명과 재평가가 이뤄져야 중소화랑이 먹고살 길이 열린다. 현 상태로는 미술시장이 계속 확장되더라도 외국작품만 많이 팔리는 것이지, 국내 미술품의 입지는 점점 더 줄어들 것이다.
화랑협회원들 대부분 업력이 30년 이상인데, 그들 대부분은 근대미술품을 상당수 갖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작품가가 30년 전보다도 더 싼 지경이니, 수요도 없고 당연히 거래도 안 된다. 근대미술 작가에 대한 재조명과 재평가가 이뤄져야 중소화랑이 먹고살 길이 열린다. 현 상태로는 미술시장이 계속 확장되더라도 외국작품만 많이 팔리는 것이지, 국내 미술품의 입지는 점점 더 줄어들 것이다.
─미술시장의 활성화와 저변 확장을 기대한다고 했는데.
근대미술관 건립이 추진될 경우, 미술품 거래금액 및 규모 측면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 문화예술 저변이 확대되는 기회가 주어진다. 현대미술만으로는 새로운 컬렉터 유입이 어렵다. 대중 시각에서 컨템포러리는 난해한 반면, 근대미술은 구상 작품의 비중이 높아 비교적 이해하기 쉽고 접근이 용이하다. 이러한 특성을 통해 미술에 입문하고자 하는 대중들의 적극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지 않겠나. 컬렉터도 새롭게 유입돼야 국내 미술시장의 저변도 확장되는 건데, 현재로서는 새로운 컬렉터가 유입될 여지가 없다. 현재 국내 컬렉터층은 작정하고 공부해서 미술품 사들이는 이들이다, 다시 말해 미술의 대중화가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는 뜻이다. 근대미술은 미술의 지지층을 다지고 확산하고 일반 컬렉터의 유입 통로 역할을 할 것이다.
현재 미술관, 미술은행, 정부미술은행 등에서 구매해가는 작품 대다수는 현대미술이다. 근대미술관 설립을 통해 정부 차원에서의 근대미술품 소비가 이뤄질 것이다. 또한 근대미술관이라는 기관이 생김으로써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수많은 근대작품 소장가의 기증과 기부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의미 있고 명분 있게 어디 걸 곳이라도 있어야 기증도 이뤄지지 않겠나. 근대미술 필드가 마련돼야 한다.
이를테면 300만원에 근대미술품 한 점을 구입했다고 해보자. 그런데 같은 작가의 작품이 근대미술관에 걸려있다? 이게 근대미술품 부흥에 얼마나 좋은 빌미로 작용할지는 굳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잘 알 거다. 그런 믿음과 신뢰를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근대미술관이다. 여느 시장과 마찬가지로 미술시장 역시 공급과 수요로 이뤄진다. 일단 수요가 많으면 공급 측면에서 작품가와 경매가는 저절로 올라간다.
근대미술관 건립이 추진될 경우, 미술품 거래금액 및 규모 측면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 문화예술 저변이 확대되는 기회가 주어진다. 현대미술만으로는 새로운 컬렉터 유입이 어렵다. 대중 시각에서 컨템포러리는 난해한 반면, 근대미술은 구상 작품의 비중이 높아 비교적 이해하기 쉽고 접근이 용이하다. 이러한 특성을 통해 미술에 입문하고자 하는 대중들의 적극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지 않겠나. 컬렉터도 새롭게 유입돼야 국내 미술시장의 저변도 확장되는 건데, 현재로서는 새로운 컬렉터가 유입될 여지가 없다. 현재 국내 컬렉터층은 작정하고 공부해서 미술품 사들이는 이들이다, 다시 말해 미술의 대중화가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는 뜻이다. 근대미술은 미술의 지지층을 다지고 확산하고 일반 컬렉터의 유입 통로 역할을 할 것이다.
현재 미술관, 미술은행, 정부미술은행 등에서 구매해가는 작품 대다수는 현대미술이다. 근대미술관 설립을 통해 정부 차원에서의 근대미술품 소비가 이뤄질 것이다. 또한 근대미술관이라는 기관이 생김으로써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수많은 근대작품 소장가의 기증과 기부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의미 있고 명분 있게 어디 걸 곳이라도 있어야 기증도 이뤄지지 않겠나. 근대미술 필드가 마련돼야 한다.
이를테면 300만원에 근대미술품 한 점을 구입했다고 해보자. 그런데 같은 작가의 작품이 근대미술관에 걸려있다? 이게 근대미술품 부흥에 얼마나 좋은 빌미로 작용할지는 굳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잘 알 거다. 그런 믿음과 신뢰를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근대미술관이다. 여느 시장과 마찬가지로 미술시장 역시 공급과 수요로 이뤄진다. 일단 수요가 많으면 공급 측면에서 작품가와 경매가는 저절로 올라간다.
─세계 미술계에서는 근대미술이 상종가인 반면, 국내 미술시장에서는 저평가되는 실태를 꼬집었다.
현재 세계적인 흐름을 살펴보면 근대미술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미술전문매체 아트넷(Artnet)이 발표한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최고 거래 부분은 대표적인 근대미술과 인상주의 부문에서 판매됐다. 또한 지난해 미술시장 실태조사 결과, 상위 10위 낙찰 작품 중 5점이 근대 작품이다. 이처럼 근대 미술품이 미술사적으로나 상업적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게 세계 미술계의 흐름이다. 그러나 국내에는 근대미술관이 전무한 상태다. 전 세계에 근대미술관이 없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가 바로 한국이다.
현재 세계적인 흐름을 살펴보면 근대미술은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미술전문매체 아트넷(Artnet)이 발표한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최고 거래 부분은 대표적인 근대미술과 인상주의 부문에서 판매됐다. 또한 지난해 미술시장 실태조사 결과, 상위 10위 낙찰 작품 중 5점이 근대 작품이다. 이처럼 근대 미술품이 미술사적으로나 상업적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게 세계 미술계의 흐름이다. 그러나 국내에는 근대미술관이 전무한 상태다. 전 세계에 근대미술관이 없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가 바로 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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