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8.09 17:10
미술교육 받지 않은 이들의 ‘놀라운’ 작품들
작가의 정의에 대한 근본적 의문 제기
서울대미술관 ‘놀라운 작가들’展 18일까지
류해윤(91)씨는 일흔이 다 된 나이에 운영하던 세탁소와 복덕방 한구석에서 그림을 시작해 20여 년이 흘러 아흔이 넘은 지금도 왕성한 창작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반복적 그리기를 통해 습득한 독자적인 조형언어를 보여주며 일상적인 풍경부터 전통 민화, 이발소 그림 등 다채로운 소재로 작업해오고 있는 그를 두고 어느 누가 작가라고 부르지 않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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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어르신, 전문적인 교육과 무관한 어린아이, 혹은 앞을 보지 못하거나 발달장애를 지녔지만 남다른 시각과 표현방식으로 창작의 새로운 실마리를 제공하는 이들의 작품 70여 점을 선보인다. 건강한 예술의 한 다면을 상기하는 다양한 연령대의 서로 다른 동기로 만들어진 회화와 드로잉이 18일까지 서울대학교미술관 코어갤러리에 걸린다.
작가란 본래 탁월하게 자기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사람을 지칭하는데, 이번 전시에 참여한 이들 또한 스스럼없이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를 표출한다는 점에서 통상적으로 작가를 구분하는 기준과 이를 형성하는 제도권 안팎의 모호한 경계, 작가의 정의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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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미술 교육을 받은 적 없는 남효인의 정물화는 관람자가 평면 속에서 균형을 찾아내도록 이끈다. 화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물과 배경의 독특한 배치와 더불어 원색에 가까운 선명한 색상이 서로 팽팽하게 대비를 이뤄 조화롭게 구성돼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변유빈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 현상이나 사고 현장 등에 주목하고 예기치 못하게 변화하는 상황과 시간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 왔다. 섬세한 관찰을 통해 표현된 반복된 대상의 묘사는 사건에 대한 생동감을 대변하며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자동차는 남자아이들의 그림의 단골 소재다. 장형주의 그림에서는 아이의 낙서에서 일반적으로 발견하기 어려운 절제된 색의 사용이나 과감한 면 처리가 돋보인다. 이외에도 시각장애 학생과 정안(正眼) 학생이 짝을 맺어 북촌 일대를 돌아다닌 경험을 추상적인 지도로 표현한 작품도 눈길을 끈다. 당시 길을 걸으며 느낀 도로의 경사, 보폭의 빠르기 등과 같은 몸의 기억이 드로잉으로 담겼다. 관람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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