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7.25 09:38
‘이어진 삶’展, 10월 13일까지 부산시립미술관

전위적 행보로 한국 행위미술에서 선도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건용(77)의 작품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이건용-이어진 삶’이 부산시립미술관에 마련됐다. 전시 타이틀은 작가가 가지고 다니는 소지품과 자신의 신체를 연결해 자신을 증명하는 퍼포먼스의 제목으로 이는 이건용의 50여 년의 작가로서 활동의 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이건용의 1960년대 초기 작품부터 제도적 장소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신체항>, 신체 제한 안에서 신체 흔적을 담아내는 <신체드로잉>, 평면회화의 일루전과 본질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포> 시리즈, 퍼포먼스 <달팽이 걸음> <이벤트-로지컬> <독 속의 문화> 등 우리 삶과 문화의 회고시스템에 대해 접근한 작품을 비롯해 사회구조현상에 의문을 제기한 <구조조정> 시리즈 등 일상에 첨예한 시각을 표현한 작품 100여 점으로 구성된다.

특히 근작을 포함해 신작 <시방>이 함께 공개된다. <시방>은 네 개의 방향, 네 개의 모퉁이, 상하, 즉 열 방향의 상징을 정방형의 전시실 공간에 구현한다. 네 개의 방향은 장소, 즉 무형물인 공간적 의미에서 접근하고 네 개의 모퉁이는 4개의 회화를 설치함으로써, 위아래는 1977년 초연해 몇 가지 방식으로 실행한 퍼포먼스 <이어진 삶>을 관객 앞에서 시연함으로써 ‘시방’의 의미를 완성한다. 이 공간에서 관객의 자신 존재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인식하게 되고 장소와 객체의 관계는 독자적이 아닌 서로의 관계와 소통 속에서 이뤄짐을 의미한다.
아울러 작품 이외에 사진, 전시출판물 등 관련 아카이브도 볼 수 있다. 동시대 타 작가와의 다름과 차이를 인식하기 전 이건용의 50여 년 궤적에 초점을 둔 자료들이다. 전시기간에는 작가의 현장 퍼포먼스(이벤트-로지컬)와 연계프로그램을 진행해 관객이 작가의 작품세계와 직접적으로 관계 맺기를 경험하도록 해 작업의 개념을 실질적으로 이해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작가는 황해도 사리원 출생으로 1967년 홍익대 서양화과 졸업 후, 1969년 ST(Space and Time 조형학회)그룹을 결성, AG(한국아방가르드 협회) 그룹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한국행위미술의 시작과 발전의 흐름을 함께 해왔다. 그는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물음을 제기하며 답을 찾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시도했다. 신체와 장소와 논리에 대해 열중하고 설치(입체미술)와 행위예술을 통해 또는 드로잉의 방법으로써 미술에 접근했다. 이처럼 그는 신체항, 관계항, 이벤트-로지컬, 신체드로잉 등 여러 연작에서 장소, 행위, 신체(주체로서의 신체), 언어, 그리고 관계(소통)의 구도에서 작업세계를 형성했다. 시대를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행위자로서의 작가 이건용의 활동을 엿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10월 13일까지 부산시립미술관 3층 대전시실 4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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