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원 “나는 공간의 본질 드러내는 작가”

  • 아트조선 윤다함 기자

입력 : 2019.06.21 14:27

개인전 ‘연속’, 7월 20일까지 313아트프로젝트 성북
최소한 개입해 ‘장소-관객-작업’의 균형 관계 형성

박기원이 < X 모빌 > 아래, <피라미드 바닥> 위에 서있다. 그는 “모빌의 단순 명료한 구조와 선명한 색의 결합이 공간에 간결하고 자유로운 에너지를 불어넣는다”고 설명했다. /313아트프로젝트
박기원은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일상적인 소재를 사용해 공간을 확장하는 작업에 집중한다. 그의 작업으로 공간의 ‘면’은 일반적인 건축적 기능에서 탈피하는데, 빛, 색 등 비물질적 재료를 통해 작가는 최소한으로 개입해 공간의 본질을 드러낸다. 그로 인해 전시 공간과 작품 간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관람객은 그 가운데 자연스럽게 이입하며 장소-관객-작업 세 개의 조화로운 균형 관계가 형성된다.
공간을 확장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참여하게 하는 박기원이 개인전을 가진다. 이번 전시 타이틀 ‘연속’은 공간의 연속성을 함축하는 의미로, 다층의 구조와 긴 동선으로 연결된 갤러리 공간을 하나의 맥락으로 포괄한다. 다양한 재료의 장소 특정적 작업과 작가의 독창적 공간 지각을 회화적 언어로 풀어낸 설치 작업은 공통적으로 여백과 공간 요소, 그리고 관객을 부각하며 자연스러운 연속을 이루고 각기 다른 공간을 하나로 연결한다.
전시장에 들어서기도 전, 가장 먼저 마주하는 작업은 실외에 설치된 <사라진 입구>다. 2~4m 높이의 연한 녹색빛 FRP판 벽으로 이뤄져 바깥에서 본관 입구로 향하는 통로를 감싼 설치 작업이다. 작품 자체가 전시장의 입구를 가리며 이를 따라 계단을 올라가는 관객은 잠시 후 마주할 미래에 대한 알 수 없는 불안감 혹은 기대감을 경험한다. 사색적 적막감을 주는 통로를 지나 전시장에 들어서면 바닥 전체를 덮는 검은색 스폰지로 된 수많은 작은 피라미드, 천장에 설치된 <X모빌>을 보게 된다. 기하학적 형체가 규칙적으로 나열된 <피라미드 바닥>은 작가가 장소-관객-작업이 신체적 접촉을 통해 서로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시도한 것이다. 뾰족한 모서리와 틈 없이 완전무결한 형태는 감각을 긴장시키지만 걸음을 내딛는 순간 스폰지에 발이 부드럽게 흡수되며 상반되는 촉각적 효과로 다가온다. 작가는 관객이 이곳을 천천히 걷고 앉아보기도 하며 공간, 작업과 무언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넓이 39> 162x130cm Oil on Canvas 2019 /313아트프로젝트
머리 위로는 노란색과 검정색 사선무늬로 된 테이프가 의미도 형체도 알 수 없이 얽혀진 덩어리 <X모빌>이 매달려있다. 작가는 먼저 갤러리 바닥에 일정한 패턴으로 테이프를 부착한 후, 그대로 떼어내어 어떠한 규칙도 없이 구기고 말아서 둥근 모빌 형태를 완성했는데, 단순 명료한 구조와 선명한 색의 결합을 보여주는 모빌이 공간에 간결하면서도 자유로운 에너지를 부여한다고 믿는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이는 “다양한 설치 작업의 연속적 상황을 이어주는 뜻밖의 조연 역할”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장소와 여백, 원형성에 대한 관심을 평면의 캔버스에 구현한 회화 연작 <넓이>, LED조명과 붉은색 비닐로 만들어진 설치작 <레드룸> 등도 함께 전시된다. 공간을 따라 연속적으로 등장하는 설치와 회화는 매체와 표현 방식이 서로 다르지만 공통적으론 여백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관객은 낯선 관찰자 시각에서 벗어나 공간과 천천히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하며 희미해진 주변 공간 요소를 새롭게 감각하고, 장소의 원형성을 인지해볼 수 있다. 
한편, 박기원은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2010), 제51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전시의 참여 작가(2005)로 선정된 바 있다. 전시는 7월 20일까지 313아트프로젝트 성북 스페이스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