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6.21 11:31
국내 팝아티스트 14인 600점 한눈에 보는 메가톤급 전시
9월 29일까지 대구미술관 1전시실, 어미홀

국내 팝아트의 다양한 흐름을 살펴보는 전시 <팝/콘>이 9월 29일까지 대구미술관 1전시실과 어미홀에서 열린다. 국내외 현대미술의 주요 동향을 소개하며 한국 대중문화 형성 이후 사회와 일상의 변화를 살펴보는 자리다. 전시타이틀 ‘팝/콘’은 은 팝아트의 ‘팝’과 아이콘, 아이스크림콘, 팝콘 등 다중적 의미를 지닌 ‘콘’에서 작가들의 복합적인 작품 경향을 함축해 두 글자를 분리 또는 결합하도록 붙여졌다.
20세기 중반, 영국의 비평가 로렌스 알로웨이(Lawrence Alloway)가 처음으로 언급한 팝아트는 매스미디어의 대중화와 대량 생산으로 가능해진 미술 작품을 복제할 수 있다는 점에 긍정적인 태도를 담고 있으며, 팝아트가 간직하고 있는 강력한 일상성과 함께 대중을 위해 제시된 미술양식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나현 학예연구사는 “팝아트는 단일 사조라기보다는, 정의 내리려는 행위 자체가 모순적일 만큼 여러 복합적인 현상을 반영하고 있는데, 문화, 사회, 정치 등 동시대의 다양한 어젠다를 아우른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별로 고유의 팝적인 표현 방식을 통해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고자 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라고 소개했다. 또한 “순수미술과 상업미술 경계가 모호한 시대에 가볍고 친숙하게 묘사되지만 내재된 개념이 다채로운 팝아트를 통해 우리 삶의 지층을 함축하고 독특한 양면성을 발견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기라, 김승현, 김영진, 김채연, 남진우, 노상호, 아트놈, 옥승철, 유의정, 이동기, 임지빈, 찰스장, 한상윤, 275c 등 팝아트의 본질적 측면인 시각적 방법론에 초점을 두고 선정한 작가 14인이 모여 총 600여 점에 이르는 팝아트 작품을 선보이는 대규모 전시다. 팝아트의 기본 개념인 ‘일상성’과 ‘동시대성’을 바탕으로 한 평면, 영상, 입체, 설치 등 다채로운 매체를 통해 국내 팝아트가 일상과 더불어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대중적 이미지의 반복과 차용, 상품·상표·로고·광고 등 소비자본주의 경향의 내용, 전통 소재의 현대화와 같이 팝아트의 기본적인 전략을 간직하면서 작가 특유의 미학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구성했다.

김기라는 복합적인 매체를 활용해 사회, 경제, 정치 등 다양한 이슈와 쟁점들을 익살스럽고 해학적으로 풀어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중문화와 연결 지점이 있는 시리즈 ‘현대 정물 회화 Still Life’, ‘20세기 영웅들_괴물 20c Super Heroes_Monster’와 ‘유니버셜 익스피리언스 Universal Experience’, ‘21세기 월드 21st Century World’ 등 영상 두 점도 함께 내건다.
삶과 예술의 관계를 개념적인 작업으로 담아내는 김승현은 2012년부터 시작한 ‘본 Born’ 시리즈를 새롭게 선보인다. 한 화면에 고전 서양화의 등장인물, 만화, 광고, 낙서, 기하학적 도상 등 다양한 시각적 이미지들을 결합시킨 김영진은 ‘타입 Type’과 ‘크래쉬 Crash’ 연작을 보여준다. 김채연은 아날로그적 애니메이션 제작 기법과 비슷한 방식으로 수십, 수백 장의 이미지를 웹으로 그리고 그 이미지를 연결해 동화와 같은 영상 작품을 완성하는 작가로, 작업 과정을 전개하듯 분필로 그려낸 벽화 드로잉에서부터 설치와 영상까지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우기 Woogy’ 시리즈를 출품한다.
남진우는 대중매체에서 통상적으로 구분하는 선과 악, 영웅과 악당이라는 이분법적 인물상을 전복한다. ‘두 괴물들의 서사시 The Saga of the Two Monsters’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앳된 미소년의 얼굴과 기괴한 대형오징어의 몸이 대비되는 정의로운 악당으로 어둠을 서정적이고 신화적으로 그려낸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일상에서 수집한 이미지들을 바탕으로 드로잉, 페인팅, 집필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는 노상호는 이번 전시에서 ‘더 그레이트 챕북 II The Great Chapbook II’ 시리즈를 소개한다. 수백 개의 드로잉들을 옷걸이와 행거에 진열하고 대형 작품들을 천장에 매달아 마치 쇼룸에서처럼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아트놈은 명확한 아웃라인과 선명한 색채, 독자적 캐릭터를 활용하여 팝아트가 지닌 시각적 전략을 극대화한다. 민화와 팝을 절충해 한국적으로 풀어낸 ‘모란 Peony’ 시리즈와 명화와 소비문화를 교차한 ‘비너스 Birth of Venus’, ‘피에타 Pieta’ 등 인기 작품을 대거 전시한다.
옥승철은 온라인이라는 가상공간에서 유통되는 이미지가 물리적 공간과 갖는 관계에 주목한다. ‘석고상 Plaster’은 대중매체나 각종 애니메이션에서 등장하는 다중적 소녀의 이미지를 중첩해 작가가 재창조한 인물이다. 이번 전시에서 디지털과 예술의 관습을 공존시키고 현대미술을 사유하는 방식에 화두를 던진다. 유의정은 도자예술의 오랜 역사와 양식을 메타 데이터화해 동시대 예술의 실천형식으로써 가능한 대안을 끊임없이 연구해왔다. 전통적인 도자기법에 현대 문화가 가진 상징적 요소를 콜라주한 ‘동시대 문화 형태 연구-도자기 A Study of Contemporary Culture From-Ceramics’와 ‘유사유물 Factum’ 시리즈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1990년대부터 대중매체와 대중문화에 대한 유연한 태도를 바탕으로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업을 선보여온 이동기는 대표적인 한국 팝아티스트다. ‘버블 Bubbles’, ‘아토마우스 Atomaus’와 ‘파워 세일 Power Sale’, ‘해시태그 Hashtag’ 등 여러 이미지가 중첩된 절충주의 작업들을 소개하며, 더불어 어미홀 내벽에 ‘국경에서 On the Border’ 작품을 재해석한 55m 길이에 육박하는 대형 설치 작업을 공개한다.

임지빈은 2011년부터 전시 공간이 아닌 일상적인 공간에서 베어벌룬을 설치하는 ‘에브리웨어 Everywhere’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보통 얼굴 없는 대형 베어벌룬을 야외 공간에 껴있는 형상의 설치품으로, 이번 전시에는 4m, 6m 높이의 베어벌룬을 미술관 어미홀 기둥 사이에 껴놓는다. 찰스 장은 기존 만화 캐릭터 이미지를 활용해 페인팅, 영상, 아트 상품 등을 작업한다. 그중 ‘로보트 태권브이 Robot Taekwon V’ 시리즈와 ‘해피 하트 Happy Heart’는 대중에게도 낯익은 시그니처 연작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어미홀에 ‘찰스 장 라운지’를 제작해 평면작품과 입체 로봇, 가전제품이 하나의 로봇으로 합체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과 실제 작가의 수집품인 1970~80년대 빈티지 피규어, 딱지, 문구류 수백 점을 전시한다.
풍자만화를 전공한 한상윤은 오랜 시간 동안 한국적인 팝아트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왔다. 그는 석채라는 재료가 주는 한국적 정서를 작품 속에 담아낸다. ‘벚꽃 우리의 사랑도 활짝 Cherry Blossoms – Our Love Flourishes’, ‘행복한 돼지 커플 A Happy Pig’, ‘행복한 돼지 가족 A Happy Pig’ 등 밝고 유쾌한 돼지의 일상이 담긴 작품을 소개한다. 275c는 일상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사물의 일률적 형태에 불편함을 느끼고, 본래의 대상이 가진 외형과 속성을 지운 뒤 자신만의 새로운 형태를 고안해내는 과정에서 안정감을 취하는 작업에 몰두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중소비문화의 일상성이 부각된 최근작 ‘불편한 휴식 W. E. L-Come (Week-End Land)’을 내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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