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시 에민’ 5억원 작품을 13만원에 소유한다?

  • 아트조선 윤다함 기자

입력 : 2019.06.18 18:16

작품 분할소유권 거래 플랫폼 ‘프로라타 아트’
yBa 트레이시 에민 회화, 19일부터 최초 소유권 공개… 조각당 1만3000원

 
올해 1월 론칭한 프로라타 아트는 수억 원 상당 작품의 분할 소유권을 발행해 ‘주식’과 같은 개념으로 한 작품을 여러 명이 공동 소유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테면 최근 매입한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의 5억2000만원짜리 회화를 4만 조각으로 나눠 한 조각당 1만3000원에 판매하는 식이다. 
 
박종진 프로라타 아트 대표는 “여러 명이 모여 작품 한 점을 산다는 점에서 공동구매 서비스와 자주 비교되는데, 우리 회사는 거래소를 따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언제 수익이 날지 모르는 기약 없는 기다림이 아닌, 누군가 해당 작품에 높은 가치를 제시한다면 얼마든지 수익을 낼 수 있다. 또한 아트펀드는 최대한 장기간 보유하면서도 만기 직전에 팔면 오히려 수익률이 감소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지만, 프로라타 아트는 소유권자가 자유롭게 소유권을 거래할 수 있다.”라고 유사업계, 경쟁업체와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구매액수는 낮더라도 소유권자 수가 가장 많은 연령대는 20대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애초 주요 타깃이었던 30~40대보다도 20대의 반응이 더욱 적극적이라는 것. 고가의 작품을 수만, 수천 분의 일 가격에 소유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작품 거래 진입 장벽을 낮춰 잠재적 컬렉터와 새로운 자본이 유입돼 미술시장의 저변이 확대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생기는 대목이다.
 
프로라타 아트는 출범 이래 조지 콘도의 17억원 회화 <The Antipodal Explorer>, 뱅크시의 5억8000만원 회화 <The Smiling Copper>의 소유권을 발행해 판매 완료한 상태이며, 소유권자 수는 각각 160명, 100명이다. 국내 전시가 거의 전무했고 비교적 컬렉터의 수가 적은 작가의 작품을 위주로 작품을 선정하고 있으며, 미술사적으로나 트렌드적인 면에서 바이럴이 높은 5억~20억 원 사이의 작품을 매입하고 있다.
 
프로라타 뷰잉룸에 걸린 트레이시 에민作 'I Wanted to Go With You – to Another World' /아트조선
 
세 번째로 매입한 작품은 트레시이 에민(Tracey Emin)의 회화 <I Wanted to Go With You – to Another World>이다. 에민은 데미안 허스트, 사라 루커스, 잉카 쇼니바레 등과 함께 영국 yBa 출신으로, 설치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으나, 올해 아트바젤 홍콩과 뉴욕 프리트에 출품된 작품은 퍼블릭 오픈 전 모두 완판되는 성과를 내는 등 최근에는 회화에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I Wanted to…>는 지난 4월까지 런던 화이트큐브에서 열린 개인전 ‘A Fortnight of Tears’에 출품된 회화로, 모친의 죽음, 낙태 등 어두운 영역을 묘사해 인간 존재에 내재한 기쁨과 고통을 담고 있다. 해당 작품은 2016년 작고한 작가의 모친의 형상을 그려낸 것으로 본래 비매품이었다. 작가가 모친에 대한 추억을 이유로 판매를 고사했다는 것. 박 대표는 “이 회화는 당시 화이트큐브 개인전에서 유일하게 부모 모습을 담은 그림이어서 작가가 판매하길 꺼려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배경과 특이점이 작품의 매력을 배가해 구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수차례 전달한 끝에 입수할 수 있었다. 화면 중앙의 인물은 작가 본인이고, 우측은 어머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19일 오후 6시 프로라타 아트 뷰잉룸에서 공개되며, 작품의 분할소유권을 구매할 수 있는 최초 소유권 공개가 19일부터 7월 12일까지 진행된다. 최소 소유권 공개는 분할 소유권을 최초로 판매하는 서비스를 의미하며, 이때 회원들은 최초 공개 가격, 즉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먼저 구입할 수 있다. 이후에는 소유권은 오로지 회원 간에만 거래할 수 있다. 소유권은 4만 조각으로 분할되며, 한 조각당 1만3000원, 최소 구매단위는 열 조각(13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