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5.28 17:24
국내 첫 개인전서 대표작 ‘Swimming Pool’ 등 선봬
6월 30일까지 롯데갤러리 잠실점
커다란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과 컬러풀한 수영복이 투명한 수면에 비친다. 원색의 강렬함과 아련한 파스텔톤이 공존하는 묘한 분위기의 화면에 빨려 들어갈 것 같다. 마리아 스바르보바(Maria Svarbova·31)의 수영장은 마치 작품을 위해 창조된 공간인 듯 완벽한 구성과 황금비율의 대칭 구조를 이룬다.

슬로바키아 출신 사진작가 스바르보바는 사회주의 시대의 오래된 건축물과 파스텔 톤의 컬러로 만들어낸 특유의 분위기로 지난해 핫셀 블라드 마스터 아트 부분 1위를 차지하는 등 세계 아트씬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14년 시작된 연작 <Swimming Pool>은 작가가 슬로바키아 곳곳을 돌며 1930년대 세워진 수영장 13곳을 찾아다니며 촬영한 것으로, 당시의 경직된 사회적 분위기가 녹아든 슬로바키아의 수영장은 어딘지 모르게 이질적이고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화면 한편에는 ‘다이빙 금지’(Zakaz Skakat), ‘다이어트 금지(Forbidden Diet)’, ‘튜브 금지(No Inflatable Toys)’ 등의 경고문구가 붙어있다. 현대문화의 산물로 여겨지던 수영장에서조차 집단주의의 잔재가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표상이다. 엄격한 경고문을 따르는 듯 모델은 일렬로 서있고 매뉴얼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기계적이고 고정적인 움직임과 아름다운 비율의 모델이 기계적이고 고정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이 마치 그리스 시대 석고조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동일한 의상과 포즈, 감정이 드러나지 않은 무표정한 얼굴은 작가가 유년시절을 보낸 사회주의 공산국 체코슬로바키아에 관한 기억을 나타낸 것이다. 그 당시 5년마다 열린 ‘스파르타키아다(Spartakiada)’라는 국가 규모의 스포츠 행사에서는 체조, 수영 등 다양한 스포츠를 행했는데, 특히나 우아한 움직임을 강조하는 체조는 인기가 많은 종목이었다고 작가는 기억한다. 타이트한 유니폼은 체조선수의 정확한 동작과 고난도의 포즈를 더욱 극대화했다. 작가는 이 유연하고도 우아한 체조선수들에 내제된 강박적인 완벽성의 아이러니함을 오늘날 작품에 끌고 들어왔다.
화면 속 모델의 의상에도 특징적으로 반영돼 있는데, 작가는 당시 감성을 환기할 수 있는 빈티지 의상을 특별히 고른 것이라고. 수영복과 수영모는 흰 피부와 대비되며 인체의 곡선을 두드러지게 하며, 직선의 공간 안에 곡선을 대변하는 모델의 존재는 자칫 기능을 상실한 과거 건축물에 그칠 수 있는 장소를 생명력 있는 현재의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특히 인물은 작가에게 중요한 요소로써, “인물이 없는 공간은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라고 언급한 스바르보바의 말처럼 오브제이자 사람과 공간의 관계에서 균형을 이루는 역할을 한다.

스바르보바가 한국 관람객과 처음 마주한다. 국내 첫 개인전 <Swimming Pool>에 자연채광이 내려앉은 푸른 물과 원색의 오브제가 빚어낸 강렬한 대비의 사진 작품 20여 점이 내걸린다. 31일부터 6월 30일까지 롯데갤러리 잠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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