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5.20 16:05
개인전 ‘사이, 차이’, 26일까지 부산 스페이스만덕

재개발 붐이 일며 단독주택과 다세대 주택은 줄어들고 동시에 아파트는 급격히 늘어났다. 규격화된 집은 생존수단 외에 재산적 가치로서 더 크게 작용하며 욕망의 대상으로 변질됐다. 이는 집을 소유하지 못한 이들에게 압박과 부정적 의미를 더하며 상대적 차등을 양산하고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준다. 이러한 현실에서 신윤지는 집에서 비롯된 패배감, 열등감, 허탈과 같은 감정을 작품 속에 담아 의식의 상태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가족 안에서 ‘집’에 의해 형성되는 감정의 구조를 관찰하고 이를 사진, 영상, 드로잉, 설치작품에 담았다.
집을 바라보는 작가의 생각과 감정은 많은 것을 공유하는 어머니를 통해 형성됐다. 부모님은 가정을 꾸려가던 중 빚을 지고 이를 겨우 청산했지만, 내 집 하나 갖지 못한 현실에 어머니는 한탄을 쏟아냈다. 셋집 창문 밖으로 선명한 아파트를 보며 ‘집이 저렇게 많은데 우리 집은 왜 없을까’란 고민을 했다. 이렇게 시작된 작가의 감정과 생각은 창과 아파트 사이에 껴있다.

신윤지의 사진 속 흐릿한 창 너머로 또렷하게 보이는 아파트와 유리컵에 꽉 낀 손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을 담는다. 사진, 설치, 영상작품에 반복해 등장하는 유리컵은 사회에서 통용되는 가치와 인식을 투영하는 집을 상징한다. 영상 속 젠가 게임이 진행되는 과정과 초가 타들어가는 장면은 내 집을 갈망하지만 끊임없이 좌절되는 상황으로, 심신이 지친 어머니의 상태를 표현한 것이다.
사회에서 형성된 가치로 인해 부정적 감정이 생산되지만 이를 빗겨난 일상은 이질적으로 작가에게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한다. 일상이 자리한 공간은 현재의 소중함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집은 없어서는 안 될 것이지만 그 무게가 크기만큼이나 무겁게 현대인을 짓누른다. 신윤지는 삶이 과연 물질로만 평가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인가를 질문한다. 26일까지 부산 만덕동 스페이스만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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