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5.17 17:18
[인터뷰] 손영희 (사)아트쇼부산 대표
8년 만에 150억 원 규모 ‘국제 아트페어’ 급성장
“전시 기획력과 깐깐한 갤러리·작품 수질 관리 덕분”
2019 아트부산에 아트바젤 참가 화랑들도 출사표 던져
공력 기울인 대형 설치작 특별전, 작가 퍼포먼스 등 볼거리 더해
30일 프리뷰 개막, 6월 2일까지 부산 벡스코
30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6월 2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아트부산 2019’이 열린다. 지난해 역대 최대 관람객 6만 명을 동원하며 국제적인 아트페어로 성장해가고 있다. 올해 8회째를 맞이하는 행사에는 17개국에서 164개 갤러리가 참가한다. 이는 상반기 개최되는 국내 아트페어 중 최대 규모 수준이다. 국제갤러리, 갤러리현대, PKM갤러리, 아라리오갤러리, 학고재, 가나아트 등 국내 메이저 화랑들이 대거 부스를 내고 글로벌 미술시장의 최신 동향을 반영한 동시대 미술작품 4000점을 선보인다.
아트부산을 창설, 주최해온 손영희 (사)아트쇼부산 대표는 미술품 컬렉터 출신으로, 해외 출장이 잦은 남편을 따라 세계 곳곳의 미술관과 박물관을 경험하며 미술품에 눈을 떴다. 안목을 키우며 실제 작품을 사 모으기 시작한 그는 문화·예술의 힘과 경쟁력을 경험하고 이를 고향 부산에서 실현하고자 벡스코와 협업해 2012년 제1회 아트쇼부산을 성공적으로 개최, 이후 2015년 4회째부터 아트부산으로 명칭을 바꿔 이끌어오고 있다. 8년 차에 추정 매출액 약 150억 원 규모로 급성장할 수 있던 이유로 타 행사와 차별화되는 전시 기획력과 깐깐한 갤러리·작품 수질 관리를 꼽았다. 개막을 앞두고 손 대표를 만나 올해 아트부산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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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부산을 창설한 계기는.
“부산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부산은 예술적으로 불모지였다. 문화·예술이란 한 도시, 한 나라의 브랜드를 대표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믿어왔었다. 부산의 천혜의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문화·예술 도시를 만들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2012년 무작정 뛰어들게 됐다.”
─매해 전년도 실적을 경신하며 국내 상반기 최대 아트페어로 급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이라 보나.
“국내 정상급 갤러리는 물론, 해외 유명 갤러리의 참가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좋은 갤러리가 좋은 작품을 갖고 오고, 그래야 관람객과 컬렉터가 따라올 거라 생각했다. 초창기에는 해외 아트페어에서 부스마다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아트부산에 대해 설명하며 호소하다시피 했다. 부산을 ‘한국의 마이애미’ 같은 곳이라고 소개했던 기억이다. 동시에 부산, 경남 등 지역과 서울의 컬렉터를 유치하기 위해 매거진, 명품브랜드 등과 협업해 VIP 대상 디너파티 등 매력적인 프리뷰 자리를 마련하는 데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가 하나 자신 있는 게 있다. 아트부산에 일단 한 번만 오시라.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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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페어와 구별되는 아트부산만의 강점이 있다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아트부산 고유의 젊고 역동적인 에너지가 세계 컬렉터와 미술 애호가를 끌어들이는 큰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아트바젤 마이애미비치’와 같이 휴양과 예술이 함께 어우러진 콘셉트로 부산만의 강점을 살려 소구하고 있다. 특히 국내외 미술시장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동시에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힘썼다. 다양한 특별전과 연계전시가 하나의 경쟁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외 유명 갤러리들의 참가를 유치하고 신진 작가를 발굴해 선보였다.”
─주요 컬렉터와 구매층은.
“각 페어마다 고유의 분위기가 있듯이 컬렉터의 성격도 뚜렷한 것 같다. 아트부산을 찾는 컬렉터층은 주로 ‘영(Young) 컬렉터’로, 유학파 등 해외 문화와 신진 문화 수용에 적극적이고 익숙한 이들이다. 미술품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경제력과 구매력을 갖춘 잠재적 컬렉터들이 우리가 주최한 프리뷰 행사를 통해 아트부산을 알게 되고, 호기심에 찾았다가 실제 구매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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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16개국 58개 갤러리가 참가한다. 이중에는 국내 아트페어 중 유일하게 아트부산에만 나오는 갤러리도 다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가능성은 갤러리들이 가장 먼저 알아챈다. 아트부산의 관람객과 컬렉터의 비전과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또한 한국 미술시장에서 입지를 개척하고 한국 작가를 물색할 목적으로 아트부산을 오는 해외 갤러리스트들도 많더라. 펄램갤러리(Pearl Lam)가 5년째 참가하고 있으며 탕 컨템포러리 아트(Tang Contemporary Art)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부스를 낸다. 특히 아트바젤에 참가하는 유럽 화랑 4군데도 참가를 확정지었다. 페레즈 프로젝트(Peres Projects), 소시에테(Société), 쾨니히 갤러리(König Galerie)는 베를린을 기반으로 세계 주요 아트페어에서 활약해왔는데, 아트부산을 통해 처음 한국 시장에 문을 두드린다. 이외에도 동경의 마호 쿠보타 갤러리(Maho Kubota Gallery), 나고야의 스탠딩 파인(Standing Pine), 상하이의 메이드인 갤러리(Madein Gallery) 등 아트바젤 홍콩, 상해 웨스트번드(West Bund Art & Design)와 ART021에 참가하는 수준급 갤러리들도 만날 수 있다.”
─올해 행사의 관전 포인트를 꼽는다면.
“앞서 언급한 아트바젤에 출전해온 해외 유수의 갤러리들이 올해 아트부산에 참가하기 때문에 이들이 들고 오는 수준급 작품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페레즈 프로젝트는 도나 후안카(Donna Huanca)의 대형 퍼포먼스 페인팅 설치작을, 소시에테는 페트라 코트라이트(Petra Cortright)의 디지털 페인팅 작품을 내건다. 쾨니히 갤러리는 에르빈 부름(Erwin Wurm)의 솔로전으로 부스를 꾸린다. 아울러, 파블로 피카소의 손자 베르나르 피카소의 부인이 운영하는 알민 레쉬(Almine Rech)도 첫 한국 아트페어로 아트부산을 택해 출전한다. 프랑스 파리, 벨기에 브뤼셀, 영국 런던, 미국 뉴욕에 전시장을 운영하는 알민 레쉬는 이태리 작가 투리 시메티(Turi Simeti)의 90주년 생일을 기념해 뮤지엄 퀄리티의 대표작들을 선보인다.
페어를 통해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화랑의 순기능을 강화해 건강한 미술시장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 또한 아트부산의 화두다. 2015년부터 운영해온 신진 갤러리 후원 프로그램 ‘S-부스’ 섹션에서 특별전 형식의 45세 미만 작가들의 개인전을 볼 수 있다. 피비갤러리의 이종건, 에이에프갤러리의 김나리, 갤러리 하이터스(Gallery Hiatus)의 한아람의 부스를 눈여겨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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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기획력을 앞세워 매해 특별전에 공력을 기울여왔다. 올해 특별전은 어떻게 꾸려지나.
“펄램갤러리, 조현화랑, 갤러리현대 등 7개의 갤러리가 모여 설치 작품전 ‘PROJECTS’를 마련한다. 펄램은 식민지 국가의 문화적 혼성과 역사의식을 기반으로 작업하는 잉카 쇼니바레 CBE(Yinka SHONIBARE CBE)의 대표 조각을 가져온다. 조현화랑은 회화 작업의 과정과 질료성에 대한 성찰을 보여주는 클로드 비알라(Cluade VIALLAT)의 작품을 설치한다. 더컬럼스 갤러리는 헤리 도노(Heri DONO)의 설치작 <스마일링 앤젤스>를, 갤러리현대는 특유의 서정적이고 공감각적인 작업의 양정욱이 신작을 공개하고, 비트리 갤러리는 이경미의 대형 풍선작업을 벡스코 로비에 설치한다.
뉴욕 신갤러리는 스웨덴 출신의 안드레아스 에미니우스(Andreas EMENIUS)의 신작 조각과 함께 6월 2일 오후 2시 작가의 부스에서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대구 피앤씨 갤러리는 프랑스 작가 파비앙 베르쉐르(Fabien VERSCHAERE)를 초청, VIP 프리뷰인 30일 오후 6시 라이브 페인팅 퍼포먼스를 보일 예정이다. 이외에도 부산·경남 지역 작가 10인을 조명하는 ‘아트 악센트’와 핀율 등 덴마크 가구 디자이너의 클래식 피스를 볼 수 있는 ‘Danish Design Artists: Hans, Finn and Paul’도 꼭 챙겨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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