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4.29 09:07
러시아 상트 바실리 블라제누이 대성당
러시아 모스크바의 랜드마크를 떠올리라면 단연 상트 바실리 블라제누이 대성당(Cathedral of St. Basil the Blessed)일 것이다. 알록달록한 색상의 뾰족한 돔은 매우 인상적이라 누구나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다. 러시아 정교 양식의 정석과도 같은 상트 바실리 블라제누이 대성당은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 위치한다. 광장 주변에는 대성당과 함께 레닌의 묘, 러시아 국립 역사 박물관, 굼 백화점이 있다.
대성당은 이반 4세가 카잔을 정벌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다. 그런데 왜 바실리라고 부를까? 바실리는 이반 4세의 잔혹함을 비판했던 성인의 이름으로, 상트 바실리 블라제누이는 ‘축복받은 성 바실리’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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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4세는 어떤 환경에서 자랐기에 성군과 폭군의 경계를 넘나들었던 걸까. 세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의 섭정을 받다가 8세에는 어머니마저 사망하는데, 그에 대한 갖은 음모 속에서 그의 인격이 형성됐다고 할 수 있다. 16세가 되던 1547년 드디어 실질적으로 재위에 오르게 된다. 이반은 예민하고 총명하며 글을 일찍 깨우쳐 교회 문헌을 많이 읽었다. 그래서 교회를 통해 정식으로 대관식을 치르고 전 러시아의 차르로 등극하게 된다.
또한 그 해에 로마노프 가문의 아나스타샤와 결혼한다. 그런데 사랑하던 아내가 갑자기 사망하는 비운을 맞게 되고 이후 이반 4세는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분노를 참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의심이 많아 아들까지 자신의 손으로 죽였을 정도다. 그의 잔인한 행위를 막을 어떠한 제도도 없었다. 바로 이때 이반 4세의 잔혹함을 비판한 사람이 바로 성 바실리였다.
상트 바실리 블라제누이 성당은 천국의 시온 산을 지상에 재현하고자 했다. 중앙의 벽 기둥을 중심으로 한 개의 교회를 여덟 개의 교회가 둘러싸고 있다. 아무런 그림도 없이 화려한 색으로 도색돼 있다. 통치자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건축물이 남아 러시아 정교회 성당의 모범으로 남았다. 차르가 성당 건축가의 두 눈을 멀게 해 다시는 이것보다 아름다운 건물을 짓지 못하게 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공동기획 아트조선 Χ 홍선생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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