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4.10 17:30
‘비누 조각가’ 신미경展, 6월 16일까지 경북 우양미술관


‘비누 조각’으로 알려진 신미경(52)은 서양의 조각상과 회화, 동양의 불상과 도자기를 비롯해 폐허가 된 건축 잔해 등 특정 문화를 표상하는 여러 대상을 비누로 재현하는 작가다. 그의 작업은 단순 모사를 넘어, 의도적으로 대상물의 표피적 속성만을 소재로 삼거나 또 다른 원본으로 전이해 새로운 방식으로 작동되곤 한다. 서구 편향적 근대화 의식에 대한 자각을 바탕으로, 견고한 권위와 위계에 대한 의문 또는 상이한 문화적 배경에 따른 번역과 해석의 필연적 왜곡 따위를 비누란 재료의 유약한 물성을 살려 시각화해왔다.
오래된 문명을 대하는 정형화된 인식의 틀을 해체하는 방식으로 동시대성을 발굴해온 신미경의 비누 작품 230점이 경북 경주 우양미술관에 전시됐다. 지난해 아르코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 국내 미발표작과 신작을 추가 구성했다.
아르코미술관 외부에 전시했던 조각 <풍화 프로젝트>은 미술관 옥상과 입구에 설치돼 작품을 말 그대로 풍화시키는 작업으로, 실제로 비바람 등에 의해 풍화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관객이 직접 화장실에서 작품으로 손을 씻어보는 <화장실 프로젝트>도 이번 전시장 화장실에서 경험할 수 있다. 아울러, 비누 14톤으로 제작된 <폐허 풍경>도 눈길을 끈다. 비누벽돌로 축조한 건축 프로젝트로, 전망대가 함께 설치돼 폐허의 잔해를 조망할 수 있다. 6월 1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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