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Art] ‘솔섬 작가’ 마이클 케나 “다음 희망 촬영지는 북한”

  • 아트조선 윤다함 기자

입력 : 2019.04.05 15:59

2005년부터 이어온 ‘한국 프로젝트’… “이젠 북한 풍경 담고 싶어”
‘한국-제2부’展, 28일까지 공근혜갤러리
 

< Watchtower, Study 10 > 강원도 월천 2006 ⓒMICHAEL KENNA, 공근혜갤러리
 
“불가사의한 분위기가 흐르는 곳을 좋아해요. 이를테면 시간의 흐름이 배어 녹이 슨 곳 말예요. 구구절절한 설명이 붙기보단 새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그런 장소요. 이런 이유로 한국은 제게 보물과도 같은 곳입니다. 오랜 시간 사람들이 거주하며 남긴 흔적과 추억이 공기 중에 떠다니고 땅에도 묻혀 있으니까요.”
 
‘솔섬 작가’로 알려진 마이클 케나(Michael Kenna·66)가 다시 한번 한국의 경관을 피사체로 삼았다. 이번에는 삼척 솔섬을 빼닮은 충남 운여 해변의 솔섬을 비롯해 충남 예당저수지, 철원 해변가의 망대, DMZ의 끊어진 철길, 포항의 포스코, 하동의 화력 발전소, 서울 한양도성 등 한국의 다양한 풍경을 담아 개인전 ‘한국-제1부(Korea-Part 1)’에서 처음으로 공개했다. 
 
(왼쪽부터)< DMZ, Study 9 > 강원도 철원 2005, < Yedang Reservoir Tree > 충청남도 2018, < Pine Trees, Study 5 > 충청남도 운여 해변 2018 ⓒMICHAEL KENNA, 공근혜갤러리
 
영국 작가에게 이국적으로 다가온 풍경은 다름 아닌 강원도 민경 초소(GP) 감시탑. 작가는 ‘Watchtower‘ 시리즈를 통해 남북 분단 상황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은 지금 이 순간에도 눈에 띄게 전쟁의 영향 아래 있는 국가라고 생각이 듭니다.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망대가 서 있는 해변을 저는 어디서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이죠. DMZ에 가까워질수록 해변가 감시탑(Watchtower)이 더욱 삼엄하고 불길해지는 게 느껴졌어요.”
 
케나는 사진 작업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도 암실에서 수작업으로 장시간 작업해야 하는 전통적인 흑백 은염 인화 방식을 고수한다. 이러한 아날로그 방식이 자신의 작품을 결정짓는 핵심적인 요소로 여기기 때문이다. “아날로그적 과정에서 기다림을 배우는 것에 감사하게 여깁니다. 이 과정은 제겐 예술가로서의 신념과도 같은 거죠.” 또한 케나의 시선은 정사각형의 프레임 안에서 머무는데 기존에는 20x20cm 사이즈를 고집했지만 이번 전시에는 두 배 커진 40x40cm 크기의 한정 에디션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전시에 걸린 ‘Watchtower’ 시리즈 /아트조선
 
작가는 수십 년에 걸쳐 다수의 프로젝트와 주제를 동시에 진행, 작업해왔다. ‘한국’ 프로젝트 역시 이러한 일련의 작업 중 하나로, 이번 출품작은 2005년부터 최근까지 촬영됐다. 또 다시 한국을 찾을 계획인 케나는 다음 희망 촬영지로 북한을 꼽았다. “한국을 배경으로 한 사진 작업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남한뿐만 아니라 북한에서 발견할 수 있는 매력적인 장소가 아주 많으리라 생각돼요. 그곳에선 어떤 것을 볼 수 있을지 지금은 상상할 수 없지만, 조만간 북한에 직접 가서 제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오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북한 풍경을 담은 ‘한국-제2부’전(展)이 꼭 열리길 희망합니다.” 이번 전시 타이틀이 단순히 '한국‘이 아닌 ’제1부‘를 덧붙인 이유다. 올해 작가인생 45주년을 맞아 마련된 이번 전시는 28일까지 공근혜갤러리에서 열린다. 전시에 맞춰 같은 제목의 사진집 ‘Korea, Part Ⅰ‘도 발간됐다.
 
한편, 케나는 2007년 강원도 삼척의 솔섬을 촬영한 사진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소나무숲의 존재를 알리고 이를 보존하는 데 큰 역할을 하며 ‘솔섬 작가’로 유명해졌다. 실제 강원도 삼척시는 케나 작품명을 빌어 기존 속섬에서 솔섬으로 지명을 바꾸고 관광명소로 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