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3.19 18:04
[인터뷰] 송보영 국제갤러리 이사
한국 유일의 ABHK 갤러리 선정위원 “한국과 세계 미술시장 사이 징검다리 역할”
올해 유영국은 ‘케비닛’,
엘름그린&드라그셋은 ‘인카운터’ 섹터에 선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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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은 미국과 유럽 미술시장과 맞먹는 규모로 매해 성장을 거듭하며 아시아의 아트허브로 자리매김했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지리적 이점, 금융도시로서 용이한 외환거래와 같은 편의성을 등에 업고 오늘날 세계 미술시장에서 큰 파이를 차지하게 됐다. 홍콩 미술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덩달아 아시아 또한 유망 시장으로 부상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2013년부터 개최돼 온 아트바젤 홍콩(이하 ABHK)이 있다. 아트바젤의 모체인 바젤에 몰리던 큰손들은 이제 매해 3월이면 홍콩을 찾고 있다.
오늘날 ABHK의 위상은 오랜 기간 아트바젤을 운영하며 얻은 노하우와 경험을 토대로 한 이른바 ‘물관리’에 의한 결과물이다. 독자적인 셀렉션 커미티(Selection Committee) 제도 운영을 통해 참여를 원하는 갤러리와 작가, 작품을 세밀히 살펴 엄격히 심사하고 선별한다. 이 과정에서 전 세계 단 300곳의 갤러리만이 살아남아 부스를 차릴 수 있다. ABHK이 단순 장터가 아닌 비엔날레급 수준이라 일컫는 이유다.
국제갤러리는 1998년부터 아트바젤 바젤, 2002년부터 아트바젤 마이애미비치에 출전해왔다. 아시아 기반의 갤러리 중에선 아트바젤에 참가해온지 가장 오래됐기 때문에 국가 대표 격으로 한국 미술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송보영 국제갤러리 이사는 한국 유일의 ABHK의 셀렉션 커미티 멤버, 즉 갤러리 선정위원으로 활동해오며 현장미술과 시장미술의 간극을 좁히는 데 일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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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선정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어떤 역할을 수행하나.
“아트바젤은 타 아트페어와 구별되는 독자적인 커미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전 세계에 아트페어가 300개가 넘는다. 이들 아트페어 참가하는 갤러리의 수만 어림잡아 1만5000개에 이르는데, 그중 아트바젤에 참가하는,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갤러리는 1년에 단 300곳에 불과하다. 얼마나 경쟁이 심한지 알 수 있잖나. 이렇듯 가장 영향력 있고 중요한 아트이벤트로 자리 잡기까지 아트바젤 측이 지키고 공유하고자 한 비전과 퀄리티가 변치 않고 이어져왔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바꿔 말해 그만큼 참가하기 어렵지만 그 기준은 단순히 허들을 높인 것이 아닌, 아트바젤만의 견고한 비전에서 녹여낸 것으로, 커미티 제도도 그 연장선상에서 운영된다. 그러나 이 커미티라는 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심사위원이라든가 그런 것과는 다르다. 미술 시장 자체가 문화적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 않나. 따라서 홍콩, 싱가포르, 베이징, 서울 등 각 거점지역의 커미티 멤버들은 해당 지역 미술 현장의 현황이나 이벤트를 리서치하고 모니터해 세계 미술시장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방식으로 전달하는 일종의 징검다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로써 아트바젤의 비전과 퀄리티를 안정적으로 지켜나가는 것을 가장 우선시하고자 한다.”
─ABHK의 내부자인 셈이다. 커미티 멤버로서 ABHK에 대해 평가한다면.
“갤러리나 작가, 컬렉터 모두 국지적으로 머무는 것이 아닌, 전 세계 아트페어를 누비고 순회하며 디아스포라적인 삶을 살아가는 시대다. 이에 따라 비엔날레에서 갤러리 관계자를 쉽게 만날 수 있고 아트페어에서는 작품 매매뿐만 아니라 다양한 미술관계자와 조우할 수 있다. 이런 와중에 ABHK의 성장 속도는 아트바젤 조직 내에서도 놀랄 만큼 빨랐다. 중국 미술 등 아시아 미술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높아진 시기에 대표적인 글로벌 아트 이벤트로 ABHK이 마련되면서 서양의 갤러리와 미술 관계기관의 참여도가 높았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컬렉터들도 작가들도 홍콩으로 모여들어 현장을 달궜다. 애초에 아시아 시장에 대한 특수성, 지역성을 반영하고자 하는 의도를 다분히 반영해 출범한 아트페어였다. 이제껏 서양 위주로 돌아가던 미술시장에 아시아라는 새로운 영역이 생성된 계기가 됐다. 특히 아트바젤 중에서도 젊고 역동적인 성격이 강하다. 바젤이 보수적인 성격을 띤다면 ABHK는 힘차고 활발한 이미지다. 서양의 그것에 익숙하던 미술 관계자들이 아시아 미술시장이 낯설어 더욱 새롭고 젊게 느낀 것 같다.”
“갤러리나 작가, 컬렉터 모두 국지적으로 머무는 것이 아닌, 전 세계 아트페어를 누비고 순회하며 디아스포라적인 삶을 살아가는 시대다. 이에 따라 비엔날레에서 갤러리 관계자를 쉽게 만날 수 있고 아트페어에서는 작품 매매뿐만 아니라 다양한 미술관계자와 조우할 수 있다. 이런 와중에 ABHK의 성장 속도는 아트바젤 조직 내에서도 놀랄 만큼 빨랐다. 중국 미술 등 아시아 미술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높아진 시기에 대표적인 글로벌 아트 이벤트로 ABHK이 마련되면서 서양의 갤러리와 미술 관계기관의 참여도가 높았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컬렉터들도 작가들도 홍콩으로 모여들어 현장을 달궜다. 애초에 아시아 시장에 대한 특수성, 지역성을 반영하고자 하는 의도를 다분히 반영해 출범한 아트페어였다. 이제껏 서양 위주로 돌아가던 미술시장에 아시아라는 새로운 영역이 생성된 계기가 됐다. 특히 아트바젤 중에서도 젊고 역동적인 성격이 강하다. 바젤이 보수적인 성격을 띤다면 ABHK는 힘차고 활발한 이미지다. 서양의 그것에 익숙하던 미술 관계자들이 아시아 미술시장이 낯설어 더욱 새롭고 젊게 느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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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미티는 메인 섹터인 ‘갤러리즈(Galleries)’ 선정에 관여한다. 갤러리즈 출품작을 살펴볼 때 참고할 만한 내용이 있다면.
“갤러리즈 섹터 부스에 참가하는 갤러리는 전속 작가의 작품을 내보여야 하는 게 기본 조건이다. 전속 작가를 선보이다보니 갤러리들마다 매년 출품하는 작가들이 반복되는 이유다. 올해 국제갤러리는 엘름그린&드라그셋, 강서경, 유영국의 작품을 ABHK에 처음 가져가는데, 이처럼 새롭게 선보이는 작가가 있다면 그 작가가 바로 해당 갤러리가 올해 주력하는 작가일 확률이 높다.”
─올해 ‘캐비닛(Kabinett)’ 섹터에 유영국 작품을 들고 나가던데, 올해의 주력작가는 유영국이란 뜻인가.
“지난해 국제갤러리에서 유영국의 개인전도 개최하지 않았던가. 작가는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점, 선, 면, 색의 기본 조형요소로 환원한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이다. 김환기와 더불어 한국 추상화의 1세대 작가지만 그에 비해 해외에서의 인지도는 조금 아쉬웠던 게 사실이다. 이번 캐비닛 섹터의 주인공으로 선정해 국제미술무대에 유영국의 작품을 널리 홍보하고자함이다. 강렬한 붉은 색감이 돋보이는 <Work>(1966)를 포함한 주요 작품 6점을 가져간다. 대작은 가격대가 높기 때문에 일부러 소품도 가져간다. 이와 함께 미술사적 맥락을 조명하고자 작가의 아카이브 자료도 전시하려고 한다. 그리고 아직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전시된 적 없는 미공개 작품을 유영국미술문화재단으로부터 받았다. 특별히 올해 ABHK에만 걸린다.”
“지난해 국제갤러리에서 유영국의 개인전도 개최하지 않았던가. 작가는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점, 선, 면, 색의 기본 조형요소로 환원한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이다. 김환기와 더불어 한국 추상화의 1세대 작가지만 그에 비해 해외에서의 인지도는 조금 아쉬웠던 게 사실이다. 이번 캐비닛 섹터의 주인공으로 선정해 국제미술무대에 유영국의 작품을 널리 홍보하고자함이다. 강렬한 붉은 색감이 돋보이는 <Work>(1966)를 포함한 주요 작품 6점을 가져간다. 대작은 가격대가 높기 때문에 일부러 소품도 가져간다. 이와 함께 미술사적 맥락을 조명하고자 작가의 아카이브 자료도 전시하려고 한다. 그리고 아직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전시된 적 없는 미공개 작품을 유영국미술문화재단으로부터 받았다. 특별히 올해 ABHK에만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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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ABHK만을 위한 ‘비장의 무기’를 준비했다는 갤러리들이 많더라. 갤러리마다 미공개 작품 혹은 따로 제작한 작품을 준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BHK에 참여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갤러리와 작가의 독창성에 대한 바로미터로 읽을 수 있다. 하고 싶다고 모두 참가할 수 없는 실정이고 심사를 받는 입장이다 보니 ‘ABHK를 위해 이런 것까지 준비했다’라고 어필하는 일환이다.”
─듀오 아티스트 엘름그린&드라그셋이 ‘인카운터(Encounters)’ 섹터에 작품을 걸고 패널 토크 프로그램 ‘컨버세이션(Conversations)’에 참가하는데, 어떤 걸 보여줄 예정인지.
“엘름그린&드라그셋과는 지난해부터 같이 일하기 시작한 인연으로 올해 ABHK에도 함께한다. 인카운터 섹터는 대형 설치·조각 작품 위주로 구성된다. 갤러리즈와 다르게 커미티가 관여하지 않고 독립큐레이터가 권한을 갖고 그해 동향 등을 반영해 꾸리는 섹터다. 인카운터에 선보이는 작품은 ABHK를 위해 제작한 최신작이다. 더불어 29일에는 패널 토크 프로그램인 컨버세이션 ‘A Common Place?’에 참여해 문화, 정치, 사회, 경제가 교차하는 역사적 공간으로써의 아트 페어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엘름그린&드라그셋과는 지난해부터 같이 일하기 시작한 인연으로 올해 ABHK에도 함께한다. 인카운터 섹터는 대형 설치·조각 작품 위주로 구성된다. 갤러리즈와 다르게 커미티가 관여하지 않고 독립큐레이터가 권한을 갖고 그해 동향 등을 반영해 꾸리는 섹터다. 인카운터에 선보이는 작품은 ABHK를 위해 제작한 최신작이다. 더불어 29일에는 패널 토크 프로그램인 컨버세이션 ‘A Common Place?’에 참여해 문화, 정치, 사회, 경제가 교차하는 역사적 공간으로써의 아트 페어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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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ABHK에 강서경, 김홍석, 양혜규부터 박서보, 하종현, 이우환에 이르기까지 다세대에 걸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내걸린다. 세계 미술무대를 종횡무진하는 이들 한국 작가들이 국제적인 인정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이라 보나.
“한국미술은 서양의 그것과는 조금 다른 특이한 양상을 보이는데, 서양의 미술은 순차적으로 자연스럽게 소개돼 왔다면 한국은 역행한 케이스다. 단색화라고 일컫는 1세대 근대미술나 모더니즘 계열의 작가들이 세계 미술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양혜규, 이불, 김수자 등과 같은 아랫세대 작가들이 먼저 국제적으로 활약하고 주목 받으면서 세계 미술시장에 한국미술의 정체성에 관한 질문을 던져 놓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아랫세대 현대 미술가들은 대체적으로 해외 유학을 했거나 해외로의 진출이 빨랐다. 언어적인 장벽도 없거니와 자연스레 체득한 글로벌한 감각, 즉 세계가 공감하는 보편적인 감성이 뒷받침된 것이 성공에 큰 역할을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한국 고유의 정서와 세계성이 결합한 일종의 진화된 한국성을 보여준 것 또한 결정적인 요인이다. 이들 모두 자기만의 조형 언어와 소통 감각을 길러 세계 미술시장의 이목을 끌었고 이후 한국 근대미술에 대한 환기를 불러일으킨 주역이 됐다고 생각한다.”
─한국 작가들이 다른 아시아 국가의 작가들과 구별되는 점이 있다면.
“작가만의 독창적인 조형 언어 개발과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의미의 취득이 다른 아시아 나라보다도 더 빨랐다고 본다. 중국이나 일본보다 더 역동적이고 적극적이며 아시아성에 갇히지 않고자 하는 듯하다. 스스로 ‘한국 작가’, ‘아시아 작가’라고 틀에 가두지 않은 게 다른 아시아 국가 출신 작가들에 비해 도드라진 강점이 아닌가 싶다.”
“작가만의 독창적인 조형 언어 개발과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의미의 취득이 다른 아시아 나라보다도 더 빨랐다고 본다. 중국이나 일본보다 더 역동적이고 적극적이며 아시아성에 갇히지 않고자 하는 듯하다. 스스로 ‘한국 작가’, ‘아시아 작가’라고 틀에 가두지 않은 게 다른 아시아 국가 출신 작가들에 비해 도드라진 강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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