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2.08 19:04
어릴 적 보고 자란 풍경에 영감받아…
유럽 러브콜 받는 ‘부조 회화’ 남춘모,
6월, 獨 코블렌츠 루드비히미술관서 개인전 앞두고
3월 30일까지 리안갤러리 서울서 ‘Tchunmo Nam’展 열어
회화, 설치 등 최신작 20여 점 선봬

2차원 평면 위로 굽이굽이 휘도는 밭이랑이 펼쳐진다. 고향에서 보고 자란 바로 그 고랑이다. “어릴 적 부모님의 밭농사를 돕던 기억이 생생해요. 그때 골을 타 일구던 밭이랑과 뛰놀던 산하의 능선을 화면에 담고 싶었습니다.”
단색 부조(浮彫) 회화로 고유한 조형 세계와 방법론을 구축해 유럽을 비롯한 국제 미술계의 러브콜을 받는 남춘모(58)가 오는 6월 독일 코블렌츠 루드비히미술관에서의 대형 개인전을 앞두고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최신작을 공개했다. 그의 시그니처 작품 중 하나인 격자 골조의 <Beam> 시리즈를 포함해 최근 몰두 중인 곡선을 주조로 하는 연작 <Spring>, 작업 초기작을 재해석한 <Strokes> 등 작가의 작업 일대기를 한자리에 펼쳐놓았다.

부조 회화란 평면 회화와 달리 종이, 천 등을 이용해 표면에 도드라지는 입체감을 부여하는 작업을 일컫는다. 남춘모는 순수 조형 요소 중 선(線)에 주목, 이를 평면의 캔버스에 입체적으로 구현할 최소 단위로 ‘ㄷ(디귿)’ 모양을 고안했다. 일정한 폭으로 자른 광목천을 나무틀에 고정해 폴리코트(합성수지)를 발라 딱딱하게 건조 후 떼어내어 디귿 모양으로 잘라내는 것. 이러한 방식은 <Beam>에서 잘 드러난다. 캔버스 위에 천 조각들을 반복적으로 붙여가며 수직과 수평의 격자 골조 패턴을 형성해 공간감을 구축한다. 그 후 그 위에 빨강이나 파랑, 검정이나 흰색 등 한 가지 색깔로 채색한다.

이렇듯 단색을 사용하고 동일한 형태가 반복된다는 측면에서 남춘모의 작업은 단색화나 미니멀리즘과 미학적인 유사성을 띄며 상통하는 듯하지만 오히려 상충하는 점 역시 일면 존재한다.
그의 작품을 멀리서보면 기하학적 성격이 짙은 것 같으면서도,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면 표면의 디귿 형태의 마무리 선이 서로 완벽히 일치하지 않은 채 다소 들쭉날쭉한 형상인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미니멀리즘적으로 규범화된 직선과 구별되는 지점이다. 이 미묘한 불규칙으로 인해 면과 선이 반복됨에도 리드미컬한 역동성과 생동감이 느껴지는 것 또한 단색화와 다른 점이다.

최근 작가는 설치로까지 그 탐구 영역을 넓히며 다채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미색 광목천의 본디 빛깔을 살려 합성수지를 입혀 형태를 빚었다. 소재의 자연스러움을 드러내면서도 그 위에 검은 획을 그어 일필휘지를 연상하는 강렬한 존재감을 불어넣는다. 전시는 3월 30일까지.
Copyrights ⓒ 조선일보 & 조선교육문화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