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1.16 14:32
2018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 수상작가 김수수,
용광로 불 보고 깨달은 인생의 요체를 <불> 연작에 담아…
데뷔전 ‘불-침묵의 언어’展, 21일까지 조선일보미술관

"뜨거운 용광로 앞에서 미약한 인간의 모습과 순수한 노동의 가치를 봤습니다. 온갖 감정들로 때 묻고 관계 속에 상처받으며 수많은 시행착오로 덕지덕지한 인간의 삶도 일순간 덧없이 사라지기 마련이죠. 용광로에서 마주한 것은 다름 아닌 우리네 인생이었습니다.” 생애 첫 개인전을 연 작가는 다소 긴장한 듯 조심스럽지만 또렷하게 자신의 작품을 설명했다.
‘2018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 수상자 김수수(26)의 개인전 <침묵의 언어>가 15일 조선일보미술관에서 개막했다. 이날 오프닝 행사에 유희영 화백, 윤진섭 평론가 등 국내 미술계 인사들이 참석해 신예 작가의 데뷔전을 축하했다.
김수수는 지난해 단원미술제 본상에 이어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까지 연달아 수상하며 국내 화단에 이름을 각인시켰다. 이제 불과 20대인 청년 작가의 저돌적인 행보에 미술계도 놀란 눈치다. 특히 구상과 비구상을 넘나들며 다채로운 작품세계를 내보이고 있어 앞으로의 작업이 더욱 기대된다는 평이다.

최근 그가 몰두하는 주제는 '불‘. 미니멀한 추상적 회화기법을 통해 일상 삶이 지닌 본연의 숭고함을 말하고자 한다. “우연한 계기였습니다. 신문 기사를 읽다가 흥미로운 사진을 발견했어요. 화면을 꽉 채울 만큼 엄청난 불길을 마주하며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었죠.”
작가는 그 순간 왠지 모를 흥분감이 일어 무작정 사진 속의 장소를 찾아 나섰다. 용광로에 도착해 정신없이 사진을 찍어대던 그는 불현듯 형언할 수 없는 감흥을 느꼈단다. 단단한 쇳덩이들이 용로에 들어가자마자 물처럼 흘러 녹아내려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광경에 예술적 영감을 얻어 <불> 시리즈가 시작됐다.
사막의 신기루처럼, 용광로에서 뿜어 나오는 불의 기운이 연출한 오묘한 실루엣을 온전히 화면으로 옮긴다. 대형 화면에 검은색과 흰색이 어우러지거나 서로 다른 색조가 긴장과 이완으로 조우하는 구성이 인상적이다. 흑과 백, 물과 불, 음과 양 등 상반된 ‘극과 극의 하모니’를 시각화하는 데 주력한다. 인위적인 시각적 효과보다 최소한의 간섭과 절제된 화면구성을 만들어내는 채색기법이 작가의 핵심 화법인 셈.

특히 회화적 터치만을 살려 평면성을 도드라지게 표현하는데, 이는 화면 전체를 한 번의 붓질로 덮는 전면일필법(全面一筆法)의 구사 덕분이다. 캔버스 바탕에 유화물감으로 밑칠을 하고 붓에 물을 묻혀 얇게 쓸어내리며 펴주는 작업을 수십 번 반복한다. 이때 유성인 유화물감이 수성인 물을 만나 자연스럽고 극적인 반발 작용을 활용한다. 이 과정과 건조를 반복하며 일정한 두께와 질감을 살리는데, 이때 중요한 것은 견고한 바탕칠 위에 최종적인 색감 층을 올릴 때 한 번의 붓질로 쓸어내려 완결한다는 점이다.
이런 제작과정을 두고 윤진섭 평론가는 “김수수의 작품은 적, 청, 황, 흑, 백 등 오방색이 화면에서 다양한 변주를 이루고 있어서 단일한 색을 다룬 전기 단색화 작가들의 작품과는 차별화된다. 여기서 그가 사용하고 있는 오방색은 용광로에서 직접 체험한 불의 원형에서 파생된 빛의 변주라는 사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작가는 비구상 작품으로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을 거머쥔 지난해 이전에도 군복무 기간이던 2014년 구상작품으로 제4회 대한민국호국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해 서울 중앙박물관에서 전시를 가졌으며, 2016년 제대 후 복학한 북경의 중앙미술학원 유화과 재학 중엔 홍군대장정 80주년전 3등상을 수상해 중국 북경중국미술관 기념전에 초대된 바 있다. 이번 개인전은 21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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