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만 사진전 ‘상처 난 거리’

  • 아트조선

입력 : 2019.01.08 17:14 | 수정 : 2019.01.08 17:17

10년 몰두한 연작, 한미사진미술관서 첫선
 

사진에 반해 사진으로 평생을 보낸 김중만은 예술성과 상업성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하게 하는 한국 사진계의 이분법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노력해왔다. 프랑스 국립 예술학교 빌라 아르송에 재학하며 사진에 대한 열정을 발견한 그는 패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상업 사진작가로 성공적으로 활동했다. 2000년 korea.com에서 33인의 한국 문화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됐으며 올해의 패션 사진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6년 돌연 유명세와 화려한 경력을 뒤로 한 채 한국의 지역으로 렌즈를 돌렸다.
 
< Walking Humanist > 2008 /김중만
 
김중만은 어느 날 인적 드문 길에서 망가지고 고통받아 지친 나무를 만났다. 김중만은 나무를 바라보고 기다리고, 나무와의 거리 두기를 반복하는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 ‘상처 난 거리’의 나무를 마주한 그 날부터 지켜보기를 4년이 지나서야 나무를 담기 시작했다. 작가는 멀찌감치서 상처 난 모습 그대로의 나무의 존재를 보고자 한다. 김중만의 바라보기는 상처를 헤아리는 기다림인 것이다.
 
완벽하지 않았던 존재는 오랜 기다림과 위로로 전혀 다른 존재로서 의미를 갖게 됐다. 나무는 지나간 아픔과 숨겨진 상처를 이겨내고 비로소 고요한 존재로서 김중만이 촬영해 온 수많은 사람처럼 화면 가득 당당하게 자리한다.
 
작가는 인적 드문 거리에서 제자리를 지켜온 나무를 통해 치유되고 변화하는 관계를 사진으로 담았다. 작가가 2008년부터 촬영해 온 둑길의 나무를 간결한 선과 여백으로 대형 한지에 프린트한 작업이 소개되는 이번 전시는 2월 2일까지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