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12.28 22:43
각기 다른 개성의 90여 인물 이야기 <미스터맨> <리틀미스>
아동서적 베스트셀러에서 세계적인 캐릭터 되기까지…
아카이브와 오마주 작품 내건 ‘Monsieur Madame’展,
내달 20일까지 파리 Musée en Her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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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것을 좋아하는 ‘먹보씨(Mr. Greedy, 1971)’, 밤새도록 수다를 떨어도 모자란 ‘수다쟁이씨(Mr. Chatterbox, 1976)’, 벽마저도 청소기로 밀어야 직성이 풀리는 ‘깔끔양(Little Miss Neat, 1981)’… 부연 설명이 없더라도 어떤 성격이고 취향인지 단박에 알아챌 수 있을 만큼 직관적이고 쉬운 이름들이다.
이렇듯 각 캐릭터의 개성이 그대로 드러난 이름과 생김새로 표현해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 ‘미스터맨(Mr. Men)’과 ‘리틀미스(Little Miss)’ 시리즈는 지난 50년간 1억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다. 캐릭터별 에피소드를 친근하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내 반세기 전 작품임에도 오늘날까지 남녀노소 공감을 이끌어내고 보는 이의 입꼬리는 슬며시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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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작가 로저 하그리브스(Roger Hargreaves·1935~1988)가 1971년 간지럼 태우는 것을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간지럼씨(Mr. Tickle)’를 시작으로 미스터맨 시리즈를 전개했고 첫 발간 이후 3년 만에 1000만부 넘게 팔리며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후 1975년, TV 만화(Mr. Men Show, BBC)로 제작되고 옷이나 신발에 입혀진 캐릭터상품으로 생산되는 등 아이들 사이에서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켰고, 지금까지도 캐릭터 출생지인 영국을 비롯해 우리나라, 미국, 프랑스, 일본, 홍콩 등 세계 각국에서 번역돼 읽히고 있다. 국내에서는 ‘EQ의 천재들 시리즈’란 타이틀로 잘 알려져 있다.
초기 출판 당시, 아동 대상 그림책으로 한정했지만 요즘에는 각종 패션브랜드나 뷰티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어른들에게도 친숙한 캐릭터다. 1971년부터 지금까지 발표된 캐릭터 수는 90개가 넘고 핼러윈과 크리스마스마다 출판한 홀리데이 에디션이나 여러 캐릭터가 한데 모여 새로운 이야기를 꾸리는 일종의 스핀오프 시리즈까지 합치면 그 수는 일일이 세기 어려울 정도다.
지금은 로저 하그리브스의 아들 아담 하그리브스가 부친의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1988년 작가 작고 이후 아담은 ‘멋져씨(Mr. Cool, 2003)’ 등 새로운 캐릭터를 꾸준히 만들어 발표하고 있으며, 40편의 리틀미스 시리즈 중 10여 편은 아담이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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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반백 살 가까운 나이를 먹은 미스터맨과 리틀미스의 역사를 보여주는 아카이브와 캐릭터를 오마주한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 <Monsieur Madame>이 프랑스 파리의 미술관 Musée en Herbe에서 열리고 있다. 아담 하그리브스는 전시 개막일, 현장에서 즉석으로 ‘엉뚱씨(Mr. Silly, 1972)’를 캔버스에 그리는 라이브 페인팅 퍼포먼스를 진행했으며, 미술관 맞은편 외벽에는 ‘행복씨(Mr. Happy, 1971)’의 그라피티를 그리기도 했다.
아담은 부친과 본인의 차이에 대해 “아버지는 모든 것을 잉크로, 손으로 그리곤 했지만 오늘은 대부분의 과정이 디지털로 이뤄진다. 제작이 더 빠를 순 있어도 색상의 깊이라든지 그런 면에서 좀 아쉬운 것이 사실"이라며 솔직한 속내를 밝히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는 시리즈 중 맨 처음 발간된 간지럼씨의 초판이 공개됐다. 오랜 세월 앞에 이제는 빈티지가 돼 빛바랜 초판본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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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텍스트를 활용한 거리 예술을 펼쳐온 Rero, 스티커나 스텐실 등으로 작업하는 프랑스 출신의 시각 예술가 Thirsty Bstrd 등 23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해 미스터맨과 리틀미스를 재해석한 오마주 작품을 내걸었다. 아울러 캐릭터의 집 안을 실물에 가깝게 재현해놓은 세트장에서는 흡사 미스터맨과 리틀미스의 세상 속에 들어간 듯한 경험을 할 수 있어 관람객의 인기 포토존으로 꼽힌다.
전시 담당자는 “미스터맨과 리틀미스라는 브랜드의 역사를 총망라한 자리”라며, “아이들은 물론, 브랜드의 캐릭터를 사랑하는 큰 아이들(성인)도 진심으로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지난 10월 4일 개막했으며, 내달 20일까지 열린다. 입장료는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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