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12.21 10:08 | 수정 : 2018.12.21 10:10
피오나 래, 스스로 발광하는 듯 밝은 색채 회화부터
모노톤 회화까지… 근작 11점 출품
국내 첫 개인전, 내달 20일까지 학고재청담
팅커벨이 지나간 자리일까. 요정의 날갯짓은 붓질이 돼 피오나 래(Fiona Rae·55)의 캔버스를 휘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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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나 래는 다양한 색을 과감히 사용하는 반면, 캔버스 위 요소를 제한함으로써 자신의 작업세계에 꾸준히 도전해온 작가로 평가받는다. 그의 그림 안에는 이미지나 심벌 등 뜻밖의 요소가 숨어있다. 작가 자신의 상상 속 세계를 캔버스로 옮기지만 가끔은 목걸이, 깃털, 왕관 등의 구체적인 소품을 오브제 삼기도 한다.
캐릭터나 꽃과 별 등의 모양을 적극적으로 차용하며 회화에 만화적 요소를 삽입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이러한 요소는 제 그림에서 ‘마법의 지팡이’와 같은 역할을 해요. 어렵고 진지하기만 한 것보단 하이 컬처(High Culture)와 로우 컬처(Low Culture)를 적절히 배합하는 것이 트렌드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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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홍콩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아시아 등지에서 보냈다. 동양 문화에 둘러싸여 성장한 그에게 중국 서화나 고가구, 자수 등은 전혀 낯선 것들이 아니었다. 중국어에 능숙하고 서예 두루마리를 수집하던 부친의 영향이 알게 모르게 그의 작업 기저에 깔린 셈. 형광색의 꽃, 별 등의 문양은 어릴 적 숱하게 봤던 홍콩의 거리나 시장에서 본 네온사인에서 비롯됐다. 파스텔 빛깔의 화면과 질감이 도드라지는 붓질에서 언뜻 수묵의 번짐 기법과 동양적 분위기가 연상되는 이유다.
피오나 래는 1988년 데미언 허스트가 기획한 전시이자 훗날 영국 현대미술의 세대교체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평가받는 전시 <프리즈>에 참가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터너상 후보(1991)로 선정돼 세계 아트씬이 주목하는 작가로 급부상했다. 특히 2011년, 여성 최초로 영국 왕립 아카데미 대학 회화과 교수로 임용되며 ‘화가들의 화가’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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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색채 감각과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붓질을 살려 회화 작업을 이어온 피오나 래가 국내 관람객과 처음 마주했다. 이번 전시에는 흑백 톤의 작품과 연보라색 안개 위로 부드러운 덩굴줄기가 뻗어 나오는 듯한 파스텔톤의 작품 등이 출품됐다. 그중 밝은 색감의 배경에 흰색과 다른 색을 섞은 <백설공주는 자신의 세계에서 달을 꺼내올린다> <촉촉한 유리> 등은 스스로 발광하는 것처럼 캔버스에서 빛이 뿜어 나오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동화 속의 몽환적인 요정 이야기를 그림으로 읽어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1월 20일까지 학고재청담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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