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12.18 19:47 | 수정 : 2018.12.19 14:48
미술시장 마당발 20년째… 서진수 강남대 경제학과 교수
단색화 열풍 힘입어 국내 작가들,
해외 유수 갤러리서 개인전 여는 시대…
국내-세계 시장 연동성 커져 경쟁 치열해진 때,
“작가 딜러 모두 자본 동원력과 글로벌 마인드 필요한 시점”
서진수(62) 강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1998년 미술시장에 발을 들였다. “한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 덕에 이제 꼭 20년째다.” 미술계 인사치고 서 교수를 모르는 이는 없을 정도니, 아직 미술과 끝을 보진 않은 모양이다.
경제와 미술이란 서로 다른 두 영역의 오묘한 조합을 끌어낸 서 교수를 서울 삼청로에서 만났다. 그는 내달 31일 개막하는 ‘인도아트페어(India Art Fair)’에 갈 준비를 거의 끝냈다며 웃었다. “비행기는 진작 예약해놨고, 숙소만 알아보면 완벽하겠네요.”
이렇듯 십수 년째 전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아트페어와 미술 행사는 빼먹지 않고 찾아다닌다. “처음에는 미술계 사람들도 나를 본체만체했다”며 20년 전을 회상했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아시아 미술시장 전문가로 꼽힌다. 아트마켓 정보화와 체계화를 위해 시장 규모를 파악하고 통계를 분석하는 것은 물론, 미술시장과 경기변동의 연관성을 연구해왔다. 전시 보러 다니고 미술 공부하는 데 지금껏 연봉의 1/3은 족히 썼다는 그에게 올 한 해 미술시장을 진단하고 다가오는 새해를 점쳐 달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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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가 미술이라니. 흥미로운 결합인데, 어쩌다 미술에 빠지게 됐나.
“중학교 갓 들어갔을 때였을까. 열세 살 차이나는 우리 형님이 당시 에스페란토어(語)를 배우고 있어서 나도 덩달아 배우게 됐다. 재미로 시작했던 국제어 공부였는데, 이 덕분에 세계관이 일찍 열렸다. 언어 배우며 자연스레 서양 문화에도 관심을 두게 됐는데, 왜 우리는 서양 뒤꽁무니만 쫓아가다가 끝나는 것인지 아쉬웠다. 그래서 처음엔 무조건 돈을 많이 벌어 부강해져야겠다는 생각이었는데, 경제학이 부의 원천만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여가까지 연구해야 한다는 패러다임 시프트를 경험했다. 그 결과 중 하나가 미술과의 만남이었고 지금까지 이어졌다. 이제껏 세계 80개국을 넘게 여행을 다니며 깨달은 건 선진국은 모두 문화강국이더라는 거다.”
─미술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일반 미술애호가와는 다를 것 같은데.
“내 특기를 살려 미술시장의 정보화와 체계화를 위해 시장 규모를 파악해 통계 분석을 하고, 미술시장과 경기변동의 연관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론적 접근과 경험적 접근으로 나눈다면 나는 후자에 가깝다. 작가와 딜러, 컬렉터 등을 직접 대면하고 인터뷰하며 보다 현실적인 정보를 얻고자 노력했다. 지금껏 기록한 수첩만 수십 권이다. 개인적으로 고구려벽화에 관심이 있어 이에 관한 논문을 쓰기도 했고, 한 5년간은 여름방학마다 시베리아 암각화 탐사를 가 원시미술 연구도 해봤다. 시장은 서양화가 주도하지만 나는 한국화와 동양화를 참 좋아해 한중일 3개국의 전통회화와 서예 시장 연구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해왔다.”
“내 특기를 살려 미술시장의 정보화와 체계화를 위해 시장 규모를 파악해 통계 분석을 하고, 미술시장과 경기변동의 연관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론적 접근과 경험적 접근으로 나눈다면 나는 후자에 가깝다. 작가와 딜러, 컬렉터 등을 직접 대면하고 인터뷰하며 보다 현실적인 정보를 얻고자 노력했다. 지금껏 기록한 수첩만 수십 권이다. 개인적으로 고구려벽화에 관심이 있어 이에 관한 논문을 쓰기도 했고, 한 5년간은 여름방학마다 시베리아 암각화 탐사를 가 원시미술 연구도 해봤다. 시장은 서양화가 주도하지만 나는 한국화와 동양화를 참 좋아해 한중일 3개국의 전통회화와 서예 시장 연구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해왔다.”
─국내 미술시장은 참으로 꾸준하게도 침체기에 잠겨있다. 올해 국내 미술시장을 두고 대중적 저변이 확대됐다거나 여전히 부익부빈익빈이라는 둥 여러 의견이 존재한다. 올 한 해 국내 미술시장을 돌아본다면?
“경제는 순환한다. 시간에 따른 신체 바이오리듬이 있듯이, 자본주의 역시 짧으면 3~4년, 길게는 20~50년 주기로 변동해왔다. 21세기 들어 우리 미술시장도 두 번의 붐을 통과했다. 다만, 미술시장의 규모가 10년째 5000억 원에 머물러있다는 것은 안타깝다. 그러나 20년 전과 비교해 오늘날 미술시장은 정보화됐고 경매나 아트페어의 규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소비량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진 않다. 작품을 구매하고 미술품을 소비해야 시장도 성장할 텐데, 일단 우리나라에서 미술품 투자 자체를 경건하고 어렵게만 접근하는 게 문제인 듯싶다. 2018년 국내 미술시장의 주요 이슈로는 주요 화랑의 지점 오픈이라든지, 경매시장에서 김환기 작품이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것 외에도 퍼포먼스 작가의 인기 상승, 다수의 신생 소규모 아트페어의 개최 등도 눈에 띈다. 더불어 공유 경제, 공동 투자와 같은 제3의 운영 시스템의 등장을 꼽을 수 있겠다.”
“경제는 순환한다. 시간에 따른 신체 바이오리듬이 있듯이, 자본주의 역시 짧으면 3~4년, 길게는 20~50년 주기로 변동해왔다. 21세기 들어 우리 미술시장도 두 번의 붐을 통과했다. 다만, 미술시장의 규모가 10년째 5000억 원에 머물러있다는 것은 안타깝다. 그러나 20년 전과 비교해 오늘날 미술시장은 정보화됐고 경매나 아트페어의 규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소비량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진 않다. 작품을 구매하고 미술품을 소비해야 시장도 성장할 텐데, 일단 우리나라에서 미술품 투자 자체를 경건하고 어렵게만 접근하는 게 문제인 듯싶다. 2018년 국내 미술시장의 주요 이슈로는 주요 화랑의 지점 오픈이라든지, 경매시장에서 김환기 작품이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것 외에도 퍼포먼스 작가의 인기 상승, 다수의 신생 소규모 아트페어의 개최 등도 눈에 띈다. 더불어 공유 경제, 공동 투자와 같은 제3의 운영 시스템의 등장을 꼽을 수 있겠다.”
─뭇 작가들은 10년 전쯤의 미술시장 호황기를 그리워한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해 현재 국내 미술시장을 어떻게 진단하겠나.
“지난 20년간 정말 많이 바뀌었다. 물론 2006~2007년을 단군 이래 최대 호황기로 말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나는 오히려 지금이 더 붐이라고 생각한다. 박서보 화백이 화이트큐브에서 개인전을 열고, 패로탱 파리에서 서승원, 최명영, 이승조 화백의 전시가 열리는 시대다. 이거야말로 발전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또한 오늘날에 들어 국내 화랑과 해외의 국내 진출 화랑의 경쟁 시대가 열렸다. 국내 경매회사의 규모 확대와 홍콩 진출, 국내 아트페어의 수 급증과 해외 아트페어 참가, 갤러리 수의 증가 등 다방면에서 변화와 성장을 보이고 있다. 박수근과 이중섭이 주도하던 시대에서 이우환과 김환기의 그것을 거쳐 이젠 단색화의 시대로 변화했다. 민중미술과 퍼포먼스도 지속적으로 꿈틀대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한국화나 서예, 사진, 조각, 공예 시장은 여전히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서구 문화자본의 아시아 진출로 아시아 미술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국내 시장과 아시아 시장의 연동성이 커져 이전보다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고 할까. 작가와 딜러들 모두 자본 동원력과 글로벌 마인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20년간 정말 많이 바뀌었다. 물론 2006~2007년을 단군 이래 최대 호황기로 말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나는 오히려 지금이 더 붐이라고 생각한다. 박서보 화백이 화이트큐브에서 개인전을 열고, 패로탱 파리에서 서승원, 최명영, 이승조 화백의 전시가 열리는 시대다. 이거야말로 발전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또한 오늘날에 들어 국내 화랑과 해외의 국내 진출 화랑의 경쟁 시대가 열렸다. 국내 경매회사의 규모 확대와 홍콩 진출, 국내 아트페어의 수 급증과 해외 아트페어 참가, 갤러리 수의 증가 등 다방면에서 변화와 성장을 보이고 있다. 박수근과 이중섭이 주도하던 시대에서 이우환과 김환기의 그것을 거쳐 이젠 단색화의 시대로 변화했다. 민중미술과 퍼포먼스도 지속적으로 꿈틀대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한국화나 서예, 사진, 조각, 공예 시장은 여전히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서구 문화자본의 아시아 진출로 아시아 미술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국내 시장과 아시아 시장의 연동성이 커져 이전보다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고 할까. 작가와 딜러들 모두 자본 동원력과 글로벌 마인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때 단색화 열풍으로 국내 작가들이 급부상하기도 했지만 그 열기와 거품이 많이 빠진 상태다. 국제 아트페어들을 많이 돌아다니며 세계미술시장에서 국내 작가들의 위치나 작품 영향력에 대해 어떤 것을 느끼나.
“어찌 됐든 국내 미술시장이 잘 돼야 해외 미술계에서도 관심을 가질 거고 한국 미술의 세계화가 더욱 활발히 진행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미술시장의 규모와 인식의 한계가 걸림돌 노릇을 하고 있다. 단색화 열풍을 통해 세계 미술계가 한국을 주목하게 된 것은 분명하다. 국내 화랑과 해외 화랑이 동시에 단색화 작가와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세계 여러 아트페어에 선보이는 걸 보면 정말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일어나는 것에 감개무량하다. 뿌듯하기도 하지만 세계화 과정에서 세상은 더 많은 걸작과 신작을 요구할 텐데 가격을 경신할 작품이 부족하거나 작가가 세상을 떠나 시장 확대 요인이 사라지는 아쉬운 상황을 목격하곤 한다. 국력과 국내 컬렉터들의 뒷심이 약한 점도 안타까운 대목이다.”
“어찌 됐든 국내 미술시장이 잘 돼야 해외 미술계에서도 관심을 가질 거고 한국 미술의 세계화가 더욱 활발히 진행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미술시장의 규모와 인식의 한계가 걸림돌 노릇을 하고 있다. 단색화 열풍을 통해 세계 미술계가 한국을 주목하게 된 것은 분명하다. 국내 화랑과 해외 화랑이 동시에 단색화 작가와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세계 여러 아트페어에 선보이는 걸 보면 정말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일어나는 것에 감개무량하다. 뿌듯하기도 하지만 세계화 과정에서 세상은 더 많은 걸작과 신작을 요구할 텐데 가격을 경신할 작품이 부족하거나 작가가 세상을 떠나 시장 확대 요인이 사라지는 아쉬운 상황을 목격하곤 한다. 국력과 국내 컬렉터들의 뒷심이 약한 점도 안타까운 대목이다.”
─반면 중국작가들의 치고 올라오는 기세가 무서울 정도인데, 중국 미술시장과 비교한다면?
“중국 미술시장은 쉽게 말해 중국의 경제만큼 그 규모가 커졌다고 보면 된다. 미술품 경매 1위 국가인 데다가 화랑 거래와 전체 거래 부문에서 유럽과 미국 다음을 차지한다. 개인적으로는 중국을 유럽연합(EU)에 빗대어 중국연합(CU)이라고 부르는데, 중국 본토와 홍콩, 대만, 싱가포르와 동남아에서 소비되고 거래되는 중국 미술품의 양이 무려 30조 원 이상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한국이 아트펀드의 성공 여부를 묻는 지금, 중국은 아트 파이넌스로 미술시장을 자본시장 수준으로 키우고 있고 국내 미술시장을 넘어 세계 미술시장까지도 공략 중이다.”
“중국 미술시장은 쉽게 말해 중국의 경제만큼 그 규모가 커졌다고 보면 된다. 미술품 경매 1위 국가인 데다가 화랑 거래와 전체 거래 부문에서 유럽과 미국 다음을 차지한다. 개인적으로는 중국을 유럽연합(EU)에 빗대어 중국연합(CU)이라고 부르는데, 중국 본토와 홍콩, 대만, 싱가포르와 동남아에서 소비되고 거래되는 중국 미술품의 양이 무려 30조 원 이상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한국이 아트펀드의 성공 여부를 묻는 지금, 중국은 아트 파이넌스로 미술시장을 자본시장 수준으로 키우고 있고 국내 미술시장을 넘어 세계 미술시장까지도 공략 중이다.”
─궁극적으로 국내 미술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국내 시장은 세계와 비교해 그 규모가 너무나 왜소하고 초라하다. 한국 경매시장 연매출액 전체가 고작 크리스티나 소더비에서 판매되는 최고가 작품 한 점 가격에 불과하다. 시장에서 파급력 있는 작가는 한정적이고, 대부분의 갤러리는 자금력이 약하고 연간 거액을 지출하는 컬렉터 역시 극소수다. 따라서 거대 화랑과 양대 경매회사, 매우 제한적인 몇몇 컬렉터들의 영향력이 큰 실정이다. 이 셋의 의견과 결정에 따라 미술시장이 영향을 받는다. 앞으로 미술시장과 고가 미술품 구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와 세제 혜택 등이 커지고, 컬렉터층이 더욱 두터워져 다양성이 커질 때 미술시장이 업그레이드될 기회를 맞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 경제학자의 눈에는 우리 미술시장은 현재 ‘그들만의 리그’ 가 아닌 ‘그들만이 겨우 지켜가고 있는 작은 시장’ 이다.”
“국내 시장은 세계와 비교해 그 규모가 너무나 왜소하고 초라하다. 한국 경매시장 연매출액 전체가 고작 크리스티나 소더비에서 판매되는 최고가 작품 한 점 가격에 불과하다. 시장에서 파급력 있는 작가는 한정적이고, 대부분의 갤러리는 자금력이 약하고 연간 거액을 지출하는 컬렉터 역시 극소수다. 따라서 거대 화랑과 양대 경매회사, 매우 제한적인 몇몇 컬렉터들의 영향력이 큰 실정이다. 이 셋의 의견과 결정에 따라 미술시장이 영향을 받는다. 앞으로 미술시장과 고가 미술품 구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와 세제 혜택 등이 커지고, 컬렉터층이 더욱 두터워져 다양성이 커질 때 미술시장이 업그레이드될 기회를 맞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 경제학자의 눈에는 우리 미술시장은 현재 ‘그들만의 리그’ 가 아닌 ‘그들만이 겨우 지켜가고 있는 작은 시장’ 이다.”
─그럼에도, 희망과 기대를 갖고 다가오는 새해 국내 미술시장을 점쳐본다면?
“최근 대형화랑 중심으로 전시 횟수가 늘고 해외작가 전시도 자주 열리고 있다. 경매 시장도 컨템포러리, 고미술, 피규어, 악기 등 그 장르와 매체가 다채롭다. 공유경제와 신기술을 바탕으로 미술품 유통체계의 등장과 같이 제3의 미술시장이 생성되고 있다. 호텔아트페어도 모자라 모텔과 여관에서의 아트페어까지 열려 재미를 더하고 저변을 확장해가고 있다. 현 추세가 지속된다면 미술시장이 여타의 자본 투자시장과 연동돼 움직이는 경향도 드문드문 나타나지 않겠나. 늘 그렇듯 희망을 품고 국내 미술시장의 밝은 미래를 기대해본다.”
“최근 대형화랑 중심으로 전시 횟수가 늘고 해외작가 전시도 자주 열리고 있다. 경매 시장도 컨템포러리, 고미술, 피규어, 악기 등 그 장르와 매체가 다채롭다. 공유경제와 신기술을 바탕으로 미술품 유통체계의 등장과 같이 제3의 미술시장이 생성되고 있다. 호텔아트페어도 모자라 모텔과 여관에서의 아트페어까지 열려 재미를 더하고 저변을 확장해가고 있다. 현 추세가 지속된다면 미술시장이 여타의 자본 투자시장과 연동돼 움직이는 경향도 드문드문 나타나지 않겠나. 늘 그렇듯 희망을 품고 국내 미술시장의 밝은 미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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