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도 않았지만, 제가 먼저 거절하겠습니다”

  • 아트조선 윤다함 기자

입력 : 2018.12.17 15:18

‘입사거부서’로 프랑스 사회 뒤집었던 그 작가
줄리앙 프레비유, 국내 첫 개인전 <핀치-투-줌>

 
기술의 사용, 지식 산업, 경제의 작동 방식 등 현실의 광범위한 주제에 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로 작업을 이어온 줄리앙 프레비유(Julien Prévieux·44). 7년간 1000곳이 넘는 채용사에 먼저 입사거부서를 보내 사회 부조리를 드러낸 프로젝트 <입사거부서(Lettres de Non-motivation)>(2000~2007)로 프랑스를 발칵 뒤집어놨던 장본인이다. 
 
<다음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 150x100cm 라텍스 출력, 알루미늄, LED 2018 /아트선재센터
 
이렇듯 다소 엉뚱하고 참신한 작업을 선보여온 줄리앙 프레비유가 국내에서 첫 개인전을 가진다. 그는 기술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고안된 신체 동작에 대한 연구를 통해 기술 기반 사회의 생산성과 효율성에 대한 의문을 작품에 담는다. 그의 작업은 근대 이후 산업과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신체 움직임에 미친 영향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했다. 그중 <삶의 패턴>(2015)은 개인의 몸과 그 신체적 동작이 현대 사회의 기술 개발과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나타내는 영상작품. 19세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신체 움직임을 기록해 동작을 분석하고 이를 산업과 기술에 활용한 계보를 추적 후, 그 결과를 파리 오페라단 무용수들의 안무로 전환했다.
 
이를 포함한 작가의 작품 다수를 감상할 수 있는 전시 <핀치-투-줌>이 1월 20일까지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다. 초창기 작업 <구르기>(1998)는 작가가 미술학교 재학 중에 제작한 퍼포먼스 기록 영상으로, 집에서 출발해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경로를 ‘바닥에서 구르는’ 신체적 행위로 재구성한 작업이다. 이렇듯 정치, 경제적 현상에 의문을 제기하는 작가의 작업은 직접 몸으로 부딪치는 방식으로 구현된 셈.
 
이외에도 범죄가 일어나는 지리적 범위를 파악하기 위해 주로 쓰이는 보로노이 다이어그램(Voronoi Diagram, 평면을 특정 점까지 거리가 가장 가까운 점의 집합으로 분할한 그림)을 컴퓨터에 의존하는 대신, 경찰관이 직접 손으로 그려 만든 <드로잉 워크숍–파리 14구 경찰서>(2011, 2015) 등 다채로운 작업이 내걸린다.
 
아울러 작가가 특허 등록한 제스처를 바탕으로 만든 연작도 볼 수 있다. <다음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 (시퀀스#1)>(2007~2011)는 특허 등록된 제스처를 애니메이션 필름으로 만들어 기술이 인간의 행동을 규정하고 사유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음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 (시퀀스#2)>(2014)는 새로운 기기 작동에 사용되는 특허 받은 제스처를 무용가 6명의 추상적 안무로 퍼포먼스한 영상이다. 한편, 프로젝트 <입사거부서>의 동명으로 출간된 책은 아트선재센터 1층에서 열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