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Art] 김은미가 건설한 긍정의 유토피아

  • 아트조선 윤다함 기자

입력 : 2018.12.14 17:40

세밀한 묘사와 화려한 채색으로 상상 속 ‘비밀기지’ 펼쳐내
“스마트폰 화면창 확대·축소하듯, 제 그림 감상해보세요”
‘Zoom In Zoom Out’展 1월 11일까지 아르세갤러리

 
김은미(30)의 상상의 나래가 캔버스에 피고 지기를 반복하며 비밀의 도시를 건설했다. 작가는 유기적이고 경쾌한 색감으로 일상적 도시 풍경을 재해석해 자신만의 유토피아를 그려낸다.
 
< Landscape Island#2 >110x62cm Acrylic, Pen on Canvas 2018 /아르세갤러리
 
도시를 하나의 단위로 접근하기보단 이를 이루는 개체, 즉 건물에 집중한다. 도시 풍경을 단순한 파노라마로 읽을 수도 있지만, 작가는 건물 한 채 한 채에 의미를 부여하며 리드미컬하고 섬세한 구성으로 화면을 빼곡히 채운다. 아기자기한 생김새가 언뜻 비슷해 보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같은 건물은 없다.
 
작품에서 한발짝 물러나 조망하면 뭔지 모를 무언가가 군집을 이루며 오밀조밀 붙어있는 것으로만 보이지만, 그림 앞에 가까이 서면 이내 서로 다른 건물의 형태를 인지할 수 있다. 고개를 더 들이밀면 건물 단면이 하나의 패턴처럼 인식되기 시작한다. 작가는 “확대 범위에 따라 건물로, 패턴으로, 때론 색면으로 비치는 과정이 신선하다”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 감상법을 스마트폰 사용법에 빗대었다.
 
“제 작품 속 풍경은 가까이 혹은 멀리서 감상할 수 있어요. 우리가 스마트폰 화면창을 확대했다 축소했다 하는 것처럼 말예요.” 작가는 언젠가 누군가에게 스마트폰으로 작품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터치스크린 확대하고 축소하면서 그림을 살피는 모습이 문득 새롭게 다가오더라고요.”
 
< Landscape Island#3 > 170x80cm Acrylic, Pen on Canvas 2018 /아트조선
 
다닥다닥 붙은 건물들의 형상에서 작가의 강박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과감한 색면 대비가 이를 보다 친근하고 생기발랄하게 완화해주고 화려한 색감은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를 내뿜는다. 김은미의 유토피아는 그렇다.
 
작가는 황무지를 일구듯 캔버스를 개척해 유토피아를 건설한다. 오랜 시간에 걸쳐 상상과 변형을 되풀이하며 빽빽이 채우며 카타르시스를 느낀단다. “현대인은 게임과 같은 가상공간에 자기만의 세계를 생성하잖아요. 현실을 살아가면서도 가상도시를 설계하고 그곳의 주인이 되고 싶어 하죠.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차이라면, 저는 캔버스에 이를 펼쳐낸다는 것.”
 
작품 속 가상 건물을 모형으로 만들었다. /아르세갤러리
 
도시의 단면에 주목해 유토피아를 그린 ‘Zoom In Zoom Out‘ 시리즈 등 신작 다수를 포함해 구작을 함께 내건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작품 속 건물을 미니 모형으로 만들어 실존 공간으로 끌고 나온 설치작품도 볼 수 있다. 내달 11일까지 아르세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