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12.11 17:09
최신작 포함 15점 선봬… 18일까지 갤러리밈

살다보면 특정한 상황이나 사건에서 잊히거나 애써 잊고자 노력했던 기억이 불현듯 떠오르며 당혹감과 괴로움에 휩싸일 때가 있다. 감춰진 기억이 드러나는 경험은 불쾌할 수도, 무언가를 깨닫게 할 수도 있다.
경험이나 기억을 하나의 화폭에 구조적으로 펼쳐내 온 한국화가 권인경(39)은 “잊고 싶어서 외면했던 기억은 예상치 못한 순간, 촉감이나 냄새, 소리 따위로 인해 떠오르기 마련인데, 이때 나만의 시간과 상황에 오롯이 대면하게끔 한다”라고 말한다.
그는 언젠가 부친의 작업장에 불이 났었다고 했다. 작업장의 세월이 일순간 까만 재로 바뀌며,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건물의 골조가 드러나게 됐단다. 늘 마주하며 익숙했던 장소의 본모습을 직면한 그때의 경험은 당황스러움 그 자체였다고. “피할 곳이 없이 드러난 맨얼굴의 그것은 몹시도 불편하고 낯선 것들이었어요.”
우리는 마침내 드러난 기억을 통해 그것의 본래 모습과 우리의 민낯을 발견한다. 이는 고통스러운 경험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현실과 맞닥뜨리게 하고 답보 상태에서의 진정한 해방을 가져다줄 수도 있다. 12일부터 18일까지 갤러리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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