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12.06 00:50
2018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
사진, 설치, 영상 등 다매체 통해 정치-미학 결합 이뤄내
3일 '소형 위성' 조각 작품, 우주로 쏘아 올리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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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아티스트이면서 지리학 박사이기도 한 트레버 페글렌(Trevor Paglen·44)은 예술과 지리학이라는 접점이 불분명한 두 분야의 경계를 허물고 이 둘을 통섭하는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여 왔다. 그는 과학, 현대미술, 저널리즘을 융합하는 방대한 조사·연구를 뒷받침해 ‘보이지 않는 세계’를 관찰하고 해석한다. 작가는 특히 철저한 조사와 연구를 기반으로 군사와 정보 조직의 비밀스러운 감시 장비를 암시적으로 노출하며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정치적,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데 집중해왔다.
독자적인 방식으로 구축한 그의 작품세계는 사진, 영상, 설치, 조각 등을 통해 장르 구분 없이 펼쳐낸다. 또한 그는 지리학, 국가기밀, 사진, 시각예술을 주제로 한 책을 다섯 권 출간한 저자이기도 하다.
독자적인 방식으로 구축한 그의 작품세계는 사진, 영상, 설치, 조각 등을 통해 장르 구분 없이 펼쳐낸다. 또한 그는 지리학, 국가기밀, 사진, 시각예술을 주제로 한 책을 다섯 권 출간한 저자이기도 하다.
이처럼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트레버 페글렌이 올해의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자로 지목됐다. 미국 시티즌쉽 시네마토그라피 베스트다큐멘터리상(2015), 독일 보스포토그라피상(2016), 맥아더 펠로우쉽(2017)에 연이은 쾌거다.
국제예술상 심사위원장을 맡은 김홍희 전 서울시립미술관 관장은 심사평에서 “작가는 우리 세계를 비가시적으로 형상화하는 디지털 네트워크에 대한 예술적 성찰을 통해 우리를 주시하는 시스템을, 우리 또한 주시하게끔 하는 ‘관음적 만족감’을 선사한다“고 밝혔다. 심사위원인 서진석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그의 작업은 다른 이들은 가보지 않은 방향, 즉 새로운 경계를 탐구한다는 점에서 심사기준과 부합한다”고 평했다.
이로써 트레버 페글렌은 약 5000만원 상금을 받게 되며 내년 9월 백남준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가질 예정이다. 백남준이 생전 그러했듯이 그 또한 예술 전반을 섭렵한 선구자의 정신을 이어받아 우리에게 미래를 사유하는 비전을 지속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지난달 30일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국제예술상 시상식과 작가의 최근 5년간의 작품을 소개하는 강연이 함께 열렸다. 이를 위해 한국을 찾은 트레버 페글렌을 시상식 당일 오전 서울 종로에서 만났다. 그는 곧바로 이틀 뒤, 작품 중 하나인 실제 위성을 발사하기 위해 미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한국에서의 짧은 일정을 아쉬워하면서도, 국제예술상 수상과 2012년에 이어 두 번째로 쏘아 올리는 위성 등 겹경사를 맞아 들뜬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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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을 축하한다. 이번 예술상의 주인공이 자신이란 걸 알았을 때 기분은?
“내가 떠올릴 수 있는 가장 큰 영광 중의 영광이다. 백남준은 어렸을 적부터 제일 좋아하던 아티스트였다. 그의 작품을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예술가로서 어떻게 사유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었다. 올해 국제예술상 수상자가 나란 것을 들었을 땐 그저 ‘OMG(Oh My God)‘를 연발할 수밖에 없었다.(웃음) 가장 존경하는 아티스트의 예술정신을 계승했다고 인정받은 것에 아주 벅찬 감정을 느낀다.”
“내가 떠올릴 수 있는 가장 큰 영광 중의 영광이다. 백남준은 어렸을 적부터 제일 좋아하던 아티스트였다. 그의 작품을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예술가로서 어떻게 사유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었다. 올해 국제예술상 수상자가 나란 것을 들었을 땐 그저 ‘OMG(Oh My God)‘를 연발할 수밖에 없었다.(웃음) 가장 존경하는 아티스트의 예술정신을 계승했다고 인정받은 것에 아주 벅찬 감정을 느낀다.”
─두 번째 위성 발사를 앞두고 있다. 앞서 두 번 미뤄지고 나서야 최종 결정된 발사일인데, 긴장되진 않나? (11월 19일에서 28일로, 그리고 12월 1일로 변경된 발사일이 다시 거듭 연기됐으나,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현지 시각 3일 오전 10시 34분 성공적으로 쏘아 올렸다.)
“대형 공공예술인 셈인데 2012년 첫 번째 위성 이후 이번이 두 번째 위성으로, 든든하고 유능한 엔지니어링팀, 프로그래밍팀과 함께 준비했다. 오랜 시간 고대해온 프로젝트라 잘 발사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대형 공공예술인 셈인데 2012년 첫 번째 위성 이후 이번이 두 번째 위성으로, 든든하고 유능한 엔지니어링팀, 프로그래밍팀과 함께 준비했다. 오랜 시간 고대해온 프로젝트라 잘 발사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번에 발사한 소형 위성 <Orbital Reflector>은 조각품으로써, 고도 약 560km 궤도에 안착한 뒤, 다이아몬드 모양의 풍선을 펼쳐 지구에서도 관측할 수 있는 ‘하늘 위의 조각’으로 탈바꿈된다. 풍선 위의 이산화타이타늄이 햇빛에 반사돼 반짝이며, 마치 실제 별처럼 천천히 깜빡이거나 움직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위성은 2~3개월간 궤도에 머물다가 이를 벗어나 대기에 진입할 때 스스로 소멸한다. 작가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지금 보고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할 이유가 생길 것”이라고 작품 제작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이번 위성처럼 천문학, 우주학, 항공학 전문가들과 협업해 완성한 작품도 다수다. 다른 분야와의 협업에서 오는 어려움은 없는지?
“대다수 분야에서는 아마추어라도 상당 부분의 지식을 배우고 습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거의 80% 이상의 내용을 말이다. 나머지는 교수와 같은 전문가나 아마추어라도 아주 뛰어난 역량을 지닌 이들의 영역일 것이다. 나는 일반적인 아마추어이지만, 우주학이나 항공학같이 낯선 분야일지라도 전문가들과 대화 정도는 얼마든지 이어나갈 수 있다. 대화를 통해 많은 내용을 배우고 작업을 진척시키게 된다. 다시 말해,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건 내 작업 과정의 상당 부분이 이미 진행됐다는 의미와 같다.”
“대다수 분야에서는 아마추어라도 상당 부분의 지식을 배우고 습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거의 80% 이상의 내용을 말이다. 나머지는 교수와 같은 전문가나 아마추어라도 아주 뛰어난 역량을 지닌 이들의 영역일 것이다. 나는 일반적인 아마추어이지만, 우주학이나 항공학같이 낯선 분야일지라도 전문가들과 대화 정도는 얼마든지 이어나갈 수 있다. 대화를 통해 많은 내용을 배우고 작업을 진척시키게 된다. 다시 말해,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건 내 작업 과정의 상당 부분이 이미 진행됐다는 의미와 같다.”
─예술가면서 지리학자다. 언뜻 서로 접점이 없어 보이는데, 어떤 관심사가 먼저 시작됐나? 예술인가, 지리학인가.
“당연히 예술이다. 나는 언제나 아티스트였다. 다만 내 작품이 조사와 연구 중심적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자연스레 지리학에 빠지게 됐다. 내 작업에서 자주 등장하는 일련의 풍경(Landscape)을 관찰하고 살필 적에 시각과 지평을 넓히고자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풍경이란 것에 관해 좀 더 깊이 알고 싶어졌고, 그러기 위해선 지리학을 배우는 것이 적격이란 생각에 도달했다. 그렇게 시작돼 2008년 버클리대학에서 지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예술가와 지리학자란 두 직업이 서로 지극히 달라 보일 수 있겠지만, 나에게만큼은 두 개념이 하나처럼 중첩된 것으로 느껴진다.”
“당연히 예술이다. 나는 언제나 아티스트였다. 다만 내 작품이 조사와 연구 중심적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자연스레 지리학에 빠지게 됐다. 내 작업에서 자주 등장하는 일련의 풍경(Landscape)을 관찰하고 살필 적에 시각과 지평을 넓히고자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풍경이란 것에 관해 좀 더 깊이 알고 싶어졌고, 그러기 위해선 지리학을 배우는 것이 적격이란 생각에 도달했다. 그렇게 시작돼 2008년 버클리대학에서 지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예술가와 지리학자란 두 직업이 서로 지극히 달라 보일 수 있겠지만, 나에게만큼은 두 개념이 하나처럼 중첩된 것으로 느껴진다.”
─사진, 영상, 조각, 설치 등 다매체를 활용한다. 각 작업 과정을 비교한다면?
“어떤 매체로 작업을 하든지 시작은 조사와 연구다. 아까 언급했지만 내 작품은 철저하고도 세밀한 조사·연구가 바탕이 돼야만 한다. 그 말인즉슨 작업 시간도 오래 걸린다는 뜻이다. 주제나 사물을 두고 나는 그걸 끊임없이 보고 또 보고 계속 보고 고민하곤 한다. 그 과정에서 문득 작업의 알고리듬과 작품의 디테일이 딱 떠오르는 순간과 맞닥뜨리게 된다. 나로 하여금 예술적인 작업에 착수하게끔 만드는 어느 한 지점이 존재하는 것 같다.”
“어떤 매체로 작업을 하든지 시작은 조사와 연구다. 아까 언급했지만 내 작품은 철저하고도 세밀한 조사·연구가 바탕이 돼야만 한다. 그 말인즉슨 작업 시간도 오래 걸린다는 뜻이다. 주제나 사물을 두고 나는 그걸 끊임없이 보고 또 보고 계속 보고 고민하곤 한다. 그 과정에서 문득 작업의 알고리듬과 작품의 디테일이 딱 떠오르는 순간과 맞닥뜨리게 된다. 나로 하여금 예술적인 작업에 착수하게끔 만드는 어느 한 지점이 존재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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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군사시설이나 정보 조직의 비밀스러운 감시 장비를 암시적으로 노출한다. 주로 일반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제한구역을 사진으로 찍어왔다. 촬영 중 곤경에 처한 적은 없었나? 예컨대 법적인 문제라든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것은 내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다. 언제나 예민하고 세심하게 법을 살피고 절대 법을 어기지 않는다. 내 작품이 누군가를 불쾌하게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건 내게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것은 내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다. 언제나 예민하고 세심하게 법을 살피고 절대 법을 어기지 않는다. 내 작품이 누군가를 불쾌하게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건 내게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보름달이 뜬 밤, 미국 버지니아의 숲에서 장노출해 촬영한 사진 <그들은 달을 보았다>(2010)에서 작가는 ‘국립 라디오 콰이어트 존(National Radio Quiet Zone)’을 보여준다. 다른 말로는 ‘무선 저소음 영역’으로, 무선망원경이나 통신국을 무선 주파수 간섭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무선송신이 제한되는 영역이다. 전파 원격측정 시그널의 신호를 받아 그 신호가 공간을 탈출해 달에 부딪쳐 다시 지구에 반사되는 움직임을 보여주는 대규모 감시시스템이다.
이러한 시스템과 이를 보여주는 작품을 통해 작가는 인권을 위협하는 실험 혹은 정부 차원의 프로젝트에 숨은 운영체계를 기록하고자 했다. 이 작품에서 암흑의 공간을 조정하는 군사기관의 보이지 않는 비밀전략과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더불어 감각과 인식의 한계를 초월한 물질의 지속성과 일상에서의 삶의 균형을 생각해보게끔 한다.
이러한 시스템과 이를 보여주는 작품을 통해 작가는 인권을 위협하는 실험 혹은 정부 차원의 프로젝트에 숨은 운영체계를 기록하고자 했다. 이 작품에서 암흑의 공간을 조정하는 군사기관의 보이지 않는 비밀전략과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더불어 감각과 인식의 한계를 초월한 물질의 지속성과 일상에서의 삶의 균형을 생각해보게끔 한다.
─작품의 소재가 이러한데, 관련 인사나 조직으로부터 위협받은 적은 없었나?
“위협이야 항상 받고 있다. 단순 협박하는 사람부터 모 기관에서는 내 작품 예산을 감축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내 작품이 누군가의 심기를 건드릴 때도 있지만 나는 그런 것에 얽매이지 않는다.”
“위협이야 항상 받고 있다. 단순 협박하는 사람부터 모 기관에서는 내 작품 예산을 감축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내 작품이 누군가의 심기를 건드릴 때도 있지만 나는 그런 것에 얽매이지 않는다.”
─앞두고 있는 전시나 계획이 있다면?
“지금도 여러 전시가 맞물려 진행 중이고 앞으로도 동시다발적으로 열릴 것이다. 그룹전은 내가 직접 관여하지 않아서 참여한지도 모른 경우가 더러 있다. 현재 준비 중인 개인전으로는 베네치아와 샌프란시스코, 밀라노, 런던에서의 대형전이 내년 예정돼 있다. 물론, 내년 9월 백남준아트센터에서의 개인전도 있고 말이다.”
“지금도 여러 전시가 맞물려 진행 중이고 앞으로도 동시다발적으로 열릴 것이다. 그룹전은 내가 직접 관여하지 않아서 참여한지도 모른 경우가 더러 있다. 현재 준비 중인 개인전으로는 베네치아와 샌프란시스코, 밀라노, 런던에서의 대형전이 내년 예정돼 있다. 물론, 내년 9월 백남준아트센터에서의 개인전도 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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