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Art] 볼 때마다 다른 조각… “앞에서도 뒤에서도 보세요”

  • 아트조선 윤다함 기자

입력 : 2018.11.30 19:35

‘토니 크랙’展, 근작 13점 중 높이 3m 넘는 대작도…
내년 2월 2일까지 대구 우손갤러리
 

영국 출신 조각가 토니 크랙. /우손갤러리
 
터너상 수상 조각가 토니 크랙(Tony Cragg·69)의 작품은 그 주위를 뱅뱅 돌며 감상해야 한다. 작품을 맴돌다 보면 첫눈에는 추상적이었던 조각이 불현듯 사람의 얼굴 옆모습과 같은 구상적인 무언가를 연상한다. 관람객은 다각도로 작품을 감상하며 볼 때마다 다른 3차원적 변형체와 대면하게 된다. “우리는 구름을 보고도 거기서 사람 얼굴을 보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바라볼 얼굴이 없더라도 우리의 뇌는 눈, 코, 입, 귀를 형상하는 모양을 찾아 헤매죠.”
 
작가는 본래 화학 전공자였으나, 20대 후반의 나이에 뒤늦게 조각을 시작했다. 1970년대 후반 열린 첫 개인전에서 직접 주워 모은 생활 폐기물로 만든 작품을 발표하며 주목받는다. 이후 미니멀 아트와 같은 기존의 모든 형식화된 체계에서 벗어나 인류학적 경험을 토대로 자신만의 새로운 조형적 접근 방식을 시도하는 과감한 작품을 잇달아 선보인 1980년대에는 터너상(1988)을 받고 같은 해, 제43회 베니스비엔날레 영국 대표 작가로 선정되는 등 세계적인 조각가로 자리매김했다.
 
(좌)< Stacked >(1979), < Spectrum >(1979) /우손갤러리
 
작업 초창기인 1970년대에는 길거리에서 직접 주워온 쓰레기나 플라스틱 등을 재활용해 재료로 삼았다. <Stacked> <Spectrum> 등 이 당시 작품을 보면 큐브 형태나 사각 프레임을 즐겨 차용한 흔적이 보이나, 당시 미니멀리즘 아트에서 유행하던 큐브와는 달리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인 양상을 띤다. 1980년대 들어선 뒤에도 여전히 플라스틱을 사용하지만 이를 벽에 붙여 페인팅처럼 나타낸 조각 <Self-Portrait on a Chair> <Policeman> 등을 선보인다. 
 
1980년대 후반부터는 ‘Early Forms'라고 스스로 명명한 일련의 시리즈를 내놓는다. ’Early Forms‘는 인간이 만들어낸 오래되고도 단순한 형태를 뜻하는데, 작가가 주형(Cast)으로 만든 작품 중 가장 오래 지속한 연작이다. 이때 고대 플라스크나 시험관, 유리병 등 다양한 모양의 용기를 작가의 상상력과 감정을 토대로 형태를 꼬거나 비틀어 만든 독특한 조각을 다수 작업했다.
 
(좌)< Untitled > 75x26x28cm Stainless Steel 2018, < Parts of World > 123x100x100cm Bronze 2014 /우손갤러리
 
2000년대 이후부터 ‘Rational Beings’ 시리즈에 접어들며 재료를 능숙히 다루는 그만의 양식과 재주가 더욱 뚜렷해진다. 브론즈나 강철, 석조로 제작해 수직축으로 회전하는 긴 원주 형태에 그의 작품세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치밀한 드로잉과 모델링이 선행돼야 가능한 결과물이기 때문. “조각가는 형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재료를 사용할 땐, 그 재료가 애초 의도하지 않았던 기능의 작품을 만들어야 해요.”
 
지난 40년간 끊임없이 자체 진화해오며 서로 유기적으로 확장되는 작품을 내보여온 토니 크랙이 신작을 내걸었다. 이번 출품작은 'Rational Beings'의 일환으로, 회전하는 횡단면이 층층이 쌓여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을 주는 것이 특징. 그중에는 높이 3.3m의 대형 조각이 설치돼 눈길을 끈다. 내년 2월 2일까지 대구 우손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