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11.26 17:14
이란 혁명 때 정치 운동 참여했단 이유로 추방돼 미국 망명
니키 노주미 국내 첫 개인전 ‘Please Sit Down'展

니키 노주미(Nicky Nodjoumi·76)는 1979년 이란 혁명 발발 당시 미국으로 망명한 이란 출신 작가로, 도미 후 지난 40년간 권력과 폭력성의 관계를 주제로 작품세계를 구축해왔다. 모국인 이란을 비롯해 정치, 역사, 권력, 부패 등 인류가 당면한 보편적 이슈를 가감 없이 다룬다는 평가다.
이란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취조를 당한 적이 있는 작가는 당시 조사관으로부터 의자에 앉아 있으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앉아 있으라고만 한 뒤 아무런 말도 오가지 않는 오랜 침묵의 시간은 물리적 고문만큼이나 두렵고 끔찍했던 순간이었단다. <Please Sit Down>은 그때의 공포스러운 경험을 바탕으로 그렸다. 작품에는 두 명의 남성과 한 마리의 양이 있다. 양복을 입고 가면을 쓴 채 정치범을 고문할 때 사용하는 막대기를 들고 있어 등장인물의 의심스러운 정체성을 암시하며, 다리가 굳어 움직일 수 없는 양은 무력해 보인다. 이렇듯 그의 회화에는 주로 권력자, 정치인, 얼굴을 가려 정체가 드러나지 않는 참여자, 그리고 순수함의 상징으로 동물이 함께 등장하곤 한다.

1942년 이란 케르만샤에서 출생, 테헤란 대학교에서 순수회화를 공부 후 1960년대 미국으로 이주해 뉴욕 시티컬리지에서 순수미술 석사학위를 받았다. 귀국해 모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던 중, 1979년 이란 혁명이 발발한 때, 팔라비 왕정 비판에 가담, 정치적 메시지가 담긴 포스터를 제작했다. 이로 인해 탄압을 받던 작가는 결국 모국에서 추방당하기에 이른다. 이란과 미국 두 나라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채 부유해왔기 때문에, 작가는 자신의 회화적 서사를 인류의 보편적 경험으로 확장하는 데 집중한다.
특히, 미국에서 반전운동에 참여하는 등 정치적으로 적극적인 삶을 이어오며 민감한 사회적 이슈나 현안을 거리낌 없이 회화적 언어로 구사해왔다. 이처럼 자신의 견해와 생각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탓에 이란의 종교 지도자들은 그의 그림을 두고 불법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의 국내 첫 개인전 <Please Sit Down>이 내년 1월 13일까지 바라캇 컨템포러리에서 열린다. 사실주의적 서사의 경계를 넘어 상상과 유희로 가득 찬 니키 노주미의 회화 1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그의 작품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런던 대영박물관, 아부다비 구겐하임, 쿠바 국립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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