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11.05 16:07
윤병락展, 행복하고 따뜻한 ‘사과그림’

한입 베어 불면 아삭거릴 것 같은 빨간 사과가 궤짝에 한가득이다. 탐스럽게 영근 사과 하나에 손을 뻗어보지만 그것은 그림이다. 극사실주의 화가 윤병락의 사과는 실물보다도 더 상큼할 것처럼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괜히 ‘사과작가’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다.
작가는 사각형의 정형화된 캔버스가 아닌, 직접 2차 변형·제작한 화판을 사용해 실감 나는 정물을 그려낸다. 사과를 어디에 배치할 것인지 결정한 뒤, 그 윤곽선을 따라 톱으로 합판을 자르고 그 위에 3합 이상의 두꺼운 한지를 배접해 유화로 그린다. 이러한 방식으로 마치 사과가 실존 공간으로 튀어나온 것처럼 3차원적으로 표현해낸다. 변형 화판의 번잡한 윤곽선이 사과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들면서도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것이다.

윤병락의 작업 방식을 두고 미술평론가 박영택 경기대 교수는 “천으로 이뤄진 캔버스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장지에 유채를 사용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당연히 유채물감은 매우 투명하게 다뤄진다. 또한 두드러진 질감이나 붓질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림은 수채화와도 같은 효과를 내고 있다. 그리고 이 점이 윤병락의 재현술을 더욱 밀도 있게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경북 영천 출신으로, 대학 시절에는 대한민국미술전람회 특선(1993), 대학 졸업 후에는 대구미술대전 대상(1998)을 수상했다. 이후 대구, 서울 등지에서 10여 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7일부터 20일까지 노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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