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11.02 19:56
현대 디자인의 ‘갓파더' 카럴 마르턴스
지난해 여름 르아브르서 선보인 대규모 설치작품 일부 국내 전시
대표작 <오아서> <아이콘뷰어> 등도 함께… 내년 1월20일까지
지난해 여름, 프랑스 북서부의 항구도시 르아브르의 해변에 형형색색의 비치캐빈(Beach Cabin, 나무로 만들어 해변에 두는 작은 집) 수백 채가 들어섰다. 비치캐빈은 바닷가에서 흔히 찾을 수 있지만, 서로 다른 색깔을 입은 비치캐빈이 줄지어 있는 모습은 특별한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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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urs on the Beach>는 기존 비치캐빈에 다채로운 색을 입혀 탈바꿈시킨 일종의 공공 예술로, 르아브르 도시 건립 500주년을 기념해 비치캐빈 467채가 활용된 대규모 커미션 작품이다. 카럴 마르턴스(79)는 하얀색의 비치캐빈에 각기 다른 6개 폭으로 10개 색을 칠해 해변가를 형형색색으로 물들여 지역민은 물론 관광객에게도 인기를 끄는 데 성공했다. 현대 디자인의 ‘갓파더(대부)’라는 애칭이 무색하지 않은 이유다.
전체 비치캐빈 713채는 소유주가 따로 있었다. 그중 일부만 참여의사를 밝혔고 참여하지 않은 나머지 비치캐빈은 본래의 하얀색 그대로 남겨둘 수밖에 없었다. 장애물이었을 것 같은 이 상황은 오히려 생각지 못한 상승작용을 가져왔다. “흰 집이 화려한 컬러와 컬러 사이에서 쉼표와 같은 역할을 해 ‘음악적 공백’으로 작동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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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만의 남다른 방식은 컬러 배열에서도 읽을 수 있다. 르아브르는 1517년 프랑스 국왕 프랑수아 1세의 지시로 건설된 도시다. 카럴 마르턴스는 당시 제정된 법령에다가 현대 암호 해독법을 적용해 색채 알고리즘을 도출했다. 이 알고리즘을 토대로 비치캐빈을 도색했으니, 그야말로 르아브르의 역사를 품고 있는 셈. 이렇듯 특정 규칙으로 줄지어 있는 비치캐빈은 리드미컬한 음악의 악보처럼 보이는 것 같다. “미묘한 색채구성을 바탕으로 비치캐빈의 건축적 그리드에 컬러 줄무늬를 배열함으로써 ‘안무적 파노라마(Choreographic Panorama)'를 실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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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urs on the Beach>의 비치캐빈 중 한 채가 서울 강남구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에 왔다. 르아브르의 바닷바람에 소금기가 묻어오진 않았는지 가서 슬쩍 확인해보자. 카럴 마르턴스의 또 다른 대표작 <오아서>, 아이콘과 픽셀을 활용해 15년 이상 이어온 인터랙티브 미디어 작품 <아이콘뷰어>도 감상할 수 있다. 작가의 국내 첫 개인전은 2019년 1월 20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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