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히 빛나는 서로 다른 별처럼… 김성희展 개막

  • 아트조선 윤다함 기자

입력 : 2018.10.15 17:38

초대전 ‘Transparenter' 조선일보미술관서 21일까지
아트조선 올해 마지막 기획전 ‘2018 Art Chosun on stage V’
 

“제게 포즈를 취해준 새와 나무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미색빛깔 장지 위의 나무에 무수한 별들이 걸려 빛난다. 듬직한 나뭇가지들이 별들을 견고히 받치고 있자니 그 위로 자그마한 새들이 날아와 어울린다.
 
김성희는 그림의 모델이 돼 준 새와 나무에 감사 인사를 전하며, 5년 만에 열린 이번 개인전은 혼자만의 힘으로 마련된 것이 아니라고 힘줘 말했다.
 
'별(星)' 잎으로 풍성한 나무에 새들이 날아왔다. <별 난 이야기 1702> 170.2x138cm(120호) 한지에 먹과 채색 2017 /아트조선
 
김성희 서울대 동양화과 교수 초대전 <Transparenter>가 12일 서울 광화문 조선일보미술관에서 개막했다. 김 교수의 5년만의 개인전이며, 주최사 아트조선의 올해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 기획전인 만큼 일랑 이종상 화백, 차동하 서울대 동양화과 교수 등 문화예술계 인사 300여 명이 오프닝에 참석해 전시장을 가득 메웠다.
 
이번 전시에서 최신 연작 <별 난 이야기-투명인간>을 비롯해 <투명나무> <투명고양이> 등 30여 점을 내걸었다. 특히 투명인간 시리즈의 기조가 된 대나무 그림(2007)도 함께 선보여 김 교수의 작업 서사와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게끔 구성했다. 
 
김성희 교수 초대전을 찾은 한 관람객이 최신 연작 <투명인간> 시리즈를 감상하고 있다. 실제 사람 실물에 가까운 크기로, 그림 앞에 서면 흡사 거울을 보는 듯 ‘투명인간’과 마주 보는 형상이 그려진다. /아트조선
 
김성희 교수는 별들의 형성과 소멸에 대한 이야기를 받침 삼아 우리네 삶을 통찰한다. 그의 그림은 바쁜 현대사회를 살아가며 체계에 순응하고 본모습을 잃어가는 오늘날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작품 표면에는 한지를 배접해 희미하고 아득한 투명인간의 형상을 구현했다. 장지기법과 더불어 선(線)과 그를 살리는 필법은 김성희 교수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 선은 한국화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이는 필법으로 완전해진다. ‘긋는다’는 행위는 시간성을 품고 있는데, 김 교수는 찰나의 들숨과 날숨, 상념, 의식 모두를 선에 숨김없이 담아낸다.
 
이는 한국화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동시대적이고 다채로운 시각에서 접근하기 위한 시도로, 한국화는 고리타분하거나 뻔하다는 기존 관념에서 벗어나 현대적이고 세련된 감각을 내세웠다. 
 
김 교수의 작품은 대부분 노르스름한 황금빛을 띠고 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차분하고 편안하게 한다. 이는 직접 채취한 오리나무열매로 만든 천연염료 덕분이다. 염료 추출 과정에서 자연과 교감하며 재료의 물성과 자신이 합일되는 것을 느끼곤 한다고. 그는 “재료 하나도 혼자만의 힘으로는 만들 수 없다”며 자연과 인간의 어우러짐을 강조했다. 
 
대나무를 자른 단면을 그렸다. 대나무 속의 수많은 섬유소에서 투명인간 시리즈가 비롯됐다. 최근 신작의 기조인 셈. (좌)<별자리 잇기> 98x97cm(40호) 한지에 먹과 채색 2007, <별난 이야기> 136x94cm(60호) 한지에 먹과 채색 2017 /아트조선
 
이날 전시 오프닝 행사의 서두를 연 차동하 교수는 “김성희 교수는 이론과 실기 모두에 능한 보기 드문 작가이자 교수”라며 “작가로서 거쳐 온 많은 고민과 변화를 볼 수 있는 자리”라고 이번 전시의 의의를 되짚었다.
 
특히 김 교수의 스승이자 한국화의 거장 일랑 이종상 화백이 참석해 행사를 더욱 빛냈다. 이 화백은 “김성희가 그리는 ‘별자리 인간’에는 단순한 그림을 넘어서 인문학적, 철학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러한 소양을 그림과 결합했다는 사실에 탄복한다. 그림은 인간 됨됨이대로 나오는 것이다. 김성희의 장지 기법 하나만 봐도 얼마나 오랜 시간을 쏟고 노력했는지 알 수 있다.”고 축사를 전했다.
 
12일 열린 오프닝 행사를 찾은 미술계 인사와 일반 관람객으로 조선일보미술관 전시장이 가득 찼다. /아트조선
 
“작업실에서 작가가 홀로 외로이 작업하는 것 같지만, 세상과의 소통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Alone’, 즉 혼자이지만 작업을 하다 보면 결국 ‘All One’이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죠. 이렇듯 이면의 많은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제가 지금껏 작업을 해올 수 있었습니다.“ 휴관일 없이 21일까지. (02)724-7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