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은 간략하게, 해석은 자유롭게…”

  • 아트조선 윤다함 기자

입력 : 2018.09.28 13:48

이건용·나점수 2인展, 관념적 편견 벗어나 실존을 구체화한 작품 80점
 

"나는 거대한 현대사회 속에 살면서 원시 부족 사회를 꿈꾸고 있는지 모른다. 그들의 사고방식과 생의 의미를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예술적 감동을 꿈꾸고 실현하고자 한다."(이건용)
 
"흙덩어리에서 물이 마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편견 없이 본질을 볼 수 있다. 물질을 긴장시키면 정신이 되고, 정신이 움직이면 생명이 된다."(나점수)
 
이건용作 < Bodyscape 76-2-07-05 > 227x200cm Acrylic on Canvas 2007 /더페이지갤러리
 
이건용은 국내 전위예술의 선구자 중 하나로, 1969년 한국 개념미술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ST(Space & Time)'와 'AG(Avant-Garde)' 그룹을 조직해 퍼포먼스 등을 선보이며 몸과 공간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제안, 예술적 행동의 가능성을 강조해왔다.
 
자연 소재를 활용한 설치부터 다양한 매개체로 표현한 행위적 퍼포먼스 그리고 이를 담은 회화에 이르기까지 이건용은 새로운 관점으로 전위성과 독창성을 바라보는 작업을 이어온 것. 특히 캔버스를 등진 채 팔을 뒤로 뻗어 몸의 궤적을 그려나가는 <신체드로잉> 연작은 캔버스의 평평한 2차원적 한계를 벗어나 독특한 회화 언어를 구축했다고 평가받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다.
 
나점수作 < Thinking Origined From Plants > 48.5x13.6x19cm Wood, Painting 2002-2011 /더페이지갤러리
 
나무와 돌멩이, 흙, 지푸라기 등 천연 재료로 조각하는 나점수는 가공되지 않은, 생긴 그대로의 물질을 제시하는 작업을 펼쳐왔다. 그중 나무판을 겹치거나 쌓아놓은 추상 조각에서는 이들의 접합 부위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미뤄볼 때, 통나무가 얇은 판재가 될 때까지 깎아 들어간 것임을 눈치챌 수 있다.
 
또한 거친 표면을 살리기 위해 수천 번의 톱질과 끌질을 반복하는 자신의 작품을 두고 그는 "의미를 찾기보다 자연에 있는 물체들이 옮겨져 온 상태를 보면 감상하기 쉬울 것이다. 그렇게 보기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 의미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국내 전위예술 1세대 이건용과 자연 재료를 토대로 철학적 사유를 담아낸 조각가 나점수가 각자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견주는 2인전 <미언대의(微言大意)>는 10월 14일까지 더페이지갤러리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