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브이’ 작가 성태진, 현대인의 기계적 삶 꼬집어

  • 아트조선 윤다함 기자

입력 : 2018.09.17 13:48

싸움터로 다시 돌아간 로봇… ‘The Battle’展

 
로봇 만화 캐릭터를 모티프로 한 목판화로 잘 알려진 성태진이 아크릴, 오일크레용으로 작업한 회화를 선보인다. 친근한 캐릭터를 활용해 흥미로운 서사의 대비가 두드러지는 이전 목판화의 이른바 ‘스핀오프’ 시리즈인 셈. 
 
< Nuclear Bomb > 72.7x60.6cm Acrylic on Canvas 2018 / 플레이스막
 
기존 성태진의 작품 속에서 ‘로봇 태권브이’는 영웅이라기보다는 ‘츄리닝’을 입고 동네 어귀를 어슬렁거리는 한량이었다. 수많은 악당을 물리치고 지구를 지켜내 온 태권브이에게 오늘날 싸워야 할 악당은 더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
 
이번 신작에서 작가는 무기력한 청년 백수였던 영웅 로봇을 다시 싸움터로 내보냈다. 그러나 여전히 줄무늬 운동복을 입은 채, 어째선지 왕년의 영웅과 같은 위엄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 모습이다.
 
실직자로 방황하던 캐릭터는 싸우는 능력과 역할을 다시 부여받긴 했지만 싸움장면은 작위적으로 보인다. 정작 위협의 핵심과 이유는 감춰진 채 명분 없이 맹목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이 연기자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겨루기1> 31.8x31.8cm Acrylic on Canvas 2018 / 플레이스막
 
작가는 로봇을 의인화해 기계적으로 살아가는 오늘날 현대인의 일상을 꼬집는다. 로봇의 허망한 싸움을 통해 우리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8일까지 플레이스막 연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