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Art] 자연의 정수, 곧 유영국의 정수

  • 아트조선 윤다함 기자

입력 : 2018.09.14 18:58

삼각, 원 등 절제된 조형 요소로 자연을 추상화로… 내달 7일까지 국제갤러리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점, 선, 면, 색과 같은 기본 조형 요소로 형상화해 표현한 추상화가 유영국. 자연을 사랑하고 흠모했던 작가는 적색, 황색, 녹색, 청색 등 강렬하고 원색적인 색채로 자연의 정수(精髓)를 담아냈다.
 
태양이 지고 뜰 때 붉게 물든 노을빛이 바닷물에도 번졌다. < Circle-A > 136x136cm Oil on Canvas 1968 / 국제갤러리
 
경북 울진에서 나고 자란 유영국은 지근거리에 바닷가를 두고 하루가 멀다고 배를 타고 나갔다. 해안에서 또는 배 위에서 바라보는 일출과 일몰 풍경은 작가에게 큰 영감이 됐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서는 빨강, 노랑 등 따뜻하면서도 강렬한 색을 자주 볼 수 있는데, 모두 자연에서 따온 색채다. 작가의 장남이기도 한 유진 유영국미술문화재단 이사장은 “아버지는 산천을 구경하길 좋아했다. 호남으로 여행을 다니고 배를 즐겨 탔다”고 말했다.
 
유영국은 산은 삼각형으로, 빛은 원으로 그렸다. 이는 엄정하게 중첩된 기하학적 질서를 강조하는 절제된 추상 요소로 읽을 수 있다. 그의 작품 속의 산은 단순한 풍경 재현이 아니라 순수 조형 요소를 빌려 구축한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비전을 상징하기도 한다. 구성적인 도형 속에서 자연의 원형을 발견하고 그 본질을 찾고자 했던 작가의 고민을 알 수 있다.
 
< Work > 136x136cm Oil on Canvas 1969 / 국제갤러리
 
또한 나이프로 물감을 캔버스에 더욱 긴밀하게 밀착시켜 순도 높은 색채를 구현했는데, 작품 속 구획을 나누는 선은 나이프로 그린 것으로 한국적인 모더니즘을 나타낸다. 작가는 평생 자신의 작품명 대부분을 ‘작품’이라고 지었지만, 몇몇은 <산> <계곡> 등으로 작명해 자연을 순수한 추상화로 변모하고자 했다.
 
작가의 동경 유학 시절(1935~1943년)부터 귀국 후 그룹 활동에 주력한 시기(1948~1964년) 그리고 1964년 신문회관에서의 첫 개인전 이후 원숙기에 이르기까지의 주요 작업 세계와 족적을 두루 담은 작품 30여 점을 볼 수 있는 <유영국의 색채추상>이 열리고 있다. 더불어 초기작을 포함해 유학 시절 작가의 사진과 한국 추상미술의 시작을 알리는 각종 아카이빙 자료가 전시됐다.
 
특히 강렬한 색채와 유연한 구성을 특징으로 하는 유영국의 작업 중에서도 독자적인 스타일을 완성한 1964년 이후의 작품 스무 점이 걸렸다. 산을 모티프로 원색적인 색감과 분할된 면의 비구상적 형태로 형상화한 작품이 대거 등장해 눈길을 끈다. 그중에서도 황색과 적색의 정사각형의 캔버스 작품 열두 점은 작가의 원숙기에 완성된 것으로 유영국만의 추상 세계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유영국의 색채추상>展 설치 전경. 자연광이 깃들며 유영국 작품의 색채가 더욱 강렬하고 선명해지는 듯하다. / 국제갤러리
 
유 이사장은 “아버지는 시간을 철두철미하게 엄수하며 지독하리만큼 치열한 삶을 살았다. 아버지가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고 어린 내가 뭐하냐고 물으면 ‘그림 공부한다’고 말씀하곤 했다. 예순까지는 계속 공부해야한다며 그림 앞에선 늘 진지하고 계획적인 자세를 보였다”고 작가의 생전 성품과 일화를 밝혔다.
 
한편, 지난 12일 서울옥션에서 유영국의 10호 크기의 1976년 그림 한 점이 1억 원에 낙찰돼 이목을 끌었다. 자연을 향한 작가의 애정 어린 작품은 10월 7일까지 국제갤러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